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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동화> 장미야, 너답게 피어나렴

너의 마음에도 꽃이 피기를

by 이다연


안녕?
나는 장미야.

햇살이 반짝이는 날이면
나는 살랑살랑 바람을 타고 노래를 불러.
"여기 있어요, 나 여기 피었어요!" 하고 말이지.


벌과 나비가 내 향기를 따라 날아와
"안녕, 장미야!" 하고 인사해 줘.
그럼 나는 꽃잎을 살랑이며 대답해.
"어서 와, 오늘도 반가워~"

그럴 땐 정말 행복해서
내 마음이 사르르 피어나는 것 같아.


가끔은 아이들이 다가와서 말해.

"장미야, 널 엄마께 드리고 싶어!"

그 말을 들으면 내 마음이 몽글몽글해져.

누군가의 사랑을 전해줄 수 있다는 건

참 따뜻한 일이거든.

하지만…


모든 손길이 다정한 건 아니야.

어떤 사람들은 말 한마디 없이
그냥 “예쁘다”는 이유만으로
훌쩍— 내 줄기를 꺾어 가기도 해.

그럴 때면
내 꽃잎이 뚝뚝 떨어지고
나는 아프고 슬퍼져.


햇살도, 바람도

그 아픔을 위로해 주지 못할 때도 있어.
그날의 상처는 내 마음속에 깊이 남아
오랫동안 아물지 않지.


그리고 또 누군가
다른 가지를 꺾을 때면,
붉은 눈물 한 방울, 또 한 방울…
꽃잎 위로 떨어지며
내 마음까지 붉게 물들어.

나는 더는웃을 수가 없어.


바람은 다정하고,

햇살은 여전히 따뜻해.

나는 조용히 눈을 감고
하늘에 이렇게 속삭여.


“천사님… 제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나요?

저는 그냥 이 자리에 조용히 피어 있고 싶어요.
누구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고,
햇살에 웃고, 바람과 인사하며 살고 싶어요.
그런데 왜 이렇게 아플까요…?”


내 기도는 아주 작고 떨리지만,
바람이 그걸 감싸 안아
하늘 위로 데려가 주었어.


그날 밤,
하늘에서 부드러운 빛 한 줄기가
살며시 나를 감싸 안았어.

그건 햇살도, 달빛도 아닌

정말 따뜻한 손길 같았어.

그리고 다정한 목소리가 들렸지.


“사랑스러운 장미야,
네가 흘린 눈물을 다 보고 있단다.
너는 정말 예쁜 마음을 가졌구나.
그 마음을 지킬 수 있도록
작은 선물을 하나 줄게.”


그 순간, 내 몸에서
아주 조그맣고 뾰족한 것들이 자라났어.

나는 깜짝 놀랐지.
“이게 뭐야? 내 몸에… 가시가?”


그러자 따뜻한 빛이 웃으며 말했어.

“이 가시는 널 아프게 하려는 게 아니란다.
너를 지키고,

너를 진심으로 아끼는 사람들이
천천히, 조심스럽게
다가올 수 있도록 도와주는 거란다.”


그 말을 들은 나는,

이번엔 아파서가 아니라
기뻐서 눈물을 흘렸어.

그래, 조금 뾰족하고 이상하긴 해도
이 가시는 정말 고마운 선물이야.


혹시 언젠가
네 마음에도 작은 가시가 생긴다면,
그건 나쁜 게 아니야.

그건 너의 소중한 마음을
아프지 않게 감싸주는
하늘의 선물이란다.

그러니 절대 그 가시를 부끄러워하지 마.


오늘도 나는
햇살에 웃고, 바람에 노래하며
이 자리에 예쁘게 피어 있어.

너도, 너답게
아름답게 피어나길 바랄게.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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