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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기

병 진단 후 마음가짐

by U찬스


출근하지 않는 날, 나는 밀려 있는 집안일로 하루를 시작한다. 그중에서 제일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청소이다. 청소하는 것은 정말 귀찮은 일이지만 그중에서도 제일 압권은 화장실 청소라 자신 있게 외칠 수 있다.

'도대체 화장실이란 건 왜 생겨 가지로 이렇게 사람 피곤하게 하는 거야! 아무리 청소해도 표도 안 나는구먼!!!'

말도 안 되는 투정을 부리며 이 싫은 일을 계속해나가야 한다.

그런데 정말 아이러니한 것은 그 귀찮기 짝이 없는 화장실 청소를 할 때 새로운 아이디어가 마구 샘솟는다는 것이다.

물론 지금 이 글도 화장실 바닥에 솔질을 박박 하다가 갑자기 떠올라, 뛰쳐나와서 얼른 써놓은 글이다.

이 고통스러운 일을 하는 동안 내면의 목소리가 나에게 마구 외쳤다.


'야! 내 말 좀 들어줘.'

'청소하는 거 힘들어 죽겠는데 이런 거 좀 안 할 수 없어?'

'아, 하기 싫어 미치겠다!'

이런 목소리들이 끊임없이 올라온다.

그럴 때는 귀를 막지 말고 그냥 내버려 둬야 한다.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러면 내 안의 소리는 또 이렇게 말한다.

'물때 지울 때마다 어깨랑 손목이 나갈 것 같은데, 늙으면 어떡하라고!'

'언제 앞이 안 보일지도 모르는데, 이런 건 제발 전문가한테 좀 맡기면 안 돼?'

이렇게 투덜거리기까지 한다. 그러다가 혼자 이런 결론까지 도출해 낸다.

'아! 그러려면 역시 돈이 있어야겠구나. 공짜로 그런 걸 해줄 사람은 없을 테니..'

결국 모든 불평의 끝은 돈으로 이어졌다.

어쩌다 기승전'돈'으로 생각이 마무리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러면서 나는 글쓰기에 더욱 집중해야겠다는 결론에까지 이르게 된다.


이렇게 일상 속에서 조용히 혼자 있는 시간을 내버려 두지 말아야 한다. 혼자만의 고요함 속에서 하나의 글, 하나의 창작물이 탄생하니까 말이다.

내면이 보내는 소리, 힘들다는 불평도 겸허하게 받아들여 보자. 어떤 고난이 다가온다 해도 내가 누구인지,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잘 귀 기울여 듣다 보면, 나라는 존재는 어떻게든 찾아낼 것이다.
이런 상황들을 헤쳐 나갈 방법까지도 말이다.

타인과의 대화에서도 경청이 가장 중요하듯, 내 영혼과의 대화에서도 내 이야기에 경청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내 내면의 소리를 외면하지 않는다면, 나는 언제나 답을 찾아낼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창작이든 삶이든, 나 자신으로 살아가는 진정한 길이 될 것임을 절대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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