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의 러닝
러닝을 언제부터 했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대학 다닐 때 그렇게 좋아했던 버벌진트 노래 중에 달리기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저렇게 치열하게 멋있게 사는 삶에 달리기는 필수구나! 생각했다. 쿨해 보였다. "나이키 런" 앱 기록을 보니 2019년부터 기록이 있다. 이때는 러닝이라 하기도 조금 민망하다. 패기 좋게 나가놓고, 한 15분 뛰면 너무 힘들어서 집으로 돌아왔다. 그렇게 깨작깨작 뛰기를 몇 년. 2023년에 런데이 앱을 깔고부터, 본격적으로, 그리고 주기적으로 뛰기 시작했다. 30분 달리기 훈련 프로그램에 맞춰서 하나씩 클리어했다. 처음 5km를 뛰었을 때의 기쁨이 아직 생생하다. 그때는 지속주, LSD(Long Slow Distance), 심박수 같은 걸 몰랐기에 매 순간이 최대 템포에 최대 심박수였다. 심박수 180bpm 정도에서 계속 뛰었던 것 같다. 5km도 너무 힘들었다. 지금 생각하면 미친 짓이다. 그리고 당시 만나던 친구와 취미가 맞아 러닝을 같이 자주 했다. 재밌는 건 이 친구도 같은 페이스. 둘 다 경쟁심이 강해 죽기 직전까지 뛰었다. 역시 미친 짓이었다.
2024년부터는 고등학교 동창들도 러닝을 한다고 했다. 이제는 사는 지역이 다르지만, 각자 사는 곳에서 뛰는 소식을 주고받았다. 어느 날 같이 베트남 호치민으로 여행을 가게 됐는데, 거기서 러닝을 하기로 했다. 그러니까 세계에서 대기 오염이 최악인 도시로 여행 가서 함께 러닝을 하는 미친 짓을 하기로 한 것이다. 여행 중에 매일 아침에 일어나서 공원에 가서 뛰었다. 폐는 조금 안 좋아졌겠지만, 재미있었다. 잊지 못할 추억이 됐다.
2025년 5월에 그 친구들과 함께 대회에 나가보기로 했다. 친구와 뛰어 본 게 다인 나로서는 대회는 처음이었다. 10km 신청해서 함께 뛰었다. 대회 때 기록을 세워보겠다고 열심히 뛰었다. 개인 기록은 세웠지만, 심박수 200bpm을 만나고 왔다. 진짜 말 그대로 죽을 뻔했다.
이후 고등학교 친구 중에 러닝에 대해 열심히 공부하고 훈련하던 친구가 훈련 방법을 알려줬다. 나처럼 매번 극한까지 뛰는 게 능사가 아니라, 심박수를 관리하면서 페이스를 유지하는 훈련들이 중요하다더라. 이미 러닝에 푹 빠지기도 했고, 기왕 하는 거 나도 체계적으로 훈련을 해볼까 하고 가민워치도 하나 장만했다.
이때부터 문제였다. 지속런, 템포런, 인터벌런, 다른 방식으로 훈련하면서 계속 페이스를 당기는 것이 재미있었다. 너무 재미있어서 무릎이 조금 아픈데도 자주 뛰었다. 참을 만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어느 날 강한 템포로 뛰고 나서 느껴졌다. 아! 이거 큰일 났다.
2. 러닝의 장단점
러닝의 장점은 무궁무진하다. 체지방 감소, 심장 강화, 심혈관계 질환 및 대사 질환 예방, 체력 증진, 최근에 찾아본 바로는 호르몬 균형, 치매 예방, 저속노화 등 모든 건강과 관련된 분야에 좋다고 한다. 그리고 뛰어보기 전에는 알 수 없는 것들이 있다. 기분이 너무 좋다. 흔히 알려진 러너스 하이 같은 극한의 상태로 갈 필요도 없다. 낮은 속도로 편하게 뛰어도 된다. 뛰고 나면 느껴지는 상쾌함은 가히 삶이 바뀔 정도다.
러닝의 단점은 무엇일까? 무릎에 안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이것도 잘못된 상식이다. 러닝이 단기적으로는 무릎에 부담이 될 수는 있지만, 지속적으로 훈련하면서 적절한 근력을 갖추면 노년까지 훨씬 더 건강한 무릎을 유지한다고 한다. 다만, 그러려면 적절한 운동 주기와 꾸준한 보강운동이 병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난 알지 못했다. 부상을 당하기 전까지.
예전에 유튜브에서 헬스 유튜버가 러닝을 시작하고 부상을 당했다는 영상을 본 적이 있다. 그때 헬스하는 사람은 러닝하면 무조건(거의 100%) 부상을 당한다는 이야기가 기억이 난다. 그때도 몰랐다. 왜? 헬스랑 러닝이랑 무슨 상관이 있길래. 오히려 운동하던 사람이면 더 안 다치는 거 아닌가?
무릎에 통증이 심해지고 나니 그 영상이 다시 생각났다. 아, 그렇구나. 헬스라는 운동은 힘드고 고통스러울 때 참고 하나 더 수행하는 것이 미덕이다. 그 마지막 하나를 위해 앞의 과정이 있다. 그러니까 고통은 참는 것이라고 배웠다. 러닝은 다르다. 특히 무릎 같은 관절에 오는 고통은 참을 만하다고 해서 참으면 안 된다. 조금이라도 이상이 느껴지면 바로 그날의 러닝은 접고 휴식을 취해야 한다. 부상을 당하기 전까지 몰랐다. 역시 무엇이든 겪어봐야 배움이 있다. 옆에서 아무리 좋은 이야기를 해줘도 내가 겪어보기 전에는 모른다. 인간이란.
3. 회복기
6월에 무릎에 통증이 심해지고 이상을 확신했을 때부터 러닝은 쉬었다. 정형외과를 다녔는데, 슬개건염을 진단받고 체외충격파에 온갖 물리치료를 받았다. 한 달을 치료받아도 통증이 계속 됐다. 병원 원장이 직접 러닝 크루를 한다는, 무릎을 잘 본다는 정형외과를 소개를 받아 갔다. 연골연화증이라고 연골이 많이 약해져 있다고 또 주사치료와 물리치료를 받았다.
조금만 무리하게 걸어도 오른쪽 무릎의 온 부분이 아팠다. 뛰는 것은커녕, 계단이나 오르막길도 부담되었고 일상생활도 불편함의 연속이었다. 9월부터는 주사치료는 끝내고 재활운동을 배우기로 했다. 그동안 무릎을 너무 아끼느라 하체 근육이 다 빠져 있어서, 작은 충격이나 운동에도 무릎에 부담이 간다는 것이었다.
작은 통증도 부상으로 이어질까봐 겁이 많아져 있었다. 처음 재활운동을 배우면서도 혹시 무릎에 통증이 오는데 괜찮은지 계속 물어봤다. 물리치료사 선생님이 이 운동들은 무릎에 부담이 가지 않는 운동이고, 오히려 긍정적인 통증이니 안심하고 계속하라고 했다. 진짜 빨리 회복하고 싶었다. 열심히만 하면 빨리 회복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매일 2~3시간은 재활운동을 했다.
10월부터 통증이 거의 줄고, 운동이 가능할 것 같아서 조금씩 뛰어봤다. 처음에는 정말 달리는 동작을 취하는 것도 겁이 났다. 생각보다 통증이 심하지 않고, 작은 통증도 금방 회복되는 것이 느껴졌다. 그렇게 조금씩 거리를 늘리고 속도를 높여서 이전에 뛰던 것의 70% 까지는 회복한 것 같다. 또 부상이 재발할까 봐 아직 마음 놓고 뛰지는 못 하지만, 무릎에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조금씩 이전 기량을 되찾아가고 있다. 이 정도로도 너무 좋다.
4. 앞으로
재활운동을 하면서 배운 것이 많다. 무릎의 연골과 관절은 따로 강화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허벅지와 엉덩이 근육을 강화함으로써 무릎에 부담을 줄이는 것이 무릎을 아끼고 오래 사용하는 방법이라고 한다. 러너의 무릎이 더 건강하다면, 아마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뛰거나 보강운동을 하면서 다른 근육들을 많이 활성화시키기 때문에, 평소에 무릎에 가는 부담이 더 적다는 것이다.
운동의 목표가 조금 바뀌었다. 노년까지 부상없이 운동하는 것으로 말이다. 부상없이 운동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그리고 부상을 예방하기 위한 스트레칭이나 보강운동들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됐다. 재활하면서 배운 동작들도 러닝과 함께 평생 꾸준히 해야겠다. 이 경험을 계기로, 앞으로 더 건강한 러닝을 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