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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지인 Jan 02. 2025

터키, 참깨빵의 나라에 다녀오다.


 아시아인지 유럽인지 아직도 잘 모르겠는 터키에서 빵지순례의 첫발을 내디뎠다. 나는 빵순이답게 길거리를 지나다닐 때마다 빵집을 유심히 보았는데 터키에서는 빵집과 제과점의 구분이 명확해 보였다. 빵집에선 식사용 빵을, 제과점에선 달달한 디저트류들을 판다.



 신기하게도 대부분의 빵에 깨가 묻혀 있다. 깨가 잔뜩 묻혀있는 둥근 고리 모양의 Simit라는 빵이 국민 간식이자 간단한 아침 대용이라고 한다. 시미트에 크림치즈나 누텔라를 발라 먹을 수도 있다. 보통 역이나 공원 지하철 앞 곳곳에서 파는 것을 볼 수 있다. 가격은 단돈 800원!

한국의 떡볶이 포장마차 같은 느낌



 터키 사람들이 밖에서 간단한 식사로 빵에 수프를 곁들여 먹는 것을 종종 보았다. 똑같이 따라 시켜보니 조그마한 그릇에 담긴 수프와 함께 커다랗고 두꺼운 빵을 서너 개씩 준다. 가격은 싸고 양도 많아 왜 사람들이 많이 먹는지 알겠다 싶었다. 수프라고 하니 내게 익숙한 옥수수 수프나 크림수프가 떠올랐는데 이들이 즐겨 먹는 수프는 맑은 야채 육수 또는 국밥 국물에 더 가까웠다.

바게트처럼 생긴 엄청 큰 이 빵의 이름은 프란잘라라고 한다.



 터키에선 카다이프와 피스타치오를 이용한 수많은 디저트를 많이 볼 수 있다. 같은 재료를 가지고 낸 다양한 변주들이야 말로 터키 디저트의 문화적 특색이 아닐까. 이것들을 먹어보면 터키 사람들이 선호하는 단 맛의 정도도 확연히 느낄 수 있다. 대부분 터키 디저트들은 한 입 먹으면 온몸에 전율이 돋을 정도로 무지하게 단데 이게 그들에겐 당연한 단맛이라는 것.

신기한 레드 피스타치오.
바클라바
퀴네페


 트릴레체, 제누아즈 시트에 가당연유, 무가당연유, 생크림인 3종류의 우유를 적셔 만든 터키의 케이크이다. 냉장 보관해 차갑게 먹으면 더 맛있다. 무지하게 달아 보이지만 의외로 담백한 단 맛을 가지고 있다.

입안에 넣으면 사르르 녹아 없어진다.



 유럽에선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먹기 힘들다 했는데 터키는 아시아와 유럽 그 중간 어딘가인 게 맞는 것 같다. 카페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흔하게 파는 점이 참 의외 아닌가…?



 요거트에 물과 소금을 탄 음료, 아이란. 우리나라 요구르트나 인도의 라씨와 비슷한 맛일 줄 알았는데 그냥 신 물 같은 맛이었다. 좋았다면 추억이고 나빴다면 경험이다. 내겐 아주 좋은 경험이 되었다. 차치키나 다른 음료들을 보면 터키 사람들은 신 것을 잘 먹는 것 같다.



 터키 음식 하면 케밥밖에 모르는 내게 첫 번째 빵지순례 코스는 아주 성공적이었다. 터키쉬 딜라이트라는 말이 괜히 유명한 게 아니었다지! 3대 미식 국가라는 이름에 걸맞게 디저트의 종류들도 아주 다양했고 ‘이런 재료를 이용해서 이렇게 디저트를 만들기도 하는구나’ 배울 수 있는 좋은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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