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게 뒤덮는 이아마을의 노을
산토리니의 피라마을 중심가를 구경했다.
비수기라 그런지 가게 몇몇은 이미 문을 닫은 가게도 많이 있었다. 하지만 늦은 여행객을 위해서였을까
레스토랑과 갤러리, 그리고 잡화를 파는 가게는 여전히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화산섬 투어를 너무 열심히 했나 보다. 허기진 배를 부여잡고 우리는 Obelix라는 음식점을 찾아갔다. 나는 치킨기로스를 남편은 포크스틱을 먹었는데 산토리니에서 처음 맛보는 이 음식은 내 입맛에 딱이다. 저렴한 가격에 이렇게 맛난 음식을 먹으니 기분이 절로 좋아지고 행복이 따로 없다.
피라마을에서 쇼핑도 하고 중심가도 구경하고 나니 서서히 해를 보러 갈 시간이 되었다.
산토리니에 오면 꼭 노을을 볼 수 있게 해달라고 얼마나 속으로 빌었던지...
내 바람이 이루어졌다. 가을 하늘은 너무나 청명했고 그리스에서 머무는 내내 돈을 주고도 살 수없을 만큼 아름다운 가을 하늘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피라에서 이아마을 까지는 한참 가야했다. 이미 선셋을 보기 위해 모여든 관광객이 자리를 잡고 앉아있다. 노을을 보겠다고 한 두시간 전 부터 와서 마냥 기다리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어떠랴... 이런 것도 여행에서만 있을 수 있는 여유로움과 한가함이 아니던가. 더구나 이렇게 아름다운 바다와 멋진 주변을 마주하고 있는데 한 두시간 쯤은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는 거 아닐까?
드디어 바다 저쪽으로 해가 지기 시작한다. 붉은 해가 바다로 가라앉는 이 광경을 보고 있노라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루룩 떨어진다. 눈물의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구지 의미를 찾고 싶지 않다. 그런 눈물도 흘릴 수 있다면 다행이리라. 눈물 흘릴 줄 아는 사람이 눈물없는 메마른 사람보다는 이 순간 훨씬 더 인간답게 보이니까 말이다.
좀처럼 볼 수 없는 이 황홀한 순간을 영원히 잊지않고 싶다.
이래서 나의 버킷리스트에 있는 소원 하나가 이루어지는구나!
바다너머로 해가 지고 어둠이 내리니 서서히 이아마을 가로등과 주택에 하나 둘씩 불이 켜진다.
해가 진 이아마을의 풍경! 이마저도 아름답다. 가로등과 주택에서 흘러나오는 이 불빛들이 산토리니의 소박함과 청초함마저 느끼게 한다.
감동과 아쉬움이 서로 교차하는 기분을 뒤로하고 져녁을 먹기 위해 타베르나를 찾았다.
타베르나는 그리스 현지식을 먹을 수 있는 그리스인들의 일반적인 식당이다. 이 곳에 가면 관광객을 위한 음식보다는 그리스사람들의 평범한 보통 식사를 경험할 수 있다. 가격도 대체로 저렴하다.
저녁식사로 그리스의 전통음식인 구운 문어와 무사카를 시켜 훌륭한 저녁식사를 했다.
오늘은 눈과 귀를 포함한 나의 오감이 모두 충만하고 행복한 하루였다.
내일은 산토리니의 맑고 청량한 가을아침을 느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