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생

by 이지우

그가 태어나기까지엔 꽤 많은 고비를 겪어야 했다. 모태에서 나오는 그는 머리 부분부터가 아닌 엉덩이를 치켜들고 나왔으며, 도중에 머리가 걸려 세상도 마주하지 못한 채 목숨을 잃을 뻔했다. 기나긴 고비 끝에 아이는 어미의 꽁무니에서 헤어 나와 차디찬 바닥에 내팽겨졌다. 갓 태어난 강아지에게서는 옅은 비린내가 풍겨왔다. 그 작은 네 개의 발을 몸부림치며 반투명의 질긴 양막을 찢었고, 사지을 사방팔방으로 뻗어대며 힘차게 울어대는 너의 모습을 보았다. 생명의 탄생이란 아름답고 신비로울 줄 알았건만, 이리 보기 거북할 정도로 끔찍한 모습이었던가. 나는 피가 이리저리 흐르고 튀는 모습과 짙어져 가는 비린내에 이마를 구길 수밖에 없었으나, 강아지의 체온이 급격히 내려가지 않도록 수건으로 몸을 말아 감싸고, 탯줄을 자른 뒤 어미의 젖을 물게 했다.

어찌하여 이 수고로운 것들을 야생에서는 어찌 제 스스로 해낼 수 있던 것인지, 참으로 이상했다. 살아야만 하리라는 본능에 의해서였던가, 아니면 살아야 할 이들의 당연한 이치였던가. 아이가 어미의 젖 냄새를 따라 차디찬 바닥을 헤집으며 앞으로 나아갔다. 작은 입으로 벌겋게 올라온 어미의 젖을 오랫동안 삼켰다. 왜소한 몸집의 크기에도 불구하고, 강아지는 느릿하게, 다만 절박하게 움직였다. 나는 피투성이가 된 베이지 색의 드레스를 입고 한 생명체의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을, 그 움직임을 눈에 세세히 담았다. 어미의 배에 닿는 곧 끊어질 듯 내쉬는 위태로운 숨결을 옅게, 다만 아주 또렷하게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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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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