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P.24.《첫눈이 오면 네가 생각나》
그해 겨울은 참 따뜻했어. 그렇지?
첫눈이 내린 날을 어제처럼 떠올려봐.
부천도 2025년 12월 4일 저녁,
올겨울의 첫눈이 소복이 내렸어.
하늘에서 떨어진 작고 하얀 알갱이들이
거리의 가로수 위에 먼저 내려앉았고,
사람들의 어깨 위에 뒤늦게 닿던 순간—
그건 누군가를 기억하는 선명한 풍경이 되었지.
그날 내 마음길은 어느 바닷가를 향했어.
하얀 파도가 부서지는 소리 위로
첫눈이 소곤거리듯 내려오던 그날의 바닷가,
기억이 먼저 도착해 있던 그 장소에 닿았지.
첫눈은 늘 그래.
아무 일도 아닌 듯 오는데,
마음 한편을 꾹 누르는 것처럼 내려앉아.
나는 기억 속 한 문장을 꺼내 들었어.
“약속 장소에서 만나자.”
첫눈 오는 날,
그렇게 약속한 기억이 있었거든.
혹시 우리…
살다가 어느 날 헤어지더라도—
그 순간만큼은 같은 기억 속으로 돌아가자고.
둘만이 소중했던 시간과 마음으로, 다시.
걸음을 옮길수록
눈은 발끝에 작은 소리를 더하고,
바람은 어디서 왔는지 모르게
머리 위에서 사그락거렸어.
사람들은 말해.
“첫눈이 오면 소원을 빌어야 한다”라고.
그런데 난 그때 알았어.
소원이 필요했던 건 첫눈이 아니라,
첫눈이 오면 함께일 거라 믿었던 마음이었구나.
그래서 묻고 싶어.
당신도 그런 약속을 해 본 적 있어?
첫눈 오는 날, 누군가를 기다리며
숨이 차도록 설레던 기억.
혹은 말없이 걸으며 끝없이
눈송이를 바라보던 그 시간.
첫눈은 우리를
조금 더 서툴게 만들고,
조금 더 부드럽게 감싸고,
조금 더 오래 남기지.
이상하게도, 첫눈이 오면
약속을 지키지 못한 사람들을
조용히 용서하게 된다.
그날 만나지 못해도,
다른 땅에서 살아가고 있어도,
그 시절 우리가 진심이었던 것만은
해마다 내리는 눈처럼 남아 있을 테니까.
첫눈은 늘
지나간 마음을 데려오고,
지키지 못한 약속을 다시 불러내.
그게 아직 마음을 건드린다면,
그렇게 누군가를 떠올리게 만든다면—
아마도 그건 지금도 여전히,
.
.
.
고독해서 그래.
네가 보고파서.
감성 에세이, 일상, 고독
― EP.24《고독해서 그래》 《그해 겨울은 참 따뜻했어. 그렇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