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기 분야
실전 2 - 수기 분야
수기의 사전적인 뜻은 ‘삶 속에서 어려움을 겪거나 이겨 낸 글쓴이의 뜻 있는 체험을 남들에게 알리기 위해 쓴 글’을 말한다. 자신의 경험을 혼자 쓰고 남기는 일기와는 달리 수기는 남들에게 알리기 위해 쓴 목적으로 수필이나 에세이와 비슷하다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공모전의 분야로 보통 체험기/사용기/수기를 한 번에 묶기도 하는데 둘의 공통점은 바로 직접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글을 쓴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여기 <아침밥 먹기 수기 공모전>이 열리는데 공모 요강을 살펴보면, 공모전의 취지는 다음과 같다.
(https://nh2rice.com/page/00005.php 참고)
최근 쌀 소비량 감소에 따라 농업인들의 어려움이 커져 가는 가운데 바쁜 하루, 아침 밥을 잘 챙겨 먹으며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아가는 전 국민들의 우수사례 공모전을 통해 희망농업, 행복 농촌이 만들어 질 수 있도록「오아밥 밥상머리 米學(미학) 아침밥 먹기 공모전」을 아래와 같이 개최하오니 적극적인 관심과 많은 참여 바랍니다.
중요한 점은 ‘아침밥’을 먹는 것과 관련된 체험을 바탕으로 된 수기여야 하고 아침밥 먹기라는 큰 주제 아래 공모전 참가자들이 무엇을 써야 하는지 자세하게 세부 주제를 제시하는 경우가 있다.
사랑(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대한민국 쌀로 만든 아침밥을 먹으면서 느낀 마음에 대한 이야기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관련된 이야기
아침밥을 먹으며 느꼈던 고마움, 애정, 행복했던 순간 이야기
아침밥과 관련된 나만의 특별한 추억, 경험담
바쁜 아침밥을 챙겨주던 부모님과 순간 이야기
내가 생각하는 사랑스러운 아침밥, 행복한 아침밥
물건을 사고 후기나 리뷰를 남기듯 공모전 수기 분야는 어떤 정책이나 제도, 활동을 경험한 진솔한 이야기를 원한다. 그래서 공모전의 수기를 도전할 때는 최대한 공모전의 주제를 실제로 체험해보는 점이 중요하다.
- 나의 공모전 수기 도전의 시작
공모전보다 작은 사보나 독자 코너부터 시작해보자.
어딘가에 글을 써서 내 보고 싶은데 공모전이 부담스럽다면 짧은 글부터 도전해보자. 예전에는 잡지에 애독자 엽서 이런 것도 많아서 나는 좋은 생각이나 샘터와 같은 잡지에 짧은 글을 써서 보내는 것부터 시작했다. 또 은행이나 공공기관에서 업무를 보려고 기다리다 보면 서울 사랑, 국립중앙도서관, 산림진흥청 이런 기관에서 발행하는 사보를 볼 수 있다. 요즘에는 지역에서 매월 발행하는 소식지도 많다. 예를 들어 노원구, 도봉구, 성북구, 동대문구 구마다 구청의 소식을 알리는 소식지에 구민의 소리를 내는 경우가 있다. 보통 3만원 내외의 원고료를 주거나 문화상품권을 준다. 글은 쓰고 싶었지만 누구도 내게 글을 청탁하지 않으니 스스로 글을 쓸 기회를 이런 방식으로 만들었다. 지속적으로 독자 투고를 하면서 자신감을 얻었고 본격적으로 공모전에 도전했다.
수기를 쓸 때의 던지는 질문
수기를 쓰기 전이나 쓰는 동안 혹은 쓰고 나서 스스로에게 물어보면 질문을 세 가지로 정리했다.
나에게 던지는 세 가지 질문
① ‘나’의 진솔한 경험인가?
② 수기에 글쓴이의 목적과 결과가 드러나는가?
③ 독자의 입장이 되어 잘 읽히는가?
① ‘나’의 진솔한 경험인가?
수기의 뜻에서도 알 수 있듯이 수기는 ‘글쓴이의 체험’을 바탕으로 한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공모전의 주제와 관련된 자신이 겪은 일이 있어야 한다. 공모전 심사에서도 실제적인 경험이 얼마나 생생하게 드러났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또한 공모전의 목적을 생각해보면 정책이나 새로운 시도에 대한 긍정적인 결과물이나 후기가 필요하기 때문에 주최 측이 원하는 방향은 일정 부분 정해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기에서 중요한 것은 ‘진정성’이다. 요즘에는 AI가 글을 써주기도 하지만 AI가 대신 경험해 줄 수는 없다. 화려한 글솜씨보다 글을 쓰는 사람 자체가 마음이 동해야 읽는 사람에게도 전해진다. 실제로 경험했던 이야기로 첫째 아이를 임신했을 때 떠났던 지리산 둘레길 탐방을 수기로 썼던 기억이 난다. 안정기에 접어들었을 때 의사 선생님께서 걷는 운동은 건강에도 좋다고 하셔서 남편과 함께 서울에서 남원으로 내려가 다시 지리산 둘레길을 걷고 시골 민박집에 머물렀던 적이 있다. 나중에 트래킹 공모전이 있었을 때 그때의 지리산 둘레길 걸었던 경험을 수기로 썼고 당선된 적이 있다. 또 일상에서 꽃과 관련된 수기 공모전에서 아이 어린이집에서 친구의 생일마다 다른 학용품이나 일반적인 물건 대신 꽃 한 송이를 준비해서 선물하고 있었는데 아이가 친구를 떠올리며 꽃을 고르던 모습이나 자신의 생일에 한 아름 꽃다발을 받으며 행복했던 기억을 담아 수기를 썼었다. 이때 자신의 실제 경험이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만약 관련 사진이 있다면 첨부하면 좋다.
문학성이 뛰어난 작품을 뽑기보다는 얼마나 진솔한 내용인가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수기 공모전을 준비하는 분이라면 이러한 글을 많이 읽어 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수기 관련 글쓰기 책 추천
『글쓰기의 최전선』
『먹고 살고 글 쓰고』
『이렇게 작가가 되었습니다』
『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
② 수기에 글쓴이의 목적과 결과가 드러나는가?
모든 글에는 글쓴이의 의도가 담겨 있다. 겪은 일을 쓰는 것이라면 하루 동안 자신에게 일어났던 일을 쓰는 일기가 있다. 일기와 수기가 다른 점은 먼저 글을 쓰는 ‘목적’이다. 목적이 드러나려면 왜 이 수기를 시작하게 되었는지 말해야 한다. 그것은 어떤 문제점일 수도 있고, 호기심에서 나온 질문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각 시도에서 자신의 지역을 방문한 여행 수기와 같은 공모가 많은데 참여한 이유도 모두 다양할 것이다. 나의 경우 아이가 아토피가 있어서 편백나무 숲이 있는 지역을 찾아 전남 장성에서 한 달 살이를 한 적이 있었다. 편백으로 오일이나 로션을 만드는 지역 공장을 찾아가 물건을 구입하기도 하고, 아이와 생활했던 이야기를 담았다. 이렇게 이야기를 풀어가면 수기를 읽는 사람은 ‘아, 그래서 이 사람이 전남에 가서 이런 경험을 했고, 이걸 느꼈구나’라고 고개를 끄덕일 수 있다. 만약 건강보험공단에서 진행하는 ‘건강검진 활용 수기 공모전’과 같이 건강 관련 정책을 경험한 수기라면 당연히 그 정책을 활용한 내용을 써야 한다. 왜냐하면 공모전은 주최 측에서 일반 사람들이 그 정책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경험했는지 궁금하기 때문에 여는 경우가 많다. 국립 국어원에서 국어사전 진흥 공모전으로 <국어사전 함께 즐기기>라는 주제의 활용수기 공모전이 있었다. 이런 경우도 국어사전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경험담을 모으고 다른 사람들에게 다양한 국어 사전 활용을 알리려는 홍보의 목적도 담고 있다.
③ 독자의 입장이 되어 잘 읽히는가?
공모전은 목적이 있는 글이지만 그래도 일단 독자가 읽는 글이기 때문에 일단 잘 읽히는 게 좋다. 어려운 학술적인 용어보다는 쉬운 말로 풀어쓰는 게 좋다. 수기는 전문가의 글보다는 평범한 사람들의 진솔한 글을 더 선호한다. 그래서 공모전은 기성 작가가 아니라도 누구나 참여해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독자의 입장이 되어 잘 읽히려면 다음 내용이 궁금하게 쓰면 좋다. 여행기에서도 정보를 쭉 나열하기보다 사소하더라도 어떤 사건이 일어나고 그 뒤에 어떻게 해결했는지 제시하는 것이다. 짧은 수기에도 기-승-전-결이 있으면 훨씬 더 잘 읽힌다.
다 쓰고 나면 또 옆 사람에게 말을 건네듯이 자연스럽게 쓰고, 다 쓴 후에는 소리 내어 읽어 보는 게 좋다. 다음 내용이 궁금하게 썼는가?
수기 쓰는 노하우
일단 최대한 빨리 초고를 완성하라
수기 공모전의 경우 분량이 보통 A4 2~3쪽인 경우가 많다. 사실 수기 공모전에 참여할 때 가장 어려운 점은 초고를 완성하는 일이다. 글을 쓰기 전까지 ‘뭘 쓰지?’ ‘내가 쓸 수 있을까?’ ‘해도 안 될 텐데 시간 낭비 아닐까?’ 마음 속에서 여러가지 생각이 올라온다. 일단 초고는 하얀 백지를 채운다고 생각하고 떠오르는 것들을 마구마구 써야 한다. 막상 조금만 더 생각하고 써야지 하다보면 시간이 훅 흘러간 경우가 많다. 일단 최대한 빨리 분량을 채워서 초고를 완성해라. 관련된 자료를 찾아 붙여도 좋으니 종이를 채워라. 그다음에 고치면 된다. 아무것도 쓰여지지 않은 상태에서는 고칠 것도 없다.
다 쓰고 나서 글자수나 원고지 매수를 확인할 때는 한글프로그램의 경우 파일 → 문서정보 → 문서통계에서 볼 수 있다. 이렇게 원고의 분량을 확인하는 법을 알아두면 두고두고 도움이 된다.
대화체로 시작하고 소제목으로 단락을 나눠라.
수기를 쓸 때 어떻게 써야 할지 막막하다면 일단 대화체로 시작해 보자. 이건 글쓰기 작가들이 팁으로 쓰는 방법이기도 하다. 첫 문장이 대화로 시작하면 일단 흥미를 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때 누군가와 했던 대화거나 내가 가졌던 의문, 혼잣말 등으로 시작해 나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면 시작이 어렵지 않을 것이다.
다음은 지난 2023년 독서동아리 수기 공모전에 참여했던 글 앞부분의 일부이다. 당시 독서 동아리에 참여하고 있었는데 마침 독서 동아리에서 떠난 문학 기행과 같은 여행 수기 공모전이 있었다. 강화도 책방으로 작가와의 만남을 하러 떠난 경험을 썼는데 앞 부분을 여행을 가기 위해 약속을 잡는 대화로 시작했다.
요즘 시대의 콘텐츠 흐름을 반영하라
공모전 수기에도 그 시기만에 드러나는 흐름을 읽고 반영하면 좋다. 예를 들어 코로나 19로 비대면으로 인한 어떤 문제점이나 어려움이 발생하고 있을 때라면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면 좋고, AI가 한창 활성화되고 있는데 사람들이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고 있다면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간단히 제시하면 공모전에 참여하는 사람이 요즘의 흐름을 알고 있구나라는 인상을 줄 수 있다. 나는 주로 콘텐츠의 흐름을 뉴스레터를 통해 살펴본다. 너무 많은 정보들 속에서 뉴스레터는 각 주제에 맞게 한 번 큐레이션을 해주기 때문이다.
고칠 수 있을 때까지 고쳐라
초고를 쓰고 나면 고쳐 쓰기에 들어간다. 마지막 제출하기 전까지 소리 내어 읽어도 보고, 다시 쓴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마감일보다 며칠 일찍 작성하고 시간을 두고 묵혀서 다시 다듬어보기를 권한다. 불필요하거나 중복된 단어나 문장이 있는지 살피기 위해서는 소리 내어 읽어 보면 도움이 된다. 출력해서 오탈자가 없는지도 확인하고, 마지막으로 폰트, 글자 크기 등이 공모 요강에 맞는지 확인한다. 특히 정책 관련 수기처럼 공공기관의 경우 수기에서 ‘형식’에 점수를 주기도 하기 때문에 끝까지 살펴 본다. 인용이나 참고문헌이 있다면 출처를 표기하는 것이 신뢰감을 준다. 요강에서 별다른 언급이 없는 경우는 중요한 부분은 밑줄이나 색깔, 폰트 크기를 다르게 해서 강조할 수 있다. 하지만 너무 화려하게 꾸미는 것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