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생각하는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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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발이 눈덩이에 쉽게 파묻힐 때면 온전한 겨울이 왔구나 생각하게 된다.
시퍼렇고 형형한 빛이 방으로 틈입할 때, 높이가 낮아지는 움푹한 곳에 그 빛이 고일 무렵에는
갑자기 한기가 돌면서 춥다는 걸 실감하였다. 어두운 곳에서 푸른 조명을 비춰둔 것 같은
조도의 빛은 심해의 단면을 도려낸 것만큼 짙푸른 느낌이었고
두 눈을 완전하게 뜨지 못한 채 실눈만 뜨게 한 햇빛이
덜 눈부시다고 느껴질 때, 늘 차가운 손의 냉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손을 마주 잡기가 고민될 때
빗발 같이 내리는 눈발이 쉴 새 없이 떨어져서
다른 계절은 생각할 겨를 조차 주지 않을 때
겨울은 그렇구나, 하고 느꼈다.
지나간 계절들은 액자라는 작은 개체에 담겨
점이라는 것이 된 것 같다.
그 점은 회랑에 걸리는 그림이 된 것 같다.
왜냐하면 나는 계절을 보내고, 간직하는 형태를 회랑에 둔다고
생각해 왔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