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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모 Feb 04. 2024

2024년 2월 3일 식도락 음식 일기

엄마의 닭백숙과 딸이 만드는 닭볶음탕!

항상 드는 생각이지만

마트에 가면

마트용 카트를 끌고 이 코너 저 코너

기웃거려 보지만 마땅하게 살 반찬거리들이 없다.


뭘 해 먹을지가 정해지면

재료 구입하기가 수월하겠만

뭘 해 먹을지가 결정이 되지 않으면

마트용 카트를 끌고 마트 안을 하염없이

돌게 된다.


두어 바퀴 돌다 눈에 익숙하고 오래 두어도

유효기간이 비교적 긴 상품들 중에서 

세일 중이라면 참치캔, 당면, 파스타 등을 

일단 담는다.


그다음으로 뿌리채소 코너로 가서

여러모로 쓰이는

양파, 감자, 당근, 우엉을 담는다.


채소 코너에서는

대파, 깻잎, 오이, 양상추, 양배추, 적양배추를

골라서 카트에 담는다.


신선식품 코너에서는

우유, 두부, 계란을 담아서

마지막으로 정육코너로 이동한다.


정육코너로 이동할 때쯤이면

나의 머릿속에는

주 메뉴가 하나씩 떠오르면서 

추가로 해 먹을 음식이 정해지고

그때부터는 카트 바퀴의 속도가 빨라진다.

부재료로 뭘 사야 할지가 명확해지기에

발걸음이 속도를 낸다.


정육코너에서는

맛있게 생긴 통삼겹살. 찌개용 돼지 앞다리살. 

생닭, 미역국을 끓일 때 사용할 소고기 국거리용을 사는 것으로

마트 쇼핑은 거의 마무리가 된다.


오늘은 하루종일 회색빛에

간간히 비까지 내린다.

저녁 반찬으로 닭볶음탕을 만들어 먹기

딱 좋은 날이다.

며칠 전 장을 보면서 데리고 온

생닭, 감자, 양파를 사용하면

적당히 국물도 있고, 적당히 맵고, 

간이 든 포슬포슬한 감자에, 당면 또한 놓칠 수 

없는 맛있는 닭볶음탕이 만들어질 것이다.


<닭볶음탕 만들기>

*800g 생닭 한 마리, 감자 큰 것 1개, 고구마 1개, 당근 작은 것 1개, 양파 중 1개를 약간 크게

썰어서 준비한다.

*당면은 처음부터 찬물에 넣고 3분 정도 데친다는 느낌으로 삶아서 체에 물기를 뺀다.

*손질한 닭은 끓는 물에 정종 2T, 통후추 10알 정도 넣어 표면과 뼈 부분에 핏기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데쳐서 찬물에 깨끗이 씻어 물기를 빼 준다.

*웍에 데친 닭과 고춧가루 2T, 국간장 50ml, 진간장 50ml를 넣고 약불에 뒤적거려 준다.

*육수 50ml와 감자, 당근, 고구마를 넣어 더 뒤적거리다가 중불로 바꾸고

  뚜껑을 닫고 감자가 거의 익을 정도로 익혀준다.

*이렇게 하면 처음부터 육수를 붓는 것보다는 닭, 감자 등에 양념이 베이면서 맛이 좋다.

*감자가 익으면 당면을 아래쪽에 넣고 육수 1L를 붓고 한번 끓인 후

  양파, 대파, 마늘 10쪽, 청양고추 2개, 설탕 1T를 넣고 끓인다.

*먹기 직전에 후추를 조금 뿌려주면 된다.


**엄마의 닭백숙

친정엄마는 절기가 되면 빼먹지 않고 음식을 만들어 먹이셨다. 

특히 더위가 시작되고, 최고조에 달하는 

초복, 중복, 말복에는 꼭 닭백숙으로 또 한 번 땀을 내게 해 주셨다.

이때 흘리는 땀은 너무 맛있어서 열심히 먹느라 흘리는 땀이다.


아버지는 우리들이 없는 뒤꼍으로 가셔서 

집에서 키우던 닭을 잡아오셨고

수돗가에서 해체 작업을 하셨다. 

해체 작업을 하실 때면

눈이 나빴던 나에게 닭의 생간을 꼭 먹이셨다.

참기름과 소금에 버무렸지만

어린 나는 물컹거리는 닭 간을 씹지도 않고

눈을 감은 채 삼켜버렸다.

그것을 바라보고 있던 언니, 동생들은

나를 불쌍하게 바라보았고,

자신들은 은근히 눈이 좋다는 것을 으스대기도 했다. 


우리 손으로 쌀겨, 채소 부스러기, 물을 주면서 

우리 손으로 키운 꼬꼬닭을 잡아먹는 것이기에

애처롭고 불쌍한 마음에 오만상으로 찡그리면서 

턱을 괴고 아버지의 손에서 정리되는

닭의 처지를 바라보았다.


엄마의 솜씨로 만들어진 닭백숙에

부추 겉절이의 조합은 가히 환상적이었다.

쫄깃한 식감의 닭살을 찢어서 참기름과 소금에

찍어 먹고, 부드러운 찹쌀죽은 그냥 씹을 겨를도 없이 

목으로 넘어갔다. 

어린 나이라서 그런지 그때의 닭다리뼈는

꽤 길었던 것 같다. 

살이 적당히 붙어 있는 닭다리 하나를 들고

집을 나서서 동네 아이들이 놀고 있는 장소에 가면

모두가 내 주위로 모여들었고 

평소 내 마음에 드는 아이들에게 한 번씩 뜯을 수 있게 허락해 주었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불쌍한 닭 생각은 아주 짧았다는 것이다.


오래된 영화 '집으로'에서 주인공 '상우(유승호 분)'는 시골에서

할머니와 함께 살게 되는데 '치킨'을 먹고 싶다고 떼를 쓰는 상우에게

할머니는 '백숙'으로 응답하셨는데 그 장면을 보면서

엄마 생각이 많이 났다. 


식구들에게 닭백숙? 닭볶음탕? 선택권을 주면

닭볶음탕이라고 답한다. 

올해 복날에는 선택권을 주지 말고 닭백숙으로 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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