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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후엄마 찬희의 빛나는 날들2
09화
[소설 38화]클릭 한 번으로 생긴 엄청난 일
by
U찬스
Dec 23. 2024
집에 도착한 찬희는 유치원이 끝난 후 이미 집에 도착해 있는 서후를 꼭 안아주었다.
"우리 서후 엄마 없는 동안 잘 있었어?"
"응, 엄마. 이제 다리는 안 아파?"
찬희의 다리를 만지며 서후가 말했다.
"응, 서후가 걱정해 준 덕분에 엄마 이제 거의 다 나아가."
"엄마 집에 오니까 너무 기분이 좋다."
"그래, 엄마도 너무 좋아서 날아갈 것 같아."
발그레한 서후의 볼에 입을 맞춘 찬희는 방으로 들어가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책상에 놓인 노트북의 전원을 켰다.
노트북에 담긴 자신이 쓴 소설을 여러 번 읽어 본 찬희는 더 이상의 오타는 발견되지 않자, 설레는 마음으로 메일을 작성했다.
메일 제목을 다시 확인하고, 내용 또한 몇 번이나 읽어본 찬희는
'보낼까, 말까'
를 여러 번 고민했다. 클릭 한 번으로 메일이 전송된다는 것이 엄청난 큰 일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너무 별 거 없다 생각하면 어떡하지? 이것도 글이냐고 뭐라 하면 어쩌지?'
머릿속에서는 온갖 걱정이 맴돌았다. 글을 본 석훈 선배뿐만 아니라 자신을 아는 모든 사람들이 글을 읽으면서 어떤 반응을 보일지 상상하자, 찬희의 얼굴은 금세 뜨겁게 달아올랐다. 부끄러움과 동시에 두려움마저 밀려와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았다.
잠시 숨을 멈춘 채 화면을 바라보던 찬희는 손에 차오른 땀을 무릎에 문질렀다. 그리고는 다시금 용기를 내어 떨리는 손을 키보드에 올려 보았다.
클릭. 마우스를 누르는 소리와 함께 화면에는
'메일이 발송되었습니다'
라는 문구가 떴다.
다시 한번 화면을 멍하니 보던 찬희는 빠르게 뛰던 심장 소리가 조금씩 줄어드는 것을 느꼈다.
'이미 내 손을 떠났어.'
뭔가 속이 후련해진 것도 같았던 찬희는 이상하게도 마음속에서 희망의 불씨가 타오르는 것만 같았다.
'이제 그냥 기다리는 거야.'
메일을 보낸 이후 석훈에게서 답변을 기다리는 하루하루가 그렇게도 더디게 지나갈 수가 없었다.
'괜히 글 쓴다고 자랑했나?'
기다리다 지칠 정도로 긴 하루하루가 지나가고 일주일 뒤, 기다리던 석훈에게서 전화가 왔다.
"찬희야, 연락 늦어서 미안. 날씨가 더워지니까 식당이 바빠져서 한 며칠 정신이 없었어."
바쁜 석훈에게 괜한 부탁을 한 건가 싶어서 걱정이 된 찬희는, 차마 글 내용이 어땠는지 물어보기가 민망했다. 상대방이 먼저 말을 끄집어낸다면 모른 척 들어 봐야지 생각하던 찰나, 석훈이 먼저 말을 꺼내었다.
"내용 좋던데? 글 잘 썼더라."
자신의 글을 처음 읽어 주는 사람이 평가까지도 좋게 해 주자, 찬희는 장소만 있다면 어디 몸을 숨기고 싶을 정도로 부끄러워졌다.
"정말요? 난 선배한테 글 보내 놓고 괜한 짓 한 거 아닌가 싶어서 며칠 잠도 못 잤어요. 제 소설 본 사람은 선배가 처음이었거든요."
석훈은 찬희에게 보이지도 않을 손사래까지 치면서 말했다.
"아냐, 괜찮을 것 같아. 이거 동기한테 그대로 보내볼게. 퇴짜는 안 맞을 것 같아."
그러면서 석훈은
"특히 어느 부분에서 그렇게 표현 부분이 정말 좋더라"
면서 상세하게 글에 대한 감상을 이야기해 주었다. 찬희는 부끄러웠던 마음도 잊은 채, 석훈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선배, 바빴다면서 언제 그렇게 꼼꼼하게 읽었어요? 제 글에 대해 좋게 얘기해 주셔서 정말 감동이네요."
석훈과의 통화를 끝낸 찬희는 노트북을 켜서 자신이 쓴 글을 다시 천천히 읽어 내려갔다.
고통의 연속이었던 자신의 이야기가 담긴 글을 읽으면서 이제는 웃고 있는 자신이 왠지 낯설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어떤 불행한 상황이 찾아온다고 해도 흔들리지 않고 무덤덤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는 것이 새삼 놀랍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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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
[소설 38화]클릭 한 번으로 생긴 엄청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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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나이에 브런치스토리 작가가 된 U찬스입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겪은 다양한 경험과 시행착오, 삶의 지혜들을 글에 잘 녹여서, 어제보다 오늘 더 기대되는 작가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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