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공감이라는 이름의 선물
태어나면서부터
하루는 조금 다른 아이였어.
친구가 넘어져 무릎을 다치면
하루의 무릎도 같이 욱신거렸고,
엄마가 머리가 아프다고 하면
하루도 갑자기 이마를 꼭 쥐곤 했지.
처음엔 아무도 이유를 몰랐어.
“왜 또 아프다고 해?”
“아무 일도 없는데 왜 그래?”
하루는 설명할 수가 없었어.
그저… 남이 아프면
자기 몸 어딘가도 같이 아파 왔거든.
그래서 하루는
점점 사람들 가까이에 가지 않으려고 했어.
친구들이 웃고 떠들어도
조용히 뒤에 서 있었고,
놀다가 누가 다칠까 봐
먼저 집에 돌아오기도 했지.
엄마가 물었어.
“하루야, 왜 자꾸 혼자 있으려고 해?”
하루는 한참을 망설이다가
속삭이듯 말했어.
“다치면… 나도 같이 아파.”
엄마는 놀라서 하루를 꼭 안아 주었어.
하지만 그 이유를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었지.
어느 날이었어.
학교에서 친구 한 명이 발목을 삐끗해 넘어졌어.
친구는 울음을 터뜨렸고,
그 순간 하루도 그대로 주저앉아 버렸어.
발목이 쿡쿡 쑤시며 견딜 수 없이 아팠거든.
선생님이 놀라 물었어.
“하루야, 너도 다쳤니?”
하루는 고개를 저었어.
하지만 눈물은 멈추지 않았지.
그날 이후,
하루는 더더욱 사람들과 멀어졌어.
“나는… 이상한 아이야.”
“나 때문에 다치면 안 돼…”
그렇게 생각하며 하루는
마음의 문을 꼭 닫아 버렸어.
늦은 밤,
하루는 침대 위에 웅크리고 앉아 있었어.
낮에 울던 친구의 얼굴이 자꾸 떠올랐거든.
그때였어.
창가에 초록빛 그림자가 스르륵 내려앉았어.
마렌이었어.
마렌은 하루를 가만히 바라보며 말했지.
“하루야,
너는 남의 아픔을 아주 잘 느끼는구나.”
하루는 눈을 크게 떴어.
“응… 그래서 너무 힘들어.”
“아무도 안 다쳤으면 좋겠어…”
마렌은 고개를 끄덕였어.
“그럼 너는, 아픔을 느끼는 아이일까…
아니면 마음을 느끼는 아이일까?”
하루는 대답하지 못했어.
마렌이 조용히 물었어.
“남이 아플 때 네 마음은 어떻니?”
“… 걱정돼.”
“…그리고… 안아 주고 싶어 져.”
마렌의 눈이 부드럽게 빛났어.
“그건 아픔이 아니라,
사랑이란다 하루야.”
하루의 심장이 조금 크게 뛰기 시작했어.
그때, 창가에 작은 빛이 내려왔지.
투명한 날개를 가진 요정, 리아였어.
리아는 창문 옆에 놓인 작은 화분을 가리켰어.
“하루야, 이 꽃을 볼래?”
화분 위로
연보랏빛 꽃이 살그머니 피어났어.
라일락이었어.
리아가 속삭였어.
“라일락은
가까이 다가가야 향기가 느껴져.”
“멀리 있으면 냄새가 나지 않지.”
“하지만 가까이 다가갈수록
더 진하게 향기를 나눠 준단다.”
하루는 꽃에 코를 가까이 대 보았어.
은은한 향기가 마음 깊이 스며들었어.
“남의 아픔을 느끼는 건…
벌이 아니라 선물이란다.”
리아가 부드럽게 말했어.
“아픈 곳을 알아야
먼저 다가가 줄 수 있으니까.”
하루의 손이
조금씩 떨렸어.
“그럼…
나는 도망가지 않아도 되는 거야?”
마렌이 고개를 끄덕였어.
“도망가지 말고,
그 아픔을 안아 주는 사람이 되어 보렴.”
“아픔을 느끼는 아이는
세상을 더 따뜻하게 만드는 아이란다.”
하루의 눈에서 또르륵 눈물이 흘렀어.
하지만 그 눈물은
슬픔이 아니라 조금 따뜻했단다.
다음 날 학교에서 친구가 또 넘어졌어.
이번에도 발목을 부여잡고 울었지.
하루의 발목도 같이 아프기 시작했어.
하지만 하루는 도망가지 않았어.
천천히 다가가 친구 옆에 앉았지.
그리고 아픈 친구의 손을 꼭 잡아 주었어.
“많이 아프지…?”
그 순간,
신기하게도 발목의 통증이 조금씩 줄어들었어.
친구의 울음도 조용히 멈춰 갔어.
집에 돌아온 밤,
창가의 라일락 꽃이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어.
리아가 미소 지었어.
“이 꽃은 소임을 다했네.”
연보랏빛 꽃잎이
빛이 되어 하늘로 올라갔어.
잃어버린 정원으로 돌아가는 길이었지.
마렌이 말했어.
“남의 아픔을 느끼는 마음은
세상에서 가장 용감한 마음이야.”
리아가 마지막으로 속삭였어.
“사람의 통증을 함께 느끼는 아이는
세상의 고통을 줄이는 아이란다.”
“그건 저주가 아니라…
아주 특별한 사랑이지.”
그날 이후,
하루는 더 이상 혼자 서 있지 않았어.
친구가 울면 먼저 다가갔고,
누가 아프면 손을 꼭 잡아 주었어.
이상하게도,
함께 아프던 마음은
이제
함께 낫는 마음이 되어 가고 있었거든.
그리고 하루의 방은,
어제보다 조금 더 따뜻해져 있었어.
E.P.9. <라일락, 아픔을 안아주다> <하루, 공감이라는 이름의 선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