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색이 자취를 감추는 동안, 인간의 빛이 새로운 풍경을 빚어낸다. 건축에서 조명은 철저히 기능적 요소이면서 극히 강한 감성적 요소이다. 혹자는 건축의 화룡점정이 조명이라고 꼽기도 한다. 필자도 설계안은 전체적으로 무난하고 사용이 편리한 타입을 추구하지만, 고요하고 정적인 운치를 포기할 수 없다. 그렇다 보니 어떤 공간이든 조명만은 꼭 취향에 맞춰 힘을 싣는 편이다.
조명은 공간의 구성에서는 물론이고 도시계획에서도 장소에 매력 포인트를 주는 방법으로 활용된다. 예를 들어 품격 있는 호텔 로비는 마치 다른 세상으로 진입하는 양, 다이아몬드처럼 빛을 산란하는 샹들리에가 반겨준다.
더불어 짙은 먹색에 명도 높은 물감을 분무기로 뿌린 듯한 야경은 사람들의 사진첩을 채우는 시선 강탈의 광경이다. 어쩌면 빛의 모음집 같은 모양새가 광활한 천연 지붕에 뜨는 별을 닮아서는 아닐까. 저 하늘의 별도 달도 따주겠다는 진부한 포부는 작고 반짝이는 것이 감흥을 불러일으키는 기조를 발동시킨다.
얼마 전 인공조명 맛집인 미국의 라스베이거스에서 신비로운 일이 벌어졌다. 한 가지 색상을 야간조명의 테마로 잡고, 도시 전체를 전시 공간으로 활용했다. 라스베이거스를 방문한 이는 물론이고 각종 매체로 눈 호강을 하는 전 세계인에게도 색상과 조명을 연계한 도시 마케팅은 신선하고 획기적이었다.
지치고 고단했던 코로나 시대의 종식이 가까워지는 것을 환영하듯, 세계적인 가수의 대형 콘서트를 범 도시적 축제로 호응한 것이다. 보라색 물결 범벅은 곳곳에서 장관을 이루며 비현실적인 시·공간감을 선사한다. 밤의 경관은 목적을 가지고 즉각적이고 다양하게 변화가 가능하여 이렇듯 매력적이다.
인공조명은 자연의 다채로움과 활력을 닮아가고자 끊임없이 노력 중이다. 일출과 일몰에 이어 오로라를 닮은 무드등의 유행은 예술의 경지에까지 올라서 여러 아티스트의 디자인 추진력이 되고 있다. 그리고 그와 더불어 수많은 이에게 조명 사랑이 전파되고 있다.
직접 조명과 간접조명을 두루 사용할 때, 그 어떤 인테리어보다 강력하지만 손쉽게 새로운 공간을 누릴 수 있음을 인테리어 팁으로 추천해 본다. 또한, 도시계획 측면에서도 변화무쌍한 인공 효과를 염두하고 조명을 ‘디자인’ 하기를 바라본다.
진부하기 그지없는 멘트이지만, ‘어둠이 있으매 빛이 있다.’ 자연채광이 불가한 시간에도 지속해서 활동하는 현대 시대에는, 빛을 잘 다루는 것 또한 건축의 일환이다. 건축은 빛을 담는 그릇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