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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르바 Oct 21. 2021

닥터 인사이드(3)

내 안의 의사

2. 병의 원인



우리 몸은 수렵채집생활에 최적화되어 있다

 

  앞에서 보았듯이 우리 몸은 스스로 방어하고, 치유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 능력이 자연치유력이다. 자연치유력은 그저 그런 능력이 아니다. 그 어떤 의사 보다 뛰어나고 그 어떤 기술자 보다 정교한 솜씨를 자랑한다. 자신을 지키기 위해 우리가 일일이 신경 쓸 필요도 없다. 모든 것은 자동으로 이루어진다. 

  자연치유력의 완벽한 능력은 인류학자들의 연구를 통해 더욱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농경이 시작된 대략 1만년 이전의 인류의 화석을 분석한 학자들은 현대인들이 깜짝 놀랄 사실들을 알아냈다. 리쳐드 커틀러(미국립보건연구원)의 연구결과를 인용하자면, 지금까지 발견된 구석기인들의 유골과 인류학자들의 자료를 조사한 결과, 1만 5천 년 전 선사시대의 사람들은 기대수명이 평균 94세 정도였으며 별다른 질병의 흔적도 없다는 것이다. 심지어 충치 같은 치과 질환도 전혀 없다는 것이 밝혀졌다고 한다. 고대인들이 병원신세를 지지 않았다는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들은 우주의 최고 걸작인 자신들의 육체를 마음껏 누리면서 일생을 살고 갔던 것이다. 물론 그들은 야생의 거친 환경 속에서 다른 종에게 잡아먹히거나 사고를 당해서 일찍 생을 마감하는 경우도 많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위험은 자연치유력의 관심 영역이 아니다. 

  인류의 기원을 대략 300만 년으로 볼 때, 인류는 99.3%에 이르는 기간 동안 수렵채집 생활을 영위해 왔다. 그리고 그 기간 동안 인류는 자연치유력에 의존해서 완벽한 건강을 유지하면서 살 수 있었다는 것을 상기하면 오늘날 현대인들이 온갖 질병에 시달리는 이유를 쉽게 깨달을 수 있다.  사람의 몸은 수렵채집 생활에 최적화되어 있는 것이다.

  진화는 우리의 수명 따위와는 비교할 수 없는 장구한 시간을 요한다. 장구한 세월을 수렵채집생활로 살아가던 인류는 갑작스럽게(?) 농경시대를 열어젖히고, 이어서 현대에 이르렀다. 이 정신 없는 격변의 시대는 진화의 관점에서 볼 때는 찰나에 불과하다. 따라서 오늘날 현대인들의 삶은 그들의 육체가 감당하기 힘든 조건에 놓인 것이다. 모든 병의 원인은 그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질병에 세균이나 바이러스로 인한 감염증들은 제외된다. 그런 병들은 옛날에도 있었고 오늘날에도 똑 같이 누구나 걸릴 수 있다. 고대인들도 틀림없이 그런 질병에 걸렸겠지만 그들은 강력한 면역력으로 쉽게 극복했을 것이다. 아마도 대부분의 병은 아늑한 동굴 속에서 며칠 끙끙 앓고 나면 깨끗이 나았으리라. 현대인들도 그런 질병은 별로 두렵지 않다. 항생제의 도움을 받아 별다른 고통도 없이 털고 일어날 수 있다.  

  이 책에서 다루고자 하는 병은 ‘현대병’이다. 현대병은 성인병이라 불리는 암, 심장병, 뇌졸중, 당뇨병 등과 각종 통증, 자가면역성 질병, 기타를 통칭하는 것이다. 모든 병의 원인으로 지목하는 ‘현대’는 과연 수렵채집인의 몸을 가진 우리들에게 어느 정도로 불편한 시대인지 살펴보겠다.



새로운 물질의 충격


  인간은 자연계에 없는 물질을 너무 많이 만들어내었다. 그 물질들은 우리 몸이 제대로 다룰 수 없는 물질이다. 우리의 유전자가 자연계에 없는 물질까지 예상해서 진화를 했을 리는 만무하다. 영국의 학자 베일리 해밀턴의 한탄을 들어보자.

“유감스럽게도 우리의 신체는 화학물질의 공격에 대항하여 스스로 보호하도록 창조되지 않았다.” 

미국의 면역학자 셰리 A. 로저스 박사도 비슷한 말을 했다.

“우리는 전례 없이 많은 화학물질에 노출된 역사상 최초의 세대입니다. 자신의 건강을 결정하는 데 스스로가 이토록 중요하고 결정적인 역할을한적이없습니다.” 

미국의 국립환경보건연구소가 발표한 성명 역시 동일한 지점을 걱정하고 있다.

 “우리는 인간 세포에서 유전자와 환경이 상호작용하여 분자의 변화, 즉 질병에 이르는 연쇄반응을 촉발하는 지점을 파악하려고 애쓰고 있다. 과학자들은 이런 변화를 암, 파킨슨병, 관절염, 심장병 등을 유발하는 폭포에 비유한다. 우리는 아직 이런 심각한 만성질환들을 유발하는 근본 원인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화학물질이나 다른 환경에 노출된 것이 이런 질병의 원인이리라고 수년 전부터 추측했다.” 

  현대인들은 합성화학물질에 포위 되었다. 우리는, 이미 밝혀진 수많은 독성 화학물질과 의심스러운 합성화학물질들을 쉴 새 없이 먹고 마시고 입고 주물럭거리며 뒤엉켜 살고 있다. 새로운 화학물질들은 주사기를 통해 곧바로 혈관으로 들어가기도 하고, 혹은 알약으로, 식품으로, 식품첨가물로, 호흡으로 현대인의 몸속으로 들어간다. 우리 몸속의 의사는 대단히 유능하지만 이런 본 적이 없는 적들 앞에서는 요령부득일 수밖에 없다. 



정크 푸드의 충격


   비만이 사회문제가 되고 다이어트가 황금알을 낳고 있지만 현대인들은 대다수가 영양실조 상태에 빠져있다. 마이클 폴란의 표현을 빌면 사람들은 음식이 아니라 ‘먹을 수 있는 음식 같은 물질’을 섭취하고 있다. 기계론적 가치관으로 무장한 환원주의 영양학의 영향아래 이리 저리 찢어발긴 영양소들을 뭉친 ‘음식 같은 물질’들이 넘친다. 거의 모든 채소들은 농약과 제초제로 오염되었고, 오직 비료만을 퍼부어댄 단일재배의 결과로 역시 영양실조에 빠진 농작물들이 식탁에 올라온다. 또한 현대인들은 초원의 기름진 풀을 뜯어 먹으며 자란 동물 대신에 공장형 축사에 갇혀 온갖 항생제와 호르몬을 투여해서 기른 고기를 먹는다. 이런 현실은 합성화학물질의 오염과 영양실조를 동시에 불러 왔다. 우리 몸속의 면역세포들은 영양실조 상태에 허덕이면서 적들을 앞에 놓고 눈만 멀뚱거리는 보초병과 같이 무기력해졌다. 우리는 아무리 뚱보가 되어도 영양실조를 면하기 힘든 시대를 살고 있다. 



 스트레스 사회


  현대사회가 유례없는 스트레스 사회라는 것은 별도의 설명이 필요 없을 것 같다. 스트레스는 인체의 자연치유력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스트레스는 단독으로 우리 몸에 병을 일으킬 수 있는 발병 요소다. 한편으로 스트레스는 병을 치유하려는 면역력까지 떨어뜨리므로 치유를 방해한다. 백혈구는 자율신경이 지배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따라서 스트레스는 면역력의 약화로 직결된다. 스트레스에 대한 적절한 대응책이 없이는 건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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