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형 사랑에 동의한 결말
나는 남자친구와 2주 동안의 타임아웃을 가지면서, 일부러 더 그에 대해 생각하고자 노력했다. 우리 관계에 대한 해답을 정해진 시간 안에 찾아야 했기에 그와의 만남과 추억을 시간이 날 때마다 틈틈이 곱씹었다.
냉철하고 이성적인 사고와 판단을 하기 위해 책상에 앉아 내가 사랑했던 그의 모든 것과 내가 사랑하지 못한 그의 모든 것을 적어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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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는 그의 잘 웃는 반달눈을 사랑했으나 타인에 대한 지나친 친절함은 이해하지 못했다.
2. 나는 그가 속삭이는 다정한 말들을 사랑했으나 약자에게 공감하지 못하는 그의 태도가 불편했다.
3. 나는 그의 박학다식함을 사랑했으나 그의 엘리트주의적인 발언엔 반기를 들 수밖에 없었다.
4. 나는 그의 효심을 사랑했으나 그의 부모의 경제적 기댐은 부담스러웠다.
5. 나는 그의 가느다랗고 긴 손을 사랑했으나 그가 매일 깨무는 손톱은 내 자녀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6. 나는 그의 일에 대한 열정을 사랑했으나 그의 결과론적인 태도는 이해하지 못했다.
7. 나는 그의 화려하고 정돈된 언변을 사랑했으나 매 대화를 토론으로 만드는 그와의 대화는 기가 빨렸다.
8. 나는 그와 나누는 폭넓고 깊이 있는 대화를 사랑했지만 그와는 개그코드가 맞지 않았다.
9. 나는 그의 진심 어린 응원과 격려를 사랑했지만 항상 열심히 살아야만 할 것 같은 압박이 들었다.
10. 나는 그가 나에게 보이는 배려를 사랑했으나 지나친 배려는 나를 오히려 눈치 보게 만들었다.
11. 나는 그와의 안정된 관계를 사랑했지만 내 마음속 응어리들과 답답함은 없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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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내가 사랑하기에 충분히 매력적인 사람이었지만, 반대로 그러지 못할 이유도 충분했다. 그럼에도 내가 그와의 관계를 길게 유지해 온 이유는 그가 제시한 [노력형 사랑]에 동의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사랑에 있어서 [노력]을 제일 큰 가치로 두는 사람이었다.
연애 초반 이런저런 이유로 다툴 때면 그는 항상 나에게 말했다. "네가 다른 누구를 만나도 완벽하게 맞을 수는 없어. 서로 노력하면서 맞춰가는 거야."
그 또한 내 모습 중에 사랑하지 못하는 모습이 왜 없으랴. 그저 나보다 더 성숙한 사람이었기에 말을 아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나와의 관계를 위해 노력할 의향이 충분히 있다고, 네가 노력할 의지만 있다면 무엇이든 맞춰나갈 수 있다고 나를 설득했다. 그리고 실제로 변화하는 자신의 모습으로 그것을 증명해 보였다.
그의 설득과 행동에 나는 그와의 [노력형 사랑]에 동의했다.
그와는 함께 노력해 볼 가치가 있다고 느꼈고, 그가 보인 의지와 노력에 보답하고 싶었다. 그래서 내가 사랑하지 못했던 그의 모든 것들을 사랑하고자 노력했다. 그를 고치기보다 그를 사랑하지 못하는 나를 고치려고 했다.
그렇게 노력하다 보면 그의 모든 것을 내가 사랑할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나는 바뀌지 않았다.
아무리 외면해도 일어날 문제는 결국 일어났고, 노력한다고 바꿀 수 없는 것들이 많았으며, 바뀌지 않는 것들도 많았다. 무엇보다 노력한다고 그의 모든 것을 사랑할 수는 더더욱 없었다.
"사람은 고쳐 쓰는 것이 아니다."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라는 말은
바로 나 자신에게 해당되는 말이었다.
나는 고쳐지지도 변하지도 않았다.
[노력]에겐 사랑의 결말을 바꿀만한 힘이 존재하지 않았다. 적어도 이 연애에서는 말이다.
그것은 어쩌면 명분과 허울만 창대한, 나의 시간과 에너지를 빼앗아 간 헛것이지 않았을까. 어쩌면 나는 그저 내가 부은 이 [노력]이 아쉬워 스스로 발목 잡힌 것은 아닐까.
나는 마침내 길고 길었던 우리의 [노력]에 마침표를 찍어야겠다는 확신이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