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의 아름다움, 우리가 잊고 있던 것들
하얀 배경지와 강렬한 조명이 비추는 낯선 촬영장. 그곳에 다섯 명의 가족이 서 있었다.
할아버지, 할머니, 딸과 사위, 그리고 손녀까지.
사진 촬영은 시작부터 어색했다.
"자, 모두 ‘사랑해’라고 말해보세요!"
내가 웃으며 말했지만, 그 어색함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익숙지 않은 공간, 그리고 자주 쓰지 않는 그 말, ‘사랑해’.
모두가 굳은 표정으로 카메라를 응시하며 입술만 뻐끔댔다.
그때, 할머니가 입을 열었다.
“이렇게 해봐! 아니, 저렇게 해봐!”
그녀는 촬영장의 감독처럼 포즈를 지시하기 시작했다.
할아버지는 말없이 그녀의 지시에 따라 몸을 움직였다.
표정은 여전히 무표정이었지만, 나는 그의 눈 속에서 무언가 숨겨진 이야기를 읽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 가족 속의 고요한 침묵
대가족 사진이 끝난 후, 부부별로 다시 사진을 찍었다.
할머니와 할아버지, 딸과 사위, 그리고 딸과 사위, 손녀 가족. 하지만 어색함은 여전했다.
부모님이 보고 있어서, 자녀들이 보고 있어서, 서로를 향한 시선이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가족사진은 어쩌면 프로필 사진보다 더 어렵다.’
모든 관계의 무게가 담긴 이 순간을
사진 한 장으로 표현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 숨겨진 자신과의 만남
그렇게 촬영이 끝나갈 무렵, 할아버지가 조용히 말했다.
“나는 혼자 한 장 찍어줘.”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그는 그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멋진 포즈를 잡았다.
그리고 처음으로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은은한 미소가 점점 커지더니, 할아버지는 마치 어린아이처럼 크게 웃기 시작했다.
카메라 속 그의 모습은 놀라웠다.
어느새 그는 촬영장의 주인공이 되었고, 카메라 앞에서 빛났다.
나는 셔터를 누르며 속으로 생각했다.
‘어떻게 이런 용기가 나왔을까?’
그의 단독 촬영을 이어가며, 나는 한 남자의 일생을 본 것 같았다.
침묵 속에서 가족을 위해 살았던 삶.
희생과 절제를 삶의 중심에 두었던 그 시간들.
커다란 기쁨도, 큰 슬픔도 없었던 그의 무표정한 얼굴은
사실, 그렇게 살아온 세월의 흔적이었다.
하지만 오늘, 그는 잊고 있던 자신을 만났다.
오랫동안 감춰왔던 끼와 매력을 꺼내놓았다.
그 순간 그는 비로소 자기 자신이 되었다.
# 당신의 아름다움을 찾아드립니다
나는 ‘사진 찍는 사회복지사’다.
나는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의 프로필 사진을 찍는다.
그들의 아름다움을 찾아내어
그들이 스스로를 새롭게 발견하도록 돕는 일이 내 사명이다.
오늘 만난 이 할아버지도 그랬다.
그가 오랜 세월 감춰두었던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을
나는 사진 한 장으로 담아냈다.
그 환한 웃음은 분명, 그의 가족에게도 큰 선물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