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토럴리아』 조지 손더스 지음

미국 사실주의 단편소설 모음집

by 안서조

가볍게 읽을 단편소설을 선택해서 읽었다. 이 단편 소설집에는 여섯 편의 단편이 있다.


조지 손더스는 사실주의 작가라고 한다. 옮긴이의 평론을 보면, 우리에게 익숙한 사실주의적 소설과는 다르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인물들이 왠지 사실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 때문일지도 모른다. 라고 한다.


‘패스토럴리아 pastoralia’ 뜻은 목가적인 소박하고 평화로우며 편안한 느낌을 주는 서정적인 분위기라는 뜻의 ‘패스토럴 pastoral’을 조금 비틀어서 만든 말이다. 등장 인물들에게 불편하고 불쾌하고, 불안한 상황의 연속을 제시한다.라고 원래 의미를 비틀어 비웃기 위한 것.이다.


『패스토럴리아』는 중편에 가깝다. 줄거리는 테마공원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이야기이다. 원시시대를 재현하는 동굴에서 ‘나’는 여자 파트너 재닛과 동굴 생활을 한다. 원시시대처럼 돌칼로 염소를 잡아 부싯돌로 불을 피우고 구워 먹는다. 관람객들은 구멍을 통해 그들을 보며 원시시대 인간의 삶을 실감한다.


하지만 이들은 회사에 고용된 노동자들이다. 일주일에 한 번 동굴에 모아둔 배설물과 쓰레기를 배출하기 위해 외출한다. 외부와 연락은 팩스로 한다. ‘나’는 결혼하였고 집에 아내가 장애인 아들을 돌보고 있다. 월급을 보내야 아내와 아들이 생활할 수 있다.


회사는 이들이 원시생활을 실수 없이 잘 재현하고 있는지 감시한다. ‘나’와 파트너 재닛은 서로 감시하고 일과가 끝나면 회사에 팩스로 서로의 상태를 보고한다. 가끔 회사 직원이 관람객을 가장해서 이들을 평가하고 실수가 발견되면 파면한다.


어느 날 재닛의 아들이 관람객으로 찾아온다. 재닛은 규칙을 어기고 아들을 동굴에서 만난다. 동굴에서는 원시시대 인간의 언어, 괴성과 몸짓으로 의사를 표현해야 하는데 영어로 아들과 대화한다. 규칙 위반이다. ‘나’는 그 사실을 일일 보고서에 작성해서 보낸다. 재닛은 파면 당한다. 그리고 새로운 여자 파트너 린다가 온다. 다시 원시인을 재현하는 일상으로 돌아온다. 벌레를 잡아먹는 시늉을 한다.


테마공원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애환을 사실적으로 표현한다. 회사에 고용된 노동자들을 감시하기 위해서 이중 삼중으로 감독한다. 불신이 팽배한 시대에 생존을 위해서 어쩔 수 없다. 관람객의 입장료 수입으로 회사가 운영되기 때문에 관람객의 평가는 노동자에게 심각한 일이다. 요즘 인터넷에서 별 다섯을 받기 위해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소상공인들의 모습이 겹친다. 새로운 직업이 생기고 기존의 직업은 없어진다. 테마공원의 원시인 재현이라는 직업이 생긴 것을 소설을 통해 알았다. 우리나라도 민속촌에 출퇴근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하니 이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오크 sea oak」는 조이스틱스라는 성인클럽에서 일하는 남자의 이야기다. 여성 손님이 와서 유흥을 요구하면 들어주고 팁을 받아 생활한다. 여기서도 점수가 매겨진다. ‘귀여움 등급’, ‘뻑 가는 아이’, ‘귀염둥이’, ‘그저 그런 놈’, ‘진상’으로 나뉜다. ‘귀염둥이 / 그저 그런 놈’ 쪽이면 현금 사십 달러를 받을 수 있다. 제목 ‘시오크 Sea Oak’는 바다와 오크를 합친 지역명이다. 시오크에는 바다도 오크도 없고 그저 보조금 지원 아파트 백 개와 페덱스의 뒷모습뿐이다. 화자에게는 이모가 있다. 결혼도 하지 못하고 나이가 들어 식당 주방에서 일하고 혼자 산다. 어느 날 이모 집에 강도가 들어와서 돈과 물건을 가져가고 이모는 놀라서 의자에 앉은 채 죽었다. 장례식을 하고 돌아왔는데 묘지에 시체가 없어졌다. 없어진 시체가 화자의 집에 왔다. 시체가 말을 하고 몸뚱이가 좀비처럼 부서지고 가상적인 허무맹랑한 줄거리가 끝난다.


소설 내용에 원색적인 표현이 많이 나온다. ‘똥’ 욕설, 남성 성기 표현 속어 등. 번역한 단어에 속어로 표현한 주석이 많이 등장한다. 장례식을 하는데 필요한 관 가격이 비싸다. 싼 것을 찾는다. 물건 포장했던 상자로 만든 관이 저렴하다. 어느 나라든지 장례식 비용이 비싼 것은 공통인 모양이다.

문화적 차이가 너무 심해서인가? 소설 내용을 이해하는데 애로가 많았다.



책 소개

『패스토럴리아』 조지 손더스 지음. 정영목 옮김. 2023.03.24. ㈜문학동네. 247쪽. 15,000원.


조지 손더스 GEORGE SAUNDERS. 현존하는 영어권 최고의 단편소설 작가라 불리는 미국 현대문학의 대표적인 작가. 1996년 첫 단편집 『악화일로를 걷는 내전의 땅』을 출간했다. 2013년 전미도서상 최종 후보, 폴리오상과 스토리상 수상. 첫 장편소설 『바르도의 링컨』으로 2017년 맨부커상 수상.


정영목. 서울대 영문과 졸업. 같은 대학원 수료. 전문번역가로 활동 중. 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