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과 절망
무감각해지는 때가 있다. 세계가 내게 무관심하다고 느끼고 나 또한 세계에 무관심하기를 원하는 때가 있다. 그러나, 마음속 삶의 불꽃이 ‘이래서는 안 된다!’라고 외친다. 그것은 세계에 무관심하기를 원하지만, 관심을 갈구한다. 누가 나를 알아봐 주면 좋겠다는 생각, 그 짧은 찰나의 공명을 열망한다. 명철한 의식은 절연 상태에 몸서리친다.
살아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하고, 절망에 빠지는 때가 있다. 절망은 열정의 다른 모양새이다. 열정은 자신을 너무 불태웠기에, 더 이상 불탈 힘이 없다. 절망한 의식이 ‘이래서는 안 된다!’라며 몸부림친다. 절연의 감정을 끊어내고 싶은 열망이다. 그 속의 열정은 작은 목소리로, ‘그래도 해야지……’라고 말한다. 절망 속 열정으로 책을 읽고, 공부하고, 음악을 듣고, 일을 하고, 글을 쓴다.
그러다 우연히 어떤 충돌이 발생한다. 그 충돌은 불씨가 되고, 절망은 다시 활활 타오르는 열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