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지순례 좀 다녀오겠습니다.
어려서부터 여행이 좋았다. 내가 알지 못하는 나라에 가서 새로운 것을 경험한다는 건 생각만 해도 아주 짜릿했다. 죽기 전까지 전 세계를 다 가 볼 수 있겠지라고 막연한 희망을 품었다. 2019년에 그 바이러스 때문에 하늘길이 막히기 전까진. 지금까지 5년 동안 유럽 일주를 위해 원기옥을 모았다.
여행을 좋아하는 내가 2년 전부터 빵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여행보다 좋은 게 있다니. 새벽에 출근해 반죽을 치고 성형을 하고 발효를 시켜 빵을 굽는 일은 아주 행복했다. 제빵사로 일한 지 어언 2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꽤 많은 것을 배웠지만 좀 더 전통적인 날 것의 빵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빵에 대해 더 경험해 보기 위해 나는 떠나기로 결심했다. 빵 공부를 명목 삼아 사실 여행이 하고 싶은 걸지도 모르겠다. 그럼 어때! 가보는 거지!
그리하여 나는 천만 원을 가지고 90일간 유럽과 아프리카로 빵지순례를 하는 여정을 기록하기로 했다.
다녀와서 내게 무엇이 남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