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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필우입니다 Nov 06. 2024

책을 읽기 위해 글을 쓰다

Prologue



           

모든 것을 다 알기에는 세월을 너무 많이 먹었다. 환갑 진갑 지나면 아픈 추억도, 잊고 싶은 기억도, 시린 경험도 보약으로 변환시켜야 할 때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러나 훌훌 털어버리려 해도 부끄러운 기억이나, 억울한 과거가 득달같이 달려들어 가슴팍을 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가슴 저 밑바닥에 침전물이 되어 가라앉은 지난한 기억을 들쑤시는 데 무감각해지면 문제다. 좌절하고, 어쩔 수 없다는 말로 절망하면서 세상을 탓하다 문득 고개를 들면 세상의 끝자락에서 뒤돌아볼 여유조차 없어진 뒤다. 


어김없이 세월에 삭아가는 인생은 이제 정리하는 연습이 필요한지도 모른다. 그런 까닭에 아련하면서 행복했던, 돌이킬 수 없어서 필연적으로 아름다울 수밖에 없는 추억을 소환하는 연습이 필요한 때다. 스스로 만든 기억의 지옥도 이제는 낡을 대로 낡아 스러지기 일보 직전일 때 기회는 지금이다.


노년의 삶은 자극이 필요하다. 영광보다는 폭력과 비루한 순종의 시간이 길었다 해도, 강렬한 자극으로 나와 내 주위를 변화해 보자. 새로운 것에 눈을 뜨고 귀 기울이며, 생소한 것에 감히 도전장을 던진다. 혹 아는가? 젊은 시절의 꿈이 살아날 수 있을지.      


궁상맞게 나이 들어가면서 수지타산 따지지 말자. 약간의 희생을 지불하면 지난날 마음껏 방전해 버린 불꽃이 다시 튈 수도 있다. 


잊힌 이상을 깨우고, 그를 향한 현명한 선택은 운명도 거스를 수 있다는 사실이다. 남은 생, 발효할 것인가 부패할 것인가는 우리네 선택에 달렸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영원히 죽지 않을 것처럼 살아가련다.


그동안 내 글을 쓰느라 남의 글 읽기를 소홀히 하였다.

책을 읽기 위해 글을 쓴다? 

출력을 위해선 입력이 필요하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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