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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후엄마 찬희의 빛나는 날들2
11화
[소설 40화] 서점에서 마주한 나의 이야기
by
U찬스
Dec 28. 2024
석훈의 동기인 출판사 대표와 면담 후, 에디터들의 기나긴 편집과 교정이 이어졌다. 그리고 책표지 시안까지 선택을 마치자, 드디어 찬희의 이름이 찍힌 책이 발간되었다.
출판사에서 보내 준 작가증정본이 도착하자 찬희는 책을 손에 쥐어 보았다. 순간 찬희의 머릿속에서는 지나간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석훈의 소개로 출판사를 소개받았던 일, 아픔을 견뎌가며 글을 쓰던 일, 아무도 없는 밤길에서의 교통사고, 회사 퇴직, 그리고 진우의 죽음까지도...
그날들이 떠오르자, 찬희는 여러 감정들이 교차하면서 가슴속에서 무언가가 울컥 치밀어 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 모든 감정들이 슬픔과 기쁨이 되어 마음속에서는 온통 뒤섞였고, 찬희는 떠오르는 생각들을 억누르지 않고, 그냥 내버려 두기로 했다.
찬희는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는 다운로드되어 있는 은행앱을 실행시켜 로그인했다. 입금 내역 버튼을 누르자, 지난번 출판사와 책 출간을 계약하면서 입금된 계약금이 찍혀 있었다.
찬희는 그 금액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그녀는 자신이 살고 있던 인생에서 방향만 약간 틀었을 뿐인데, 많은 것이 바뀐 지금이 신기하게 느껴졌다.
분명 진우가 떠나기 전과 그 이후 다시 복귀한 직장에서 자신은 최선을 다해 살아왔다고 자부했었다. 하지만 직장도, 주변 여건들도 자신의 마음처럼 따라주지 못했다. 거기에다 건강마저도..
모든 것이 날아가 물거품이 되었다 생각했던 순간, 찬희는 잠시 휴식의 시간을 가졌다. 자신의 인생에서 큰 비중을 차지할 만큼의 물리적인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그 찰나와도 같던 때에 찬희는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해 있었다.
그리고 자신이 항상 짐작해 오던 예상과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인생이 흘러가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안정적인 회사에서 오래도록 일할 수 있을 거라 믿었던 그 예상 말이었다.
자신이 어렸을 때부터 막연하게 꿈꿔오고 동경해 오던 미래이긴 했지만, 그것은 상상에서만 존재할 뿐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자신이 돌린 핸들로 인해, 그리고 지치고 힘들 때에도 꾸준히 해왔던 일들로 인해, 그 미래는 단순한 상상만이 아니었던 것이다.
물론 책 한 권을 냈다고 해서 인생이 180도 달라질 수야 없는 일이었지만, 이제 새로운 길에 한 걸음을 내디뎠다는 것이 찬희에게는 너무나도 뜻깊은 일로 다가왔다.
찬희는 벅찬 마음을 안고 집에서 제일 가까운 서점으로 향했다. 여전히 다리를 절고 있었지만, 무거운 다리를 이끌고서라도 자신의 책이 서점에 진열되어 있는 순간을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서점으로 가는 길이 가깝지만은 않았지만, 더위를 지나 이제는 서늘함까지 감도는 공기를 온몸으로 느끼며, 찬희는 한걸음 한걸음 앞으로 걸어 나아갔다.
서점 입구에 들어서자, 찬희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신간 도서 코너로 향했다. 많은 책들 사이에서 자신이 쓴 책이 눈에 들어온 순간, 찬희는 심장이 멈춘 듯 멍해져 왔다.
책의 제목과 자신의 이름이 또렷하게 새겨진 표지가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서점의 조명 아래에서 반짝이고 있는 그 표지는 꿈에서만 보던 광경처럼 비현실적으로 다가왔다.
그녀는 천천히 책 앞으로 다가갔다. 손을 뻗어 책의 표지를 쓸어내리자, 종이의 질감이 손끝에 그대로 느껴졌다. 찬희는 자신의 책이 서점에, 그리고 세상에 나왔다는 사실이 이제야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이게 정말 내가 쓴 책이 맞는 거지?'
표지에 찍힌
"윤찬희"
라는 이름을 보자 머릿속에서는 이런 의문이 맴돌았고, 동시에 그동안의 노력과 아픔들도 함께 떠올라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펼친 책의 첫 페이지에 자신이 쓴 문장들이 가지런히 인쇄되어 있는 것을 보고 나서야 찬희는 이 모든 것이 현실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해낸 거야.'
찬희는 감격에 겨워 더 이상 말을 잇기 힘들었다. 하지만 한 편으로는 걱정도 밀려왔다.
'내 책을 읽어 줄 사람이 있을까?'
'내 책을 돈을 주고 사는 사람이 있을까?'
석훈에게 자신의 글을 처음 보냈을 때만큼의 부끄러움과 불안함이 엄습해 온 찬희는, 일단 자신의 책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는 계산대로 향했다.
직원이 찬희의 책을 받아 들며 말했다.
"계산 도와드리겠습니다."
"네. 저... 혹시... 오늘 이 책 사가신 분 계신가요?"
찬희는 떨리는 마음을 감추며 점원에게 물었다.
"하... 아뇨. 방금 입고돼서 좀 지켜봐야 할 것 같은데요?"
"아, 그러시구나..."
머뭇거리는 찬희에게 점원이 센스 있게 말을 걸었다.
"혹시 관계자세요?"
"아... 네... 이 책 쓴 사람이라서요..."
그러자 점원은 놀랍다는 듯 찬희에게 말했다.
"오! 그러세요? 작가님 이 동네 사시는 거예요?"
"아... 네..."
작가라는 말을 듣는 순간, 그녀는 왠지 쑥스러운 마음을 감출 길이 없었다.
'내가 정말 작가가 된 걸까?'
찬희는 자신이 그렇게 불리는 것이 너무나도 어색하게 느껴졌다.
점원이 계산을 끝내자 서둘러 책을 받아 든 찬희는 책을 품에 안고 느린 걸음으로 집으로 향했다.
이 길은 이제 시작일 뿐이라는 것을 깨달으며, 그녀의 마음은 새로운 희망으로 차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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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나이에 브런치스토리 작가가 된 U찬스입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겪은 다양한 경험과 시행착오, 삶의 지혜들을 글에 잘 녹여서, 어제보다 오늘 더 기대되는 작가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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