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뚜기 2

(스무 살 때 도서관 메뚜기였던 나의 삼십 년 뒤)

by 우산

스무 살 메뚜기였던 나,

30년이 지난 자리.

변하지 않는 자리가

여럿 생겼다.


누구의 아내

누구의 엄마

누구의 며느리

누구의 큰엄마

누구의 친구


스무 살 메뚜기는

자신의 자리를 찾는

메뚜기.

삼십 년이 지난 메뚜기는

무얼 찾는 메뚜기일까.


결혼을 한 메뚜기는

월세에서 전세로

지방에서 지방으로

지방에서 서울로

뛰어다녔다.


느긋이 이슬 마실 풀밭을 찾아

퍼슥퍼슥 퍼스슥

풀숲을 뛴다.


앉을자리가 편치 않은가,

뛰는 게 숙명일까,

뛰어다닐 세상이

넓기도 하다.


동에서 서로

마음에서 마음으로

일에서 일로

오늘도 쉬지 않고

뛰고 뛰는 메뚜기.


어디까지 뛸 수 있나 헤아리지 않고

얼마나 뛰어야 하나 생각지 못 하고

과거에서 현재로

실패에서 실패로

때로는 한걸음 위로

뛰는 게 익숙한

메뚜기 인생.


풀숲에서 풀숲으로

초록에서 갈잎으로

계절에서 계절로

바람 소리 들으며

다리에서 날개로 힘을 옮기며

뛰어다닌다.


메뚝 메뚝 메뚜기 인생.


오늘도

세상의 어느 공간

어느 바람 사이를

뛰고 또 뛰어도

뛸 수 있어서

행복한

메뚜기 인생


(학창 시절 도서관에서 정한 자리 없이 임시로 남의 자리를 옮겨 다니던 날, 우리는 스스로 메뚜기라 불렀습니다. 한자리에 머무는 것이 안정감이 있어 좋기는 한데, 세상 구경하며 옮겨 다니다 보니, 한 곳에 계속 머무는 게 답답하기도 하지요.

자의든 타의든 이사를 할 때마다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맘으로 시작하는 그 느낌이 좋습니다.

메뚜기로 길들여지는 것일까요, 메뚜기로 태어나 메뚜기의 삶을 사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