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에리기 9시간전

나를 채우는 여행 in 라오스   (2일 차 새 벽)

귀한 인연

2일 차 오전이에요.  잠시 눈을 감았다가 뜨니 라오스 입국 카드를 작성하라고 한 장씩 나눠주세요.  바로 기입을 하고 가이드북 뒤편에 나와있는 작성법을 더블체크했어요.

한국시간으로 새벽 한 시쯤에 도착을 했네요. 새로운 낯선 땅에 대한 기대감과 잘 도착했다는 안도감이 동시에 느껴지면서 심장이 요동쳤다죠.

입국장으로 들어가며 타고 온 비행기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요.

입국장으로 들어가는 길에 담은 순간이에요. 다들 눈치껏 우르르 무리 지어 가는데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이름 모를 이들과 함께여서 인지 요동치던 심장이 이내 웅장해지더라고요. 마음이란 놈이 가벼워요.

입국장으로 들어가는 순간에 담은 사진

여객라운지에 들어서니 되게 친숙한

시외버스터미널에 온 느낌이 들었어요.  라운지 내의 대부분의 상점들은 이미 닫힌 지 오래였지만  내심 기분이 좋았던 것 같아요. 배낭여행이 주는 자유로움 때문이랄까요.

열흘짜리 심 카드를 하나 구입하고  바로 택시 승강장으로 가서 하우머치를 외치며 6불을 부르는 택시를 기다리다  잔뜩 긴장을 하며 뒷좌석에 가방을 밀어 넣었어요. 혹시 모르니까요. 여행 가서 믿을 건 나 자신뿐이거든요. 기우였을까요? 우려와 달리 기사님은 영어를 몇 마디 할 줄 아는 분이었고 웰컴투 라오스란 말과 함께 웃음꽃을 피웠네요.  

이른 새벽에 도착한 숙소의 첫 모습은 낯설지만, 왠지 모를 설렘이 느껴졌어요.  호스텔 주인에게 예약자 이름을 말하고 나머지 비용을 지급해요.  여권은 머무는 기간 내엔 호스텔 주인에게 맡겨요.


와우! 몰랐는데 이 호스텔은 풀장도 있네요. 배고픈 여행자들에게 무료풀장은 최고의 선물이죠.

배정받은 방의 침대 위에 배낭을 올려놓고 지갑과 필요한 몇 가지를 빼어내어 나왔어요. 숙소 건너편에 여행자들이 한가득이어서 용기를 내어

다가가봐요. 이미 다들 어느 정도 술에 취해 있었지만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돌아가며  여행경험과 계획을 말해요.

얼마나 마신 걸까요? 무엇을 하며 살아왔는지는 문제가 되지 않았어요.  동이 트는 새벽 6시까지 술과 이야기로 달렸으니까요. 잠을 청하러 가기 전에 셀카를 담아요. 3,2,1 show me your big smile! 을 외치고요. 연락처를 교환하고 다음을 기약해요. 이 힘든 세상 우연인지 필연인지는 모르겠지만 술에 기대어 잠시 웃어보며 힘을 내보자는 제 생각이기도 어쩌면 그네들을 위한 저의 진심이 담긴 격려의 의미로 말이죠.


Eric's 여행노트


# We're travellers not the bandit!!


여행자라는 게 참 그래요. 잠시 머물다 가는 자유로운 영혼들이라 처음 봐도 오래전 본 것처럼 반갑고 이내 쉽게 어울리고 안전한 여행을 기원하며 각자가 선택한 길로 나아간다죠. 물론 떠나기 전에 손을 흔들 어 줄 수 있는 여유를 부릴 수도 있고 이동하는 아침에 시간을 못 맞춰서 기약 없는 이별을 할 수도 있어요.

그래서인지 사진 속의 여행자들의 이름이 정확히 기억이 나진 않지만, 함께 했을 때의 즐거움은 지금도 제 곁에 살아 숨 쉰다죠.


(C) 2024. 에리기. All rights reserved.

작가의 이전글 나를 채우는 여행 in 라오스 (1일 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