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딘가에서 발원된 소설

포에 산문집 (오늘은 소설 아니고 다른 글)

by 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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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사랑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여러 달을 고민했다.

소설을 쓴다는 행위가 무엇인지 설명하는 글들을 보면서, 나도 그런 생각을 했다. 내게도 소설은 소중했다. 소설을 생각하면 가슴이 따끔하거나 속이 쓰린 증상들도 있었다. 그 감정의 시작이 어디에서 왔는지 나는 내면 속으로 들어가 찾아보기로 했다. 소설을 쓰는 것에 대한 나만의 의의를 부여하고, 마음에서 보존하다가 소설을 쓰고자 하는 마음이 흐려질 때면 내 앞에 내걸고 싶었다. 아무도 명령하지 않은 '나는 소설을 왜 사랑하는가?'에 대한 질문의 해답을 찾아보기로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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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제시한 질문을 답을 찾아보기 위해 글을 쓰는 어플을 켜두고 고민에 빠졌다.

소설을 왜 사랑하는가?라는 질문의 거대한 면적에 갇혀 그 한 주제만 골몰하고 있는 내가 조금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내 마음을 명확하게 대변해 줄 단어나 문장이 기다렸다는 듯 내게 오면 좋을 텐데. 이건 누구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는 내밀한 영역의 고민이었고, 나는 속으로 끙끙 앓았다. 이 확고한 마음을 어떤 글로도 나타낼 수가 없는 걸까? 하는 걱정이 들어 내 고민은 점점 더 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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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고한 마음을 실마리로 남겨 놓은 채, 숱하게 고민을 했다. 그러다 머릿속으로 문장이 차츰 걸어오기 시작했다. '마음은 어디에서 발원되는 걸까?라는 문장이었다. 맑은 강은 처음부터 이렇게나 커다랐을 것 같고 물도 풍족했을 것 같지만, 그의 처음은 어땠을까. 이 물이 흘러드는 걸 시작한 곳은 여기보단 작을 것이다. 하지만 절대 말라버리고 싶지 않다는 간절함으로 버티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되었다.

내겐 소설이 그러했다. 마음은 아마도 가장 연약한 물줄기에서 시작되었을 것이다.

그 물줄기를 붙들고 싶어서 나는 소설을 사랑하는 마음을 놓을 수 없었구나.

이 물이 다 증발하고 지면이 갈라지게 두지 않으려면 나는 소설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남아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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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마음이 어디서 발원되었는지 찾아가는 여정은 괴로우면서도 퍽 즐거웠다. 나도 숨겼던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무엇을 그토록 원했는지 알아채는 순간 삶의 의미가 달라졌다. 내가 소설을 원하는 만큼, 나도 소설을 적어 보고 싶다는 생각은 점점 더 번져갔다. 그러자 메마르다 못해 척박해져 있던 내 삶이 소설로 인해

범람할 것 같은 물로 적셔지기 시작했다. 그 마음이 찰나가 아닐까. 금방 나타났다 내 마음을 벗어나 소멸되는 건 아닐까. 변덕이 심한 나를 위해 소설에 대한 내 마음이 찰나의 강렬한 감정이 아닐지를 또 살폈다.


이젠 내가 글에 품고 있는 감정은 진심이라는 걸 안다. 나를 보존하면서 살 수 있는 삶의 주춧돌이 소설이라는 것도 잘 안다. 내 삶을 떠나지 못하고 기거하는 이 마음을 이젠 마음껏 표현하면서 살고 싶다.


지금도 나는 변심 없이 소설을 사랑한다.


내게서 비롯되었고, 나만이 알고 있던 이 감정을 이젠 세상에 방생해보고 싶다.

사랑하는 마음을 늘 숨겨두고 살았던 내가 낼 수 있는 최대의 용기로.

그래서 다시는 이 마음이 말라버리지 않도록.







12월에 브런치스토리를 시작하려고 했을 때 쓴 글입니다.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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