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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흔들의자 Dec 12. 2022

#27. (소시오패스가) 구성원 퇴사에 대처하는 법

(직장 내) 소시오패스가 만연한 시대, 고군분투 직장 생존기  Vol.2

*극 중 등장하는 인물/단체/사업/사연 등에 유사함을 느낀다면, 당신 상사도 소시오패스입니다.
**극 중 등장하는 인물/단체/사업/사연은 모두 허구입니다만, 일부 경험담에 기반했습니다


 조직 내 구성원에는 언제든 변화가 생길 수 있기에 마지막을 어떻게 마무리하느냐가 중요하다. 그리고 리더와 구성원 사이에 그 마무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나가서도 볼 사람'과 '다시는 볼일 없는 사람'으로 구분되고는 한다. 


남대리가 신규 사업부에서 1년간의 고생을 뒤로하고 조직을 떠나기로 했을 때, 조직 책임자인 이 팀장과 상위 책임자였던 조 상무는 '다시는 볼일이 없는 사람'처럼 굴기 시작했다. 그들의 비겁한 입장 정리에 인사담당자들 마저도 깔끔하지 못한 뒷마무리에 동참하였고, 남대리는 마지막 남은 미련마저 깔끔하게 정리한 채 회사를 떠날 결심을 굳히게 되었다.

 



1월 중순 오전 10시 (사내 카페)

"남 대리, 퇴사 결심에는 변함이 없는 거야? 연말 인사이동도 마무리된 시점에 갑자기 퇴사를 하겠다고 하니 경황이 없긴 한데, 다시 생각해 볼 마음은 없는 거지?"


"네, 연말 쉬는 기간 동안 많이 고민한 결과이고, 심경에 변화가 생길 것 같지 않습니다."


"갈 곳도 아직 정하지 않았다면서, 그렇게 급하게 퇴사하는 이유가 있는 거야? 혹시 결혼 준비하는 거야?"


"아니요, 좀 쉬면서 앞으로 제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지, 또 잘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고민해보고 갈 곳을 정하려고 해요. 지금은 그저 좀 쉬고 싶습니다."


"그래, 그래. 그간 많이 고생했으니까 좀 쉬는 것도 좋지. 그럼 언제까지 출근할 생각이야?"


"1월 말까지 출근하고 설 연휴부터 이후로는 연차 사용 후에 2월 중순쯤 퇴직하는 절차 생각 중입니다."


"설 연휴 고려하면 실제 출근하는 건 2주 남짓이겠네. 후임자가 그때까지 구해질 리도 없고, 혹시 2월 중순까지 출근하고 2월 말 퇴사하는 건 좀 어려울까?"


이 팀장은 후임자 인선과 인수인계를 핑계로 남 대리의 퇴사 일자를 최대한 늦추고 싶어 했지만, 이미 마음이 떠난 남 대리를 붙잡기에는 두 사람의 유대관계가 너무 약했다. 그저 일만 시키는 팀장과 그 일을 묵묵히 수행했던 팀원의 관계일 뿐 남 대리의 커리어와 육성을 고민한 적이 없는 리더였기에 이별은 오히려 손쉬웠다.


그렇게 남 대리의 퇴사가 기정사실이 되자, 회사 내에는 빠르게 퇴사 소식이 퍼져 나갔다. 그리고 본인이 아낀다던 스탭이 퇴사하겠다는데도 아무런 반응이 없던 조 상무는 불현듯 안타까운 퇴사 소식을 접했다는 것처럼 점심을 사주겠다고 제안했다. 


"남 대리, 결혼 준비 때문에 퇴사를 결심했다면서요. 아쉽지만, 개인의 대소사가 우선이니 앞으로도 남 대리의 앞날을 응원하겠습니다. 오늘은 그런 의미에서 맛있는 점심을 사고 싶은데 시간 괜찮나요? 시간 되는 팀원들도 다 같이 갑시다."


어느새 남 대리의 퇴사 사유는 결혼 준비를 위한 것이라는 소문이 회사 내 빠르게 퍼졌고, 남 대리도 초반에는 그런 거 아니라며 주위 사람들에게 부연 설명을 했지만 어느새 그런 노력도 구차하다 느꼈는지 그냥 별 대꾸 없이 넘기게 되었다.


팀 공식적인 송별회는 그렇게 조 상무와의 점심자리로 대체되었고, 팀원들끼리 따로 모여 진짜 송별회를 조촐하게 진행했다. 그 자리에서 아쉬움과 먼저 떠나는 미안함이 겹쳐 결국 남 대리는 눈물을 보였지만, 팀원들은 지난 1년 동안 묵묵히 참고 견뎌준 남 대리의 앞날을 응원하고, 축복해주는 것 밖엔 해줄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렇게 조직 내에서는 아무런 일이 없다는 듯 애써 외면하는 사이, 남대리는 회사를 떠났다. 




떠나는 이에게 왜 떠나려고 하는지, 무엇이 힘들었는지 그들은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혹여나 자신들의 과오가 원인이 되어 구성원이 떠나게 되었다는 말을 듣는 게 두려웠는지, 그들은 그저 무시하고 아닌 척했다. 


이 팀장과 조 상무는 그들이 편한 구실을 만들어 구성원이 떠나는 이유를 합리화했다. 그러나 그들만의 정신승리 방식의 진실이 구성원들 사이에는 빠르게 스며들었고, 이에 실망한 사람들은 하나둘 이탈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회사의 불안한 미래와 조직 리더들의 리더십에 대한 의구심이 더없이 커지면서 회사에서는 여전히 야근을 밥먹듯이 했지만, 집에 와서는 밤새 이력서를 쓰는 이중생활이 시작되었다.


그렇게 각자의 방식으로 탈출을 꿈꾸는 각자도생의 장이 열렸다.



이전 에피소드가 궁금하다면:https://brunch.co.kr/brunchbook/sociopath


이미지 출처:Photo by Possessed Photography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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