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사랑이나 그리움 따위의 글은 그만 쓰자고 그러려면 먼저 그만 생각하자고 몇 번이나 내 안에서 타일러도 결국 쓰게 되는 것은 사랑에 대한 글이다. 당장 옆에 놓인 커피만 보아도 그렇다. 라테 아트로 그릴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문양은 하트 아니던가. 어느 카페에서 어느 라테를 주문해도 보란 듯이 사랑을 내놓는다. 커피는 늘 사랑을 품고 있다.
유리창 밖의 트리에 알 전구가 반짝인다. 자신의 반짝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골몰하는 시간 같은 건 없다. 그저 반짝인다. 트리처럼 나 또한 골몰이나 고민의 과정 없이 그리워한다. 이렇게 텅 빈 마음으로 그리워하는 건, 죄를 짓는 게 아닐까 싶어 조금은 두려워진다. 그러나 그것 또한 사랑임을 나도 그리움도 모르지 않다.
혼자인데도 혼자인 것이 들통날까 숨죽여 바라본다. 어떤 움직임, 조용한 부산스러움, 어느 틈에 끼어있을지도 모르는 비슷한 그리움을. 찾고 싶고 찾고 싶어 가만히 바라본다. 사랑, 이라고 쓰기엔 너무 낡은 몸짓이다. 그러나 오래된 것들은 늘 그러하듯이 특유의 감정이 깃들어 있다. 이것이 사랑이라면 추운 곳에서만 보이는 입김같이, 나의 사랑은 존재가 확실하다.
커피를 마셨다. 하트의 오른쪽 구석이 무너져 내렸다. 오래 키워온 사랑도 이렇게 쉽게 모양이 변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오랜 사랑은 돌처럼 화석처럼 굳어진다. 그건 그거대로 좋은 일이긴 하다. 아프지 않으니까, 울려고 노력해도 눈물이 나지 않는 일이니까.
눈이다. 오랜 그리움의 못난 점에 대해 쓰다 보니
눈이 내리고 있다. 이러면 나는 전생부터 이어져 내려온 습관처럼 당신의 장소를 검색한다. 그곳도
눈이 오고 있나요.
우리는 고작 눈 하나로, 차고 흰 매개체 하나로만 이어질 수 있는 건가요.
그러나 당신의 그곳엔 온기가 흐른다. 다행이고 서럽다. 도대체 우리에게 남은 것은 무엇이란 말인가.
코 푼 휴지처럼 남은 당신과의 기억 몇 장이 이 우주에서 유일하게 나만이 쥐고 있는 것이라면 역시나,
삶이나 사랑에 의미라는 것은 없고.
눈이 그쳤다. 그쳤다고 말할 수 없을 정도의. 내가 본 건 무엇이었을까. 그러나 이건 어떡하지.
실체도 없이 사라진 몇 점의 눈이, 우리가 가까이 함께 했던 그 몇 점의 시간보다 더 실체에 가까운 걸.
그렇게 내 안에서 얇은 추억으로 나부끼는 당신이 미운 걸.
당신이 미운 걸, 이라고 쓰고 나서야 깨닫는 것이다.
여전히 당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이제는 기억도 제대로 나지 않는 당신의 머리카락과 자세와 눈과 말투와 목소리, 그리고 손을.
당신의 그곳에 몇 점의 눈이 흩날리다 그친다면
어느 누군가의 사모가 맺혀 도착한 것임을,
영원히 모르도록 해요.
나에 대한 무지야말로 당신을 바라보는 제 첫 번째 조건이니까요.
순진하고 무구하게 모르고 있다가
바라보기에 지친 어느 날 문을 열고 들어서면 늘 그랬듯 웃어 주세요
우주의 흐름에 꼭꼭 감춰 두었다가 사랑이 필요한 날 꺼내어 다시 바라보고 그리워할 테니
커피가 식었다
오랜 사랑도 몇 점의 눈도 그리워서 그리워한 그리움도
커피만큼 차다
바라보기만 하는 이 계절이 너무 싫다
나의 계절은 하나뿐, 이 계절 안에서 나는 또 식고 돌이 되고 우주의 겹겹을 들춰내어 무언가를 찾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