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펙트 데이즈

by 임기헌

책과 올드 팝을 벗 삼아 하루하루 평화롭게 살아가는 도쿄의 공중화장실 청소부 이야기 <퍼펙트 데이즈>. 완벽한 하루라니. 음,,, 나의 오늘 하루는 어땠을까.


아침 일찍 일어나 조기축구를 하고 납품을 다녀온 뒤 가게 문을 열었다. 종일 장사를 하고 책을 보며 끼니를 꼬박꼬박 챙겨 먹었다. 지난 주말에 비해 장사가 조금 덜된다 싶은 느낌에 복기해보면, 보수의 텃밭에서 그들이 지키려는 대통령 욕을 그렇게 해대는데 장사가 될리가 있겠나 싶은 우려가 들기도 했다. 뭐 어쩌겠나. 절에서 밀어내면 중이 떠나야지, 하는 생각을 품고 떠날 준비가 될때까지 버텨보는 수 밖에.


화가 빈센트의 일대기가 너무나 흥미로워 온종일 그의 자료를 들춰도 봤다. 그러다 어느새 땅거미가 지고 언제나처럼 같은 시간에 마감을 한 뒤 옛노래 3곡 정도를 들으며 터벅터벅 집으로 돌아왔다. (김현식의 내사랑내곁에, 양파의 애송이의 사랑, 존레논의 이매진(Imagine) 순이다.)


샤워를 하고 또 책을 집어들었다. 이명 소리인지, ‘윙’ 하는 소리에 오늘은 집중이 잘되지 않는다. 대안으로 노트북을 펴고 쓰다만 소설을 써내려간다. 다음 챕터는 ‘곰배령 사람들’에 관한 설화가 배경이다. 제법 매끄럽게 쓰여진다.


얼마되지도 않아 눈이 감긴다. 거실에 누워 넷플릭스를 켠 뒤 영화 <퍼펙트 데이즈>를 봤다. 서늘한 감동과 냉엄한 하루의 감정들이 교차했다.


뭐지 이 기분.


나 혼자 이 너른 35평 아파트에 살고있는 이유가 뭘까. 이혼 한 뒤 바로 작은 원룸으로 옮겼으면 될 것을. 가족이 있는 것도 아니고 남은 여생도 내내 혼자 살건데. 거실에서만 생활하니 방 세개는 내내 정적만이 흐르고. 외제차는 또 웬말인가. 시내버스를 타거나 운동삼아 걸어다녀도 충분한 것을. 이토록 허세가 잔뜩 끼였단 말인가 내가?!


완벽한 하루는 결국 이 따위의 부산물에서 오는게 아니었던 걸까. 좋아하는 책을 보고 음악을 들으며 흘러가는 평화로운 하루. 과거의 희미한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며 지긋이 미소지을 수 있는 마음의 여유.


나는 왜 몰랐을까.


빈센트는 좋아하는 여자에게 차인 뒤 동생 테오에게 이런 편지를 보냈다. ‘아니, 결코, 절대’ 라고 세 번이나 거절하는 입속으로 뛰어드는 사랑은 씁쓸하고, 씁쓸하고, 또 씁쓸하구나.


차였던 나날들을 생각하면 빈센트 만큼이나 참 씁쓸도 하다. 그럼에도 방긋 웃을 수 있는 여유가 어느 순간에는 생겨난다.


나는 지금도 외롭지 않다. 다만 가끔은 사람들이 곁에 있어 주되 자기들끼리만 이야기하고 나는 가만 내버려 두면 좋겠다는 마음이 든다. 정겨운 사람 내음 만큼은 떨치기 힘들어서다.


열심히 일을 하고 좋아하는 많은 사물들과 벗 되어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길 소망한다. 완벽한 하루의 필요충분조건은 그게 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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