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예민한 사람입니다. 이걸 보는 당신도 아마 그렇겠지요.
타인의 행동 하나 하나에 의미를 부여하게 되고 그 사람의 마음을 추측하게 됩니다.
하고 싶어서 하는 게 아니라 그냥 자동으로 생각의 메커니즘이 돌아갑니다.
물론 이 생각의 메커니즘은 자신에게도 고스란히 적용됩니다.
내가 이런 말을 하면 저 사람이 저렇게 생각하겠지?
내가 어떤 행동을 하면 날 이상하게 보겠지?
꼬리의 꼬리를 무는 생각들을 계속 하다보면 결국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됩니다.
이런 생각을 혼자 하고 있는 것도 굉장히 피곤한 일이지만, 문제는 그로 인한 결과도 썩 좋지 못합니다.
너는 왜 그렇게 다른 사람들이랑 친하게 못 지내고 쭈뼛쭈뼛대냐. 왜 이렇게 소심하냐. 답답하게 그러고 있지 말고 자신감 있게 좀 해.
제가 부모님에게 많이 듣던 말입니다. 물론 그 따가운 눈빛도 함께요.
어릴땐 당연히 그래야 하는 줄 알았습니다.
부모님이 세상의 전부였고, 그들의 말이 진리이자 법이였으니까요.
저런 말을 계속 들으며 자란 아이는, '아, 나는 왜 성격이 이 모양 이 꼴일까.' 이런 식으로 자신이 가진 장점일 수 있는 부분을 스스로 자꾸 비하하게 되고 이게 패턴이 됩니다. 그래서 나는 부족한 사람. 그러니까 상대방을 더 배려해야 하는 사람. 이런 식으로 완전 꼬여버리게 되고 점점 더 힘들어 집니다. 비극이죠.
이 꼬여버린 타래를 풀기 위해 우선, '사회성'과 '사교성'의 차이부터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사교성이 높은 사람이 사회성이 높다는 오해를 하고 있습니다. 틀렸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인 경우가 더 많습니다.
'사교성'은 말 그대로 초면에 별로 어색해 하지 않고 명함을 주거나 자기 얘기를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사교성이 높은 사람들은 아무데나 가서도 편하게 말하고 저 사람이 기분이 좋든 안 좋든 분위기가 낯설든 애매하든 상관없이 막 들이대는 어찌 보면 좀 둔한 사람일수 있어요. 그런데 이런 행동만 보면 되게 자신감 넘치고 뭐 그래 보일 수 있죠.
반대로 '사회성'은 상대방의 마음을 입장 바꿔서 헤아릴 수 있는 능력입니다. 상대방의 마음이 어떨까를 헤아릴 수 있는 능력, 공감능력이 뛰어난 사람일수록 저 사람 표정 하나하나에 신경이 자꾸 쓰이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초면에 다가기가 어려울 수도 있고 근데 겉에서 행동만 보면 사회성이 안 좋은 것 처럼 보이는 거죠. 그리고 스스로도 자신의 이런 면을 보면서 나는 왜 사회성이 없고 눈치가 없을까라고 스스로 자괴감을 느끼게 되는 겁니다.
사교성이 좋은 사람은 그 강점을 살려 관계를 만들어 가면 되는 거고, 사회성이 좋은 사람은 또 자신들만의 방법으로 관계를 이어가면 되는 겁니다.
즉 성격에 우열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