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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민호 Apr 04. 2024

감정은 100% 주관적이다

 감정이라는 건 자신 쪽을 향해야 합니다. 그런데 많은 분들이 감정의 방향이 자신이 아닌 타인 쪽으로 가요.

 과연 내가 지금 이 감정을 느끼고 있는 걸 저 사람이 어떻게 볼까. 또는 저 사람한테 티 나면 안 되는데.

 내가 우울하거나 기분이 안 좋거나 이런건 어떻게 남한테 설득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닙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거죠.


 감정을 내가 있는 그대로 잘 받아들이려면 어떤 감정이 들던 나에게 타당성을 부여해야 합니다.

 미리 말하자면 이게 되게 이상해 보일 수 있습니다. 

 자기한테 어떤 감정이든지 그건 다 옳다, 옳다 해주면  이상한 사람이 될 것 같고, 막 나가는 사람이 될 것 같고, 버릇없는 사람이 될 것 같고, 그럴 수 있습니다.

 많은 부모님들이 이 생각 때문에 아이들의 감정을 못 받아줍니다. 이 감정 받아주다가는 애 망칠 거 같아서, 애가 짐승처럼 되면 어떡하나.

 근데, 사람은 이미 짐승이에요.

 사람은 뇌 안에 깊숙이 짐승이 있어요. 그 짐승을 억누른다고 해서 짐승이 없어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잘 받아들여 줘야만 자신속의 짐승이 자신의 편이 되고 그래야 마음이 안정되고 자기 자신과 가까워지는 겁니다.


 다른 사람에게 항상 인간다운 나만 보이려고 하고 짐승다운 나는 감추려고 하면 할수록 인간관계 자체가 부담스러워 지니까 점점 더 고립이 됩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한국사회는 개개인의 그런 짐승됨을 공유하고 자연스럽게 나누는 문화가 아니죠.

 오히려 평가하고 지적질하죠.

 하지만 그럴수록 자기 자신이라도 그 감정을 통제하려는 드는게 아니라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나 쟤 죽이고 싶어' 같은 나쁜 생각이 들 땐, '아, 나 이러면 안 되는데' 이렇게 스스로를 타박하면서 비하하며 자괴감 느끼는 것이 아니라 그 생각 자체를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타인이 '너는 왜 그런것 가지고 그러냐.' 이런식으로 따지고 들 수록 '나'는 '나의 감정'과 친해져야하고 가까워 져야 합니다. 멀어질수록 독이됩니다. 무조건 가까워져야 해요. 무조건.

 '나는 왜 이런 상황에서 이런 감정이 들지?'가 아니라 '나는 이런 상황에서 이럼 감정이 드는구나.'라고 받아들이는 것.

 이걸 수용이라고 합니다.

 내 마음을 내가 수용한다. 받아들인다. 내 편이 된다. 

 이렇게 하면 자기 자신만 아는 이기적인 사람이 될 것 같지만 참 신기하게도 진짜 자기 편이 되는 사람은 마음이 편안하기 때문에 남에게도 편하게 대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남을 자꾸 부정하고 무슨 말만 하면 자꾸 반박하고 이런 사람들은 알고 보면 자기가 스스로 자기를 수용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남을 비하하고 깎아내려야지만 내가 올라가는 느낌을 받기 때문에.


 감정은 개인의 고유한 100% 주관적인 영역입니다. 남들이 봤었을 때의 감정이 아니에요. 

 이런 글을 봤습니다. 

 '뭐 어떤어떤 상황인데 내가 화내는 게 정상이야?', '상대가 뭐라뭐라 말했는데 너무 기분나쁜데 내가 예민한건가?' 뭐 이런 글들이요.

 이건 말이 안 되는 질문이에요.

 감정은 주관적인 겁니다. 감정이라는 건 다른 사람들도 이런 상황에서 이런지 타인에게 물어보는 게 아니라 본인이 체크하는 거에요.

 내가 여태까지 살면서 느낌 감정이 0점에서 10점이다라고 했을 때 지금은 5점인것 같다.

 그럼 5점이 맞는 거에요.

 여기에 전혀 의심하거나  뭐 그럴 필요가 없는 겁니다. 타인의 점검을 받을 필요도 당연히 없는 거고.

 다른 사람들은 전혀 화내거나 기분나빠할 상황이 아닌데 내가 화가 났다고 해서 내가 잘못됬다거나 그런게 아니라는 겁니다. 이건 타인중심적인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반드시 고쳐야할 오래된 나쁜 습관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나는 나고 타인은 타인입니다. 자신의 감정은 의심할 필요도 없고 타인의 허락을 구할 필요도 없습니다.

 

 '감정을 어떻게 하면 잘 통제할까요?' 같은 질문도 잘못된 질문입니다.

 이 질문 자체가 감정이 피크쳤을 때 이걸 어떻게 조절해야 하냐는 질문인데, 사실 감정은 피크 쳤을 때 조절하는 게 아니라 평상시에, 피크 안 쳤을 때 계속 관찰하는 거예요. 내 감정을 내가 매 순간 알고 있어야 돼요. 그래야지 평상시에 잘 해소가 되고 그래야 역치 위로 안 올라오는 거에요. 그게 사실 멘탈이 강한 겁니다.

 근데 많은 분들이 멘탈이 강하다면 감정을 하나도 안 느끼고 그게 멘탈이 강한 줄 착각하죠.

 사람은 감정 조절을 진짜 못 해요. 불가능해요. 어린애들 감정 조절 못하고 떼쓰고 그래 보이잖아요.

 근데 우리 어른도 사실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겉으로 티만 안 낼 뿐, 억지로 견디고 있을 뿐, 속에는 분명 존재합니다.

 그걸 외면하거나 스스로 타박하지 않고 나한테 스스로 타당성을 부여해야 합니다.


 일상을 살아가며 자신에게 드는 감정들을 한발 떨어져서 관찰하는 습관을 들여보세요.

 그리고 그 감정들을 부정하지 말고 수용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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