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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호 Aug 20. 2023

양치를 잠시 미루게 되는 맛

가지밥

  부모님 텃밭에서 재배된 야채들(a.k.a. 보급품) 중 저희 집에서 가장 오랫동안 살아남는 종(種)은 바로 가지입니다. 생김새가 그리 이상한 편도 아니고, 맛이 없지도 않으며, 심지어 건강에도 좋다는데 대부분 냉장고를 마지막까지 지키는 역할을 도맡아 하더군요.


냉장고를 지키는 몽둥이 (출처 : 김재호)


  생으로 바로 을 수 있는 오이, 당근, 부추, 고추, 토마토, 깻잎 등과 달리 다소 수고스러운 손길을 거치고 나야 편하게 취식이 가능해서 일까요? 아니면 딱히 재료로 쓰일만한 요리가 부족해서 일까요?


  이번에도 홀로 남은 가지를 바라보며, 아내에게 조심스럽게 부탁을 했습니다.


  "가지밥 좀 해줄래?"


  알고 있습니다. 여전히 무덥죠. 중꺾마(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가 아니라 중꺾더(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더위)인 듯한 날씨가 계속 이어지는 마당에 불을 쓰는 음식을 요구하는 것은 자칫하다가 화를 부를 수 있습니다. 무더위에 불이 붙은 화는 예로부터 호환이나 마마보다 무서운.......


  다행히도 (웬일인지) 순순히 그러겠다고 합니다. 저는 재빨리 청소기로 바닥을 청소하고, 빨래를 마무리 짓습니다.


  아내는 '백종원'님의 레시피를 참고하더군요. 흔히 집에 있는 재료로 그럴싸한 맛을 간편하고 빠르게 내는 방법을 알려주시다 보니 따라 하기 편한가 봅니다. 물론 그분보다 조금 덜 짜고, 많이 덜 달게 먹는 저희는 일부 재료의 양을 조정합니다.


온갖 잡곡이 섞인 2인분 (출처 : 김재호)
잘 볶아진 가지 (출처 : 김재호)

  저는 잡곡을 씻어 밥 할 준비를 합니다.


  그 사이에 아내는 파기름을 낸 후 준비한 가지를 넣고 숨이 죽을 때까지만 볶아 줍니다. 제가 잘 손질해서 냉동실에 넣어둔 대파도 함께 거듭니다. 간은 간장과 굴소스를 이용하더군요.


특급 양념장 (출처 : 김재호)

  잠시 불려둔 잡곡에 볶아 놓은 가지를 함께 넣고 취사 버튼을 누릅니다. 그리고 역시나 '제'가 잘 손질해서 냉동실에 넣어 둔 쪽파를 이용해서 양념장도 만들기 시작합니다. 이때부터 슬슬 입에 침이 고입니다.


가지밥 완성 (출처 : 김재호)

  잠시 더위를 피해 쉬고 있다가 취사가 완료되었다는 반가운 목소리가 들리면, 다들 먹고 싶은 양만큼 밥을 덜어서 그릇에 담습니다. 계란 프라이로 단백질과 색깔을 보충하고, 반찬은 잘 익은 열무김치 하나면 충분합니다.


사진을 찍지도 않고 먹을 뻔! (출처 : 김재호)


  가지라면 질색을 하는 아이도 군말 없이 연신 양념장과 비벼서 숟가락을 놀립니다. 다이어트 중인 저와 아내는 분명 적당량을 먹었음에도 두어 숟가락을 추가로 더 퍼다 먹었습니다.


  이제 몇 개 남지 않은 가지는 저녁에 에어 프라이어 안에서 달콤 노릇하게 구워질 예정입니다. 양치는 잠시 미뤄두었습니다. 가지, 간장, 쪽파가 어우러져 풍기는 이 향기를 조금 더 입에 머금고 있을 예정입니다.





아래는 본 글관 연관된 참고 자료입니다.

https://brunch.co.kr/@530fadf1678b488/622

https://brunch.co.kr/@530fadf1678b488/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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