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리로 돌아가는 풍경

by 임기헌

2년2개월간의 최전방 군생활을 끝내고 나오는 날, 나는 하나도 기쁘지 않았다. 하루도 빠짐없이 전역하는 날 만을 손꼽아 기다렸지만, 그 기다림은 빛을 바래게 됐다. 전역하는 날 철책 앞에 일렬로 늘어선 나의 전우들은 비무장 지대를 나서는 나를 향해 외쳤다. “부대 차렷!! 임기헌 병장님께 경례!!” 하며.


오랜 서울 생활과 유학 생활도 그랬다. 고인 어떤 곳을 떠나면 후련할 줄 알았더니 그렇지가 않았다. 내가 선택한 이별 후에도 나는 단 한번도 기쁜적이 없었다.


어째서일까. 모두가 다 빛날순 없으니까 누구 하나 즈음은 그냥 희미하게 살아도 괜찮을 법 하지만, 나도 가끔은 빛나는 그 모두에 속하고 싶을 때도 있다.


이제는 아이를 주축으로 한 가족을 동반할 수 밖에 없는터라 혼자인 나는 어떠한 모임과 경조사에도 참석을 할 수가 없게 됐다. 그래서 어떤 낯선 밤에는 조금은 속상하기도 하다. 오늘 같은 밤이다.


남은 여생, 아무도 아닌 사람으로 그냥 쉬다가면 될까.


세상 풍경 중에서 제일 아름다운 풍경은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풍경이라고 했다. 만약 나의 자리가 어딘가에 아직 남아있다면, 나는 다시한번 그곳으로 돌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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