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야 할 이유』 매트 헤이그.

by 안서조

책 제목에서 내용이 철학서라고 생각했다. 읽어보니 ‘우울증’ 환자였다는 ‘커밍아웃’, 자기 고백이었다.


나는 우울증에 관해서 좀 무지한 편이다. 별로 관심도 없고 내가 우울증이라고 생각해 본 적도 없다. 그런데 작가의 고백을 읽고 나서 ‘우울증’이 무서운 병이라는 것을 느꼈다.


작가는 20대 초반에 심각한 정신적 위기를 맞고 소설가로 등단해서 정상적인 삶을 살아가는 과정을 이 책에 표현했다. 어렸을 때, 초등학교 시절부터 심리적 억압과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어서 학교생활에 적응이 안 되었다고 한다. 중, 고등학교 시절 결석을 반복하는 불안한 과정에서 마치고, 대학과 대학원을 다니면서 헌신적인 여자 친구 안드레아를 만나 우울증으로 인한 공황장애, 자살 충동 등을 극복한다.


과학 기술의 발달이 인간 게놈을 분석하고 복제 동물 실험도 성공했다. 난치병이라는 암도 극복할 날이 시간 문제라는 현대 첨단의학 기술 세상에서 ‘우울증’이라는 병을 치료할 방법이 없다. 라는 작가의 말을 믿어야 하는지… 작가는 ‘우울증’을 고치기 위해 많은 병원 진료와 약을 먹었다. 그러나 ‘우울증’을 낫게 한 것은 첨단의학이 아니라 ‘말하기, 글쓰기, 그리고 책 읽기’라고 한다. ‘우울증’이라는 병을 이해하고 환자 입장이 돼서 대화하는 것이 치료에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한다. 그 역할을 해 준 것이 여자 친구 안드레아다. 결국 결혼까지 했고 자녀를 둔 단란한 가정을 이루었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자살률이 가장 높다고 한다. 청소년 사망 원인 1위가 자살이라고 한다. 사회문제인 자살은 대부분 우울증이 원인이라고 한다. 살아가면서 누구나 한 번씩은 우울증을 겪는다고 한다. 가벼운 감기처럼 지나가거나 극단적인 선택을 할 만큼 깊거나, 사람마다 차이가 있을 뿐이다. 이제 ‘우울증’은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과학 문명이 발달할수록 정신적 상처를 입는 일이 많은 것 같다. SNS에 악풀을 보거나 본의 아닌 대형 사고에 피해자나 목격자가 되거나 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다행히 최근 언론보도에 국가에서 이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정책을 마련한다고 하니 다행이다.


작가의 말을 옮겨본다.

사람의 몸은 실제보다 크다. 과학 기술의 발전으로 인체가 하나의 우주와 같다는 것이 밝혀졌다. 우리 몸은 100조 개의 세포로 이루어져 있고, 각 세포는 약 100조 개의 원자로 구성되어 있다. 정말 엄청난 숫자이다. 뇌만 해도 약 100억 개의 세포로 되어있다. 그러나 보통은 거의 무한한 숫자의 세포를 느끼며 살지 않고 팔, 다리, 발, 손, 상체, 머리, 뼈, 살 같은 더 큰 구성 요소로 우리를 단순화해 생각한다.


마음도 마찬가지다. 살아가기 위해 마음은 더 단순한 구조를 채택한다. 사람들은 한 번에 한 가지에만 집중한다. 그러나 우울증은 생각과 감정의 양자물리학과 같다. 보통은 숨어 있는 것을 ‘우울’이 드러낸다. 우울은 우리 자신과 기존의 지식을 해체한다.


우울증의 주요 증상 중 하나는 희망을 갖지 못한다는 것이다. 미래도 그릴 수 없다. 양 끝이 막힌 터널 속에 갇힌 것처럼 느낀다. 우울 자체는 거짓말이 아니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가장 실재적인 것이다. 하지만 남의 눈에는 별일 아닌 것 같다. 나는 머리에 불이 붙은 채 돌아다니고 있는데 다른 사람들 눈에는 그 불이 안 보이는 것이다. 누구도 당사자가 겪고 있는 것을 똑같이 겪을 수가 없기에, 우울은 외로움을 동반한다. 미친 사람으로 비칠까 두려운 나머지 속으로 꾹꾹 누르고, 사람들이 자신을 멀리할까 두려워 입을 더 굳게 다물어 버린다. 말이든 글이든 언어는 우리를 세상과 소통하게 하므로 ‘우울’에 대해 사람들에게 말하고 글을 쓰면 타인은 물론 자신과도 진정한 소통을 할 수 있다.


정신적 문제를 가진 사람들은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역사적으로 유명하고 강인한 사람 중에는 우울을 겪은 이가 많다. 정치인, 우주인, 시인, 화가, 철학가, 과학자, 수학자, 배우, 권투 선수, 평화 운동가, 전쟁 지도자, 그리고 수십억의 사람들이 자신과 사투를 벌이고 있다.


우울증 환자는 암 환자, 심혈관계 질환자 또는 교통사고를 당한 사람들과 특별히 다를 것이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말하고 들어야 한다. 대화와 경청이 필요하다. 대화를 계속 이어 나가고, 대화할 사람들을 계속 찾아야 한다. 우울증은 부끄러워할 일이 아니며, 인간적인 경험이라는 점을 계속 되새겨야 한다.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오는 그런 경험이다. 그리고 대부분 대화로 해결된다. 대화, 위로, 격려, 모든 사람에게 나의 경험을 터놓고 제대로 이야기하기까지 10년이 넘게 걸렸다. 나는 대화, 그 자체로 치료가 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대화 있는 곳에 희망이 있다.


우울의 경고 신호는 매우 파악하기 어렵다. 우리는 ‘우울’을 ‘슬픔’의 동의어로 사용한다. 우울과 슬픔의 차이는 절박한 굶주림과 약간 출출함의 차이 정도이다. 우울은 질병이다. 증상 자체가 눈에 보이지 않아서 보통 알아차리기 어렵다. 심각한 질병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환자가 우울을 처음에 인지하기는 매우 어렵다. 아프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 아픈 느낌이 알아차리기 힘들고, 다른 것과 쉽게 혼동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자기가 가치 없게 느껴지면 ‘난 원래 쓰레기니까 쓰레기처럼 느끼는 거야’라고 생각할 수 있다. 질병의 증상으로 보기는 어려운 느낌이다. 혹은 낮은 자존감에 피로까지 겹쳐 우울하다고 말할 의지나 힘도 없을 수 있다.


우울증에 걸린 사람이 가장 흔히 보이는 증상

피로, 특별한 이유 없이 항상 지쳐 있다. 자존감 저하, 속 이야기를 잘 털어놓지 않는 사람들의 경우 더더욱 드러나지 않는다. 행동과 말이 느려질 수 있다. 식욕 감퇴, 그 반대의 과다한 식욕도 있다. 불안정한 기분. 자주 운다. 무감각.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않는다. 등.


사람들은 자신으로부터 도망치기 위해서 혹은 자신을 찾기 위해서 책을 읽는다. 우리는 도망치는 과정에서 자기 자신을 찾는다. 그것은 우리가 있는 곳이 아니라 우리가 가고 싶어 하는 것이며, 그 모두이기도 하다. 셰익스피어는 “예술의 목적은 삶에 형태를 부여하는 것”이라고 했다.


모든 책은 특정한 상태에 있는 사람의 정신 산물이다. 모든 책을 더하면 인류의 총합을 얻을 것이다. 훌륭한 책을 읽을 때마다 나는 일종의 지도를, 보물 지도를 얻은 기분이었다. 내가 찾으려는 보물은 사실 나 자신이었다. 그러나 각각의 지도는 불완전했고, 모든 책을 읽어야만 완성될 수 있었다. 모든 책의 플롯은 결국에는 ‘누군가가 무엇을 찾는’ 이야기로 요약된다.


책을 읽고 제목이 『살아야 할 이유』는 “작가가 우울증으로 공황 상태에 빠져 자살을 기도했지만, 실패하고 우울증을 극복하고 살아있는 이유는 ‘가족’이다. 부모님, 아내, 아이들이 ‘살아야 할 이유’다.”라고 감히 결론을 내렸다.


책 소개

『살아야 할 이유』 매트 헤이그 지음. 강수희 옮김. 2016.04.18. 책읽는수요일. 274쪽. 13,000원.


매트 헤이그 Matt Haig. 1975년 영국 요크셔 주 셰필드에서 태어났다. 헐대학교에서 영문학과 역사를 공부했다. 리즈대학교에서 석사 과정을 마쳤다. 소설가. 『살아야 할 이유』는 첫 논픽션이자 최고의 베스트셀러이다. 『휴먼』, 『영국의 마지막 가족』 등 다섯 권의 소설을 펴냈으며,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책도 썼다.

강수희. 부산대학교 영어영문학과 졸업, 한국외국어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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