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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조와 덕이 Apr 15. 2024

연초록이 짙어지기 전에

자주 만납시다.


생각지도 못한 비가 오네요. 월요일 아침부터 말이지요. 창 밖으로 빗소리와 분수대 소리까지 들려서 마음이 두 근 방 세근방해서 창문을 닫았습니다. 분명 어젯밤까지는 그렇게까지 너울거리지 않았는데 길가에 보이는 나무들이 연초록으로 너풀거리고 있어요. 아침에 차량을 도로에 진입시키던 순간 우측에 선 나무 한그루가 신세계를 보여주고 있더라고요. 비가 와도 저 이파리들은 더 푸러러 질 기세입니다. 


이파리 없는 꽃들이 여기저기 피어날 때 늘어선 느티나무 가지에 오매불망했지요. 언제쯤 싹이 나오려나. 꽃보다 이쁠 그 싹눈이 나오기를 아이같이 손을 꼽았습니다. 드디어 질긴 나무껍질을 뚫고 촉촉 뭔가가 필 때 그건 초록이 아니었어요. 


출출 마른 껍질인가를 떨어뜨리고 날리기도 했으며 불그스름하게 보이기도 했지요. 빼꼼빼꼼 가지마다 싹눈이 나올 때 참 남에게 말도 못 하고 속으로 쾌재를 불렀습니다. 가슴도 둥둥거렸고요. 그걸 같이 호응해 줄 사람이 참 없잖아요.


정말 어제까지도 분명 그 정도였는데 아침에 본 느티나무들은 넝쿨넝쿨 출렁이고 있었습니다. 비까지 뿌리는 월요일 아침이어도 튼튼하게 선 시커먼 나뭇가지는 만져보고 싶을 만큼 보드라울 연초록을 둘렀습니다. 누구에게 보여줄라고 저리 이쁘게 치장을 시작했는지. 우리 실컷 나가서 바라봐줍시다.


나무도 직접 보면 달라요. 생각하는 그 색깔도 직접 보면 다르지요. 물감으로 푼 색도 이쁘지만 나무가 전해주는 어린 연두색은 얼마나 이쁘던지요. 작년에도 보았고 이미 알고 있는 색이지만 한 번쯤 애정을 가지고 들여다보세요. 머릿속의 생각들을 다 내려놓고요. 


그런데 첫 이파리들은 왜 이렇게 이쁠까요? 어린잎 첫 잎이라서 그런가요? 아직 때 묻지 않아서? 이제 막 세상 구경하는 초보 초심을 가진 생물이라서 그럴까요? 우리 집 가훈이 '늘 처음처럼'이었는데 어느 소주회사가 그걸 따갔더라고요. 처음은 초심은 처음이라서 설레고 기대되고 아름다운 건가 봅니다.


사람의 마음도 처음처럼 초심이 변하지 않는다면 참 아름답겠어요. 처음 마음이 변하지 않으려면, 늘 반가운 사람이 되려면 어떡해야 할까요? 세상이 그러도록 가만 두지 않지요. 오늘처럼 해가 뜨기도 전에 비가 오고 애써 피워둔 모과꽃이랑 해당화도 다 떨어뜨려 놓으니 말입니다. 


나에게도 남에게도 초록초록하고 반가운 사람이 되려고들 합니다. 그러려면 오늘 같은 비도 거뜬히 이겨내려면 많은 준비와 대처가 필요하겠어요. 무엇보다 감정관리를 잘해야 할 듯합니다. 


든든하게 선 나무처럼 튼튼한 심지를 가지려면 제각기 좋아하는 일도 하나이상은 가지면 좋겠고요. 기다리지 말고 먼저 손 내밀어 연락하고 베푸는 마음도 자기감정 조절에 도움이 되겠습니다. 이렇게 글로 연초록을 전하는 것도 그 방법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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