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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 분화설

by 홍종원

그것은 조용히 퍼져나가는 이야기였다.
언론에 대서특필된 것도 아니었고, 정부의 공식 발표로 알려진 것도 아니었다. 처음에는 학술지 몇 편, 연구자의 발표 한두 줄 속에 잠겨 있었다. 그러나 수년이 흐르며, 그 이야기는 점점 현실적인 가능성으로 변모해 갔다.


2010년대 중반, 중국 과학원 산하 연구팀이 백두산 지하의 움직임에 대해 의미 있는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위성 관측 자료와 GPS 지각변위, 미세지진 기록들이 가리키는 건 하나였다. 지하 마그마방이 팽창하고 있다. 그것은 일시적인 호흡이 아니라, 천천히 축적되고 있는 압력이었다.


놀라운 건 이 경고가 중국 학계 내부에만 머물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영국 지질학회 역시 같은 시기, 백두산이 “향후 10년 안에 분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구체적인 시점은 아무도 단언할 수 없었지만, 그 산이 더 이상 사화산이 아니라는 사실만큼은 명백해 보였다. 그들은 이 산을 ‘재시동 중인 거대 화산’이라 불렀다.


지질학자들이 가장 우려했던 건, 이 분화 가능성이 자연스러운 마그마 축적에 의한 결과만은 아니라는 점이었다. 어떤 외부의 충격, 가령 대규모 지진 같은 것이 축적된 힘을 자극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였다.


그 가운데 특히 주목된 것은 일본 남부의 난카이 해구였다. 태평양 판과 필리핀해 판이 맞물리는 이 지역은, 과거 수세기 동안 수차례의 초대형 지진을 일으켜왔다. 그 지진은 일본 열도를 넘고, 한반도 지각에도 연쇄적인 충격파를 가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만약 난카이에서 규모 9 이상의 지진이 발생한다면, 백두산 지하에서 팽창 중이던 마그마방이 자극을 받아 도미노처럼 분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조용히 퍼졌다.



그 시나리오는 단지 추측이 아니었다. 과학적으로 검토된 논문과 시뮬레이션 속에서 반복되었고, 어떤 보고서에는 “분화가 일어날 경우, 1000년 전의 대분화에 맞먹는 피해가 동북아시아 전역에 미칠 것”이라는 문장까지 등장했다.


하지만 공식적인 대처는 더뎠고, 대중은 무감각했다. 천지는 여전히 고요했고, 분화구에는 관광객의 웃음이 흘렀다. 평온한 풍경 아래, 그 산은 지금도 숨을 쉬고 있다. 호흡은 느리지만, 확실히 차오르고 있는 중이었다.


사람들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언제 터질지 알 수 없는 시한폭탄 앞에서, 인간은 늘 무심한 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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