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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MO에서 JOMO로: 놓침의 두려움에서 즐거움으로!

by 윤근관쫑아빠

요즘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 자주 쓰이는 두 가지 신조어가 있다. 바로 FOMO와 JOMO다.


"FOMO(Fear Of Missing Out)"는 '놓침의 두려움'을 뜻하는 말로, 다른 사람들이 재미있거나 의미 있는 경험을 하고 있을 때 자신만 빠져있다는 불안감을 말한다. SNS를 보며 친구들의 화려한 일상을 보고 초조해하거나, 모든 모임에 참석해야 한다는 강박, 새로운 트렌드를 놓칠까 봐 전전긍긍하는 마음이 바로 FOMO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아마도 주식하시는 분들은 한 번씩은 들어봤을 만한 단어일 것이다.


반면 "JOMO(Joy Of Missing Out)"는 '놓침의 즐거움'이라는 뜻으로, 오히려 불필요한 것들을 놓치는 것에서 오는 해방감과 만족감을 의미한다. 모든 것에 참여하려는 욕구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시간과 공간을 즐기는 것, 그리고 그것에서 진정한 행복을 찾는 태도를 말한다.


나도 처음에는 이 말들이 젊은 세대만의 이야기인 줄 알았다. 하지만 문득 은퇴를 앞둔 50대 중반의 나 역시 이 두 개념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다는 것을 최근에야 깨닫고 있다. 그러면서 33년간 교단에 서며 도덕과 윤리를 가르쳐온 내가, 정작 내 인생의 후반부를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고 있었다는 게 아이러니했다.


은퇴 준비 과정에서 만난 FOMO의 늪

대략 2029년도쯤 은퇴를 계획하고 있는 지금, 주변의 은퇴한 선배 교사들을 보며 자꾸만 불안해진다. "나도 뭔가 해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끊임없이 든다. 골프를 배워야 하나, 등산 동호회에 가입해야 하나, 새로운 취미를 찾아야 하나... 마치 교직 생활 내내 그랬듯이 뭔가 계속 배우고, 성장하고, 뒤처지지 않아야 한다는 강박이 여전히 남아있다.


특히 SNS에서 보는 다른 은퇴 준비자들의 모습은 나를 더욱 조급하게 만든다. 어떤 선배는 벌써 농장을 운영하고 있고, 어떤 분은 카페를 창업했고, 또 어떤 분은 세계여행을 다니고 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아직 뭘 하고 있나' 하는 초조함이 밀려온다. 학교에서도 마찬가지다. 동료 교사들과 만나면 자연스럽게 은퇴 후 계획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퇴직 후에 뭐 할 계획이세요?"라는 질문에 명확한 답을 하지 못할 때마다 뭔가 준비가 부족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래서 이것저것 알아보고, 여러 가지 활동에 관심을 보이지만 정작 진짜 내가 원하는 게 뭔지는 모르겠다.

바로 이런 마음이 바로 FOMO구나 싶었다. 33년간 학생들에게 자신만의 가치관을 세우라고, 남과 비교하지 말라고 가르쳐온 내가, 정작 나 자신은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며 불안해하고 있었다.


프랑스 철학자 파스칼은 "인간의 모든 불행은 조용히 방에 혼자 앉아 있지 못하는 데서 비롯된다"라고 했다. 교직 생활 내내 학생들에게 인용해 온 이 말이 요즘 들어 새롭게 다가온다. 지금까지 33년간 교단에 서면서 나는 늘 바빠야 한다고 생각했다. 수업 준비, 생활지도, 각종 업무, 연수... 쉴 틈 없이 돌아가는 교직 생활이 당연한 것이라고 여겼다. 그런데 은퇴를 앞두고 보니, 그런 바쁨 속에서 정작 나 자신과 진솔한 대화를 나눈 적이 언제였나 싶다.

파스칼의 말처럼 조용히 혼자 앉아 있는 것을 불편해하고, 항상 무언가 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있었던 것 같다. 은퇴 후에도 마찬가지로 뭔가 바쁘게 해야 성공적인 은퇴 생활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조금씩 생각이 바뀌고 있다. 가끔 주말 오후, 아무 일정 없이 혼자 집에 있을 때가 있다. 처음에는 뭔가 시간을 허비하는 것 같아 불안했지만, 점점 그 시간이 소중하게 느껴진다. 늦은 커피 한 잔을 하면서, 창밖을 바라보며 아무 생각 없이 있는 시간. 그런 시간에 오히려 진짜 중요한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JOMO의 발견: 놓친다는 것의 진짜 의미

고등학교에서 20년을 보내고 지금의 여자중학교에 온 지 벌써 7년째다. 처음에는 환경 변화에 적응하느라 바빴지만, 이제는 여중 생활이 주는 특별한 의미를 깨닫고 있다. 중학교 아이들은 고등학생들과 달리 아직 순수한 면이 많이 남아있다. 그들과 함께 있으면서 나 역시 잃어버렸던 순수함을 조금씩 되찾는 것 같다.


도덕, 윤리 수업을 하면서 늘 학생들에게 강조하는 것이 있다. "진정한 행복은 많은 것을 소유하는 데서 오는 게 아니라, 지금 가진 것에 감사하는 마음에서 온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나는 은퇴 후에 뭔가 더 많은 것을 해야 한다고, 더 바쁘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아이들과 대화하다 보면 때로는 그들의 단순함이 부럽다.


"선생님, 저는 그냥 친구들이랑 놀고, 맛있는 거 먹고, 좋아하는 드라마 보는 게 제일 행복해요." 이런 말을 들으면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진다. 언제부터 우리는 행복이 이렇게 복잡한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을까?

최근 수업 시간에 학생 하나가 이런 질문을 했다. "선생님, 어른들은 왜 맨날 바쁘다고 하세요? 그렇게 바쁘게 사는 게 행복한가요?" 순간 할 말을 잃었다.


정말 그랬다. 나는 왜 맨날 바쁘다고 했을까? 정말 바빠서일까, 아니면 바쁘게 사는 것이 성실한 사람이라는 증명처럼 여겨서일까? 그러던 중 JOMO라는 개념을 알게 되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새로운 트렌드 정도로 생각했는데, 깊이 생각해 보니 이것이야말로 내가 찾고 있던 답이었다.


얼마 전, 평소 같았으면 참석했을 배드민턴 동호회 모임을 빠졌다. 몸이 좀 불편한 것도 핑계가 되지만 그다지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는 아니라 그냥 가고 싶지 않았다. 예전 같았으면 '빠지면 뭔가 놓치는 것 같아서' 억지로라도 갔을 텐데, 이번에는 그냥 집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오후 내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냥 나만의 공간인 서재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창밖을 바라봤다. 이른 여름 햇살이 창문을 통해 들어오고, 바람에 나뭇잎이 살랑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냥 그 순간을 온전히 느꼈다. 그런데 이상하게 마음이 편안해졌다. 뭔가를 놓쳤다는 아쉬움보다는, 이 고요한 시간을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었다는 만족감이 더 컸다. 그때 깨달았다. 놓친다는 것이 항상 손해는 아니구나. 때로는 불필요한 것들을 놓침으로써 정말 소중한 것들을 얻을 수 있구나.


은퇴 준비의 새로운 관점

33년간 교단에 서면서 수없이 많은 학생들을 만났다. 그들 중에는 모든 것을 다 하려고 애쓰다가 정작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것을 놓친 아이들도 있었고, 반대로 자신만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며 진정한 행복을 찾은 아이들도 있었다.


기억에 남는 학생이 하나 있다. 성적은 중간 정도였지만 항상 책을 읽고 있던 아이였다. 친구들이 학원에 갈 때도, 다른 활동을 할 때도 그 아이는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 당시에는 '좀 더 적극적으로 여러 활동에 참여하면 좋을 텐데' 하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몇 년 후 그 학생으로부터 편지를 받았다. 자신이 좋아하는 문학 공부를 계속해서 지금은 작가의 꿈을 키우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선생님, 저는 다른 것들을 놓쳤지만 정말 중요한 것을 얻었어요. 책을 읽는 시간, 혼자 생각하는 시간이 저에게는 가장 소중했어요."


그제야 깨달았다. 그 아이는 이미 JOMO를 실천하고 있었던 것이다. 모든 것에 참여하려는 욕구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길을 걷고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사색이 나에게 다다른 결론은 이제 은퇴 준비에 대한 생각의 전환이었다. 예전에는 '은퇴 후에 뭘 할까'를 고민했다면, 이제는 '은퇴 후에 뭘 하지 않을까'를 생각한다. 정말 하고 싶은 것과 단순히 다른 사람들이 한다고 해서 따라 하고 싶은 것을 구분하기 시작했다. 골프는 정말 배우고 싶어서가 아니라 '은퇴자들은 골프를 해야 한다'는 막연한 생각 때문이었다. 과감히 포기했다. 대신 정말 좋아하는 운동과 글쓰기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로 했다.


여행도 마찬가지다. 유럽 배낭여행, 크루즈 여행 등 화려한 여행 계획을 세우고 있었는데, 정말 내가 원하는 여행이 뭔지 생각해 보니 그냥 가까운 곳을 천천히 걸으며 둘러보는 것이었다. 집 근처 산책로를 걸으며 계절의 변화를 느끼는 것, 동네 카페에서 여유롭게 차를 마시는 것이 더 매력적이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덕은 과도함과 부족함 사이의 중간, 즉 중용에 있다고 했다. 교직 생활 내내 학생들에게 가르쳐온 이 개념이 JOMO와 연결되는 지점이 있다.


FOMO는 어떤 면에서 '과도함'의 영역에 속한다. 모든 것을 경험하려는 욕구, 뒤처지지 않으려는 강박이 지나치다 보면 정작 중요한 것들을 놓치게 된다. 반면 JOMO는 적당한 선택과 집중을 통해 진정으로 의미 있는 것들에 집중하는 중용의 자세라고 할 수 있다.


33년간 교직에 있으면서 나 역시 모든 것을 다 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있었다. 수업도 완벽해야 하고, 생활지도도 완벽해야 하고, 각종 연수도 빠짐없이 참여해야 하고, 동료들과의 관계도 원만해야 하고... 그런데 그렇게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하려고 애쓰다 보니 정작 가장 중요한 것, 즉 학생들과의 진정한 소통을 놓칠 때가 있었다.


이제는 선택과 집중을 한다. 정말 중요한 것들에만 에너지를 쏟고, 나머지는 과감히 놓는다. 그러니까 오히려 더 좋은 결과를 얻고 있다. 수업 준비에 온 마음을 쏟으니 학생들의 반응도 더 좋아졌고, 진정으로 마음이 맞는 동료들과는 더 깊은 관계를 맺게 되었다.


관계의 질적 변화

JOMO를 실천하면서 인간관계도 달라졌다. 예전에는 모든 모임에 참석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동료들과의 회식, 동호회 모임, 각종 친목회... 정말 가고 싶지 않아도 '안 가면 관계가 소원해질까 봐' 억지로 참석했다. 이제는 정말 만나고 싶은 사람들과만 시간을 보낸다. 숫자는 줄었지만 관계의 질은 훨씬 좋아졌다. 형식적인 인사나 안부 대신 진짜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눈다. 서로의 고민을 들어주고, 조언을 구하고, 때로는 그냥 편안한 침묵을 함께 즐기기도 한다.


특히 함께 교직에 몸담았던 몇몇 동료들과는 더 깊은 우정을 나누게 되었다. 예전에는 주로 업무 이야기나 학교 험담 위주였다면, 이제는 인생에 대한 진지한 대화를 나눈다. 은퇴 후의 꿈, 지금까지의 인생에 대한 성찰, 앞으로의 계획 등을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은퇴 후의 새로운 꿈

바쁘게 이곳저곳 다니던 때는 늘 피곤했다. 몸도 마음도 쉴 틈이 없었다. 그런데 불필요한 활동들을 줄이고 나니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게 되었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규칙적인 생활이 가능해졌다. 스트레스도 많이 줄었다. 뭔가 놓치고 있다는 불안감, 뒤처지고 있다는 조급함이 사라지니까 마음이 평온해졌다. 학교에서의 업무에도 더 집중할 수 있게 되었고, 학생들과의 관계도 더 좋아졌다.


운동도 더 꾸준히 하게 되었다. 이제는 집 근처를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을 안다. 무리하지 않고 내 몸에 맞는 강도로 꾸준히 한다. 이제 은퇴 후에 대한 꿈도 달라졌다. 예전에는 거창한 계획들을 세웠다. 새로운 분야 공부를 해볼까, 봉사활동을 해볼까... 하지만 지금은 단순하고 소박한 꿈을 꾼다.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서 산책하고, 좋아하는 책을 읽고, 가끔 옛 제자들과 만나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 계절의 변화를 느끼며 작은 여행을 떠나고, 아내와 함께 소소한 일상을 즐기는 것. 그런 평범하지만 소중한 일상이 내가 꿈꾸는 은퇴 생활이다.


33년간 교직에 있으면서 늘 학생들에게 말해왔다. "진정한 성공은 남들이 정해놓은 기준이 아니라 자신만의 기준으로 측정하는 것"이라고. 이제야 그 말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는다. 나만의 속도로, 나만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것이 진정한 성공이다.


마치며

FOMO에서 JOMO로의 전환은 단순한 라이프스타일의 변화가 아니다. 인생을 바라보는 관점의 근본적인 변화다. 더 많이 가져야 한다는 욕심에서 지금 가진 것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모든 것을 다 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정말 중요한 것만 선택하는 지혜로의 전환이다.


앞으로 몇 년 남은 교직 생활도, 그 이후의 은퇴 생활도 이제 다른 마음으로 준비하고 있다. 무엇을 더 해야 할지 고민하는 대신, 무엇을 덜어낼 수 있을지 생각한다. 진정한 행복은 많은 것을 소유하는 데서 오는 게 아니라, 지금 내가 가진 것들에 온전히 만족하고 감사하는 데서 온다는 것을 이제야 깨달았다.


나는 이제 아무것도 놓치고 있지 않다. 오히려 정말 중요한 것들을 얻고 있다. 평온함, 만족감, 그리고 진정한 행복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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