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의 인사
잠시 눈을 감았다가 뜨니, 라오스 입국 카드를 작성하라고 한 장씩 나눠주네요. 바로 알맞게 기입을 하고, 안내서 뒤편에 나와 있는 작성법을 두 번 빠르게 확인했어요. 한국 시각으로 새벽 한 시쯤에 도착했네요. 낯선 이국 땅에 대한 기대감과 잘 도착했다는 안도감이 동시에 느껴지면서, 심장이 요동쳤어요.
입국장으로 들어가며, 타고 온 비행기에 고맙다고 인사를 건네고요.
아래 사진은 입국장으로 들어가는 길에 담은 순간이에요. 다들 눈치껏 우르르 무리 지어 가는데,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이름 모를 이들과 함께여서인지 요동치던 심장이 이내 웅장해지더라고요. 그러고 보면 마음이란 놈이 참 가벼워요.
여객 라운지에 들어서니, 되게 친숙한 시외버스터미널에 온 느낌이 들었어요. 라운지 내의 대부분의 상점은 이미 닫힌 지 오래였지만, 내심 기분이 좋았던 것 같아요. 여행이 주는 자유로움 때문일지도요. 열흘짜리 심 카드를 하나 구매하고, 바로 택시 승강장으로 발걸음을 옮겨요.
택시 승강장에서 '하우머치?'를 외치며 6불을 부르는 택시를 기다리다, 잔뜩 긴장하며 뒷좌석에 가방을 밀어 넣었어요. 혹시 모르니까요. 여행 가서 믿을 건 나 자신 뿐이거든요. "기우였을까요?" 우려와는 달리 기사님은 영어를 몇 마디 할 줄 아는 분이셨고, '웰컴 투 라오스'란 말과 함께 웃음꽃을 피웠네요.
이른 새벽에 도착한 숙소의 첫 모습은 낯설지만, 왠지 모를 설렘이 느껴졌어요. 호스텔 주인에게 예약자 이름을 말하고, 나머지 비용을 지급해요. 여권은 머무는 기간 내엔 호스텔 주인에게 맡겨요.
와우! 몰랐는데, 이 호스텔은 풀장도 있네요. 배고픈 여행자들에게 무료 풀장은 최고의 선물이라죠.
배정받은 방의 침대 위에 배낭을 올려놓고, 지갑과 필요한 몇 가지를 빼내어 나왔어요. 숙소 건너편에 여행자들이 한가득이어서 용기를 내어 다가가 봐요. 이미 다들 어느 정도 술에 취해 있었지만,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돌아가며 여행 경험과 계획을 나눴어요.
"얼마나 마신 걸까요?" 무엇을 하며 살아왔는지는 문제가 되지 않았어요. 동이 트는 새벽까지 술과 이야기로 밤을 지새웠으니까요. 잠을 청하러 가기 전에 사진을 담아요. "3,2,1! Show me your big smile!"을 외치고요. 연락처를 교환하고, 다음을 기약해요. 이 힘든 세상, 우연인지 필연인지는 모르겠지만, 술에 기대어 잠시 웃어보며 힘을 내보자는 제 생각이기도, 어쩌면 그네들을 위한 저의 진심이 담긴 격려의 의미로 말이죠.
Eric's 여행노트
# We're travelers not the bandit!
여행자라는 게 참 그래요. 잠시 머물다 가는 자유로운 영혼들이라, 처음 봐도 오래전 본 것처럼 반갑고, 이내 쉽게 어울려요. 그리고 서로의 안전한 여행을 기원하며, 각자가 선택한 길로 나아간다죠. 물론 떠나기 전에 손을 흔들어 줄 수 있는 여유를 부릴 수도 있고, 이동하는 아침에 시간을 못 맞춰서 기약 없는 이별을 할 수도 있어요. 그래서인지 사진 속 여행자들의 이름이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함께 했을 때의 즐거움은 지금도 제 곁에 살아 숨 쉰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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