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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카이 대지진 경고

by 홍종원


2024년, 일본의 지진조사위원회는 한 장의 도표를 바꾸는 것으로 역사의 문을 두드렸다.
12년 동안 일본 사회에 각인되어 있던 단일 수치 ‘80%’는 삭제되었고, 그 자리에 ‘60~90% 이상’과 ‘20~50%’라는 두 개의 예측값이 나란히 등장했다. 숫자는 달랐지만 결론은 같았다.
이 지진은 예측의 문제가 아니라, 시간의 문제라는 것.
일본은 더 이상 그것을 ‘위험 가능성’으로 부르지 않았다. ‘예정된 충격’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이 변화의 배경에는 단순한 통계가 아니라, 여러 세기를 관통해 온 지질의 기억이 있었다. 에도 시대의 항구 일지, 위성사진으로 추적한 지각 융기, 해저 단층의 움직임이 모두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졌다. 그 흐름은 한 방향을 가리켰다.
“난카이 해곡은 깨어나고 있다.”


난카이 해곡은 일본 시즈오카 앞바다에서 시작해 시코쿠 남부와 규슈 동부로 이어지는 해저의 기다란 상흔이다. 이곳에서 발생하는 지진은 보통의 지진이 아니다. 규모 8에서 9에 이르는 초대형 지진, 쓰나미가 동해와 태평양을 동시에 흔드는 재난의 진앙이다. 마지막 대지진은 1946년, 쇼와 시대. 그리고 지금, 그 주기의 마지막 칸이 채워지고 있다.


지진학자들은 말한다.
“2030년 전후, 매우 높은 확률로 난카이 지진이 재발할 것이다.”
이 발언은 예견이라기보다 보고에 가까웠다. 보고의 대상은 정부였고, 청자는 국민 전체였다.


지진은 국경을 알지 않는다. 지도 위에 그어진 선은 정치의 결과일 뿐, 지질의 언어는 다르다.
한 전문가는 경고했다.
“난카이 해구에서 규모 8 이상의 지진이 발생하면, 1000킬로미터 떨어진 한반도 전역의 고층 건물이 흔들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과장이 아니었다. 2024년 3월, 미얀마에서 발생한 규모 7.7 지진의 여파로 방콕의 고층 빌딩이 붕괴한 사건은 ‘거리는 안전’이라는 믿음이 환상에 불과함을 보여주었다.


다른 전문가는 이렇게 말했다.
“지진 규모가 클수록 저주파 에너지는 멀리 이동합니다. 규모 9.0이라면 한반도에서도 30cm 이상의 진동이 감지될 수 있습니다. 이는 사람이 체감하는 흔들림을 넘어, 구조물의 내구를 시험하는 수준입니다.”


1940년대의 한반도에는 고층 건물이 없었다. LNG 저장기지, 원자력발전소, 초고밀 전력망, 글로벌 데이터센터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한국은 더 이상 지진의 ‘관찰자’가 아니라, ‘직접 영향을 받는 시스템’이 되어 있었다.


난카이 대지진은 일본만의 재난이 아니다.
이것은 동아시아 전체가 하나의 판 위에서 흔들리는 ‘공유 위험(Shared Risk)’의 사건이다.
부산과 울산의 항만은 진동뿐 아니라 쓰나미의 직접 타격을 받을 수 있고, 서울과 세종의 전력 인프라는 간접 충격에 노출된다. 더 나아가, 일본 경제의 붕괴는 한국의 수출망, 국제 금융시장, 원자재 공급선을 동시에 흔들어 놓을 것이다.
지진은 땅을 흔드는 것이 아니라 체제를 흔들며, 그 체제의 균열은 국경을 넘어 확산된다.


한반도는 오랜 시간 ‘분단’의 경계 위에서 살아왔지만, 난카이 대지진은 우리에게 다른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우리는 자연의 경계 위에서도 준비되어 있는가?”
이 질문은 곧, 한반도의 미래 전략과 국가 생존 능력을 가늠하는 새로운 시험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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