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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과사색 Aug 03. 2022

우울증 극복하는 방법: 명상, 감사 일기 후기

명상, 감사 일기 후기


하버드 대학원 졸업 후 내 뇌 안에서 삐약삐약 대던 생각은 '내가 너무 잘나 죽겠어서 행복하다'가 아니라, '니미럴, 내 인생 망한 건가?'였다. 구체적으로 풀어내자면 '내가 제대로 개똥밭에서 구르고 있구나,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내 미래는 어떤 꼬락서니 일지 너무 두렵다, 나는 루저인가, 이 세상에 무엇 하나 의미 있는 것이 없다, 모든 것이 부질없다.'였다.


그런데 정말 그랬을까? 정말 내가 온몸에 똥칠한 채로 개똥밭에서 구르고 있었을까? 설령 그랬다 하더라도 '개똥밭이든 코끼리 똥밭이든 난 걸어 나올 수 있어'라는 생각을 왜 못했는지가 내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이다. 왜 현실을 똑바로 직시하지 못하고 두 손으로 눈을 가린 채로 세상이 검다고 단정 지었는지, 왜 눈을 가린 손을 치우지 못했는지, 왜 눈을 떠보지 않았는지 말이다.   


그것은 부정적인 생각에 빠져있는 것이 습관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에 따라오는 침울한 감정 또한 습관처럼 느꼈기 때문이다. 한 번 느꼈던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과거의 선택들에 대한 후회는 중독성이 강했다. 잠시 느꼈던 자기 연민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주인공이 된 것 같은 몰입을 주었다. 나쁜 습관은 더 쉽게 빠르게 몸에 배었다. 머리카락에 덕지덕지 붙어서 샴푸 한 번으로는 씻겨내지 않는 삼겹살 냄새처럼 말이다. 부정적인 생각을 반복 재생하는 것, 부정적인 감정에 취해있는 것은 재빠르게 '습관'으로 둔갑했고, '내 인생은 망했어'라는 패배감이 아무런 논리의 과정이나 여과장치 없이 달려와 박치기를 했다.   


내가 가진 나쁜 습관들은 아침에 일어나는 데 두 시간이 걸리는 것, 식사 직후 단 음료를 마시는 것, 설거지를 내일모레 하는 것 등등이 있는데, 이런 것들은 눈에 보이기라도 한다. 퍼질러있는 나, 단 음료를 또 처마시는 나, 쌓여있는 설거지는 보이니까 인식이라도 된다. 그리고 나름 해결책도 있다. 아침에 그만 미적대고 벌떡 일어나는 것, 단 음료를 그만 마시는 것, 설거지를 바로 하는 것이 내게 현실성은 조금 낮기는 해도 나름 해결책이라고 존재하기는 한다. 하지만 부정적인 생각을 하는 습관, 부정적인 감정에 빠져있는 습관은 일단 인식하기도 힘들다. 우울에 익숙해져 버리면 어떤 생각과 감정이 정상이고 건강한 것인지 잊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해결책은 더욱더 뜬구름 잡는 것 같다. 생각을 어떻게 고치나? 뇌 안에서 꺼내서 뚝딱뚝딱 망치질해서 고쳐서 다시 집어넣을 수도 없고. 참 답답했다.


이것저것 좋다는 건 다 시도를 했다. 좋은 책도 읽고, 근본적 수용도 연습하고, 운동도 하고, 취미생활도 하고, 친구들도 만났다. 모두 도움이 되었다. 좋은 책은 나의 세계를 넓혀주어 편협한 시각에서 빠져나올 수 있게 했다. 그러자 인생이 광활한 기회의 연속처럼 보였다. 근본적 수용을 연습하니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고, 그러자 비참한 감정의 구렁텅이에 빠지지 않았다. 운동, 취미생활, 친구들은 나의 일상을 즐겁고 기쁘게 만들어 주었다. 나의 경우에는 다양한 증상들이 복잡하게 엉켜있었는데, 시도했던 모든 것들이 각각의 증상들을 하나씩 전담해서 개선해주었다.


그중에서도 뇌가 부정적인 생각을 하는 습관을 타파하는 데는 명상과 감사일기를 쓰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었다.  후기는 다음과 같다.   


명상 후기


명상을 통해서 두 가지를 깨달았다. 첫 번째는 명상이 부정적인 생각의 흐름을 끊고 머릿속을 비울 수 있게 도와준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평소에는 시덥잖았던 말들과 경험들이 명상하는 동안 비로소 서로 연결되어 하나의 큰 깨달음이 되어 다가온다는 것이다.


사실 명상이 좋다고 그렇게들 말하는데, 나는 명상이 좋은지 도통 모르겠었다. 지루하고 졸리기만 했다. 눈 감고 가만히 앉아있는 것에서 뭐 그렇게 대단한 체험을 할 수 있는지, 어떠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지, 모두 시답잖아 보였다. 그런데 사람이 곤경에 처하면 살기 위해서 무엇이든 닥치는 대로 하게 되는 때가 있다. 그때가 내게도 왔었다. 내가 와르르 깨져버린 것만 같은 순간이 있었다. 내가 소멸될 것처럼 슬펐고 절망했었다. 그러자 과거에 대한 통탄과 미래에 대한 공포가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일상생활을 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 '왜 이지경이 되었을까', '무엇을 잘못한 걸까', '그때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내 미래는 더 암울할 거야'라는 생각이 경주마처럼 내달렸다. 잠을 잘 수도 없었다. 산산조각이 난 현재를 믿을 수가 없어서 완벽하지 않았던 과거를 매섭게 탓했고 불완전한 미래를 떠올리면서 사시나무 떨듯 떨었다.  


도저히 내 상태를 견딜 수 없어서 시도해본 것이 명상이었다. 심신의 안정을 찾고, 스트레스를 줄이고, 긍정적인 생각을 할 수 있게 도와준다고 하니까 일단 시도해 본 것이었다.


1. 명상의 좋은 점 하나: 부정적인 생각의 흐름을 끊고 머릿속을 비울 수 있게 한다.


처음에는 명상 어플을 사용했다.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Headspace'라는 어플을 다운로드하였다. 기능이 매우 많았다. 명상뿐만이 아니라 건강에 대한 모든 것, 예를 들어 건강한 수면, 식습관, 능률 향상, 운동 등등을 위한 다양한 명상, 비디오, 사운드, 음악, 팟캐스트 들이 가득했다.


나는 일단 명상 기능을 활용하기로 했다. 1분, 3분, 10분 등 짧고 긴 명상 오디오가 아침 점심 저녁 시간대별로 제공되었다. 나의 멘털을 하루의 시작부터 끝까지 책임져주는 느낌이었다. 숙련도에 따라 레벨도 나누어져 있다. 나의 경우에는 명상을 처음 하기 때문에 초급용을 선택했다. 명상 오디오의 한 예시를 소개하자면, 깊게 호흡을 들이마시고 내쉬는 것으로 명상을 시작했다. 그리고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내 몸을 느끼도록 했고, 그 후 다시 호흡에 집중하도록 했다. 천천히 호흡하며 10까지 세기도 했다. 그러다가 다른 생각이 들어오면 내보내고 비우면서 다시 호흡에 집중하는 연습을 했다. 그리고 호흡에 대한 집중이 끝나면, 머릿속에 들어오는 다른 생각들을 자연스럽게 그대로 두게 했다. 그러고 나서 다시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내 몸을 느끼도록 했다. 그리고 다시 호흡에 집중했다. 이런 식으로 몇 분 동안 호흡에 집중하다가, 내 몸에 집중하다가, 집중을 멈추고 머릿속에 들어오는 생각들을 자연스럽게 두다가, 다시 호흡에 집중하기를 반복했다.


처음에는 이게 뭔가, 싶었다. 하지만 몇 분 되지 않아 깨달을 수 있었다. 원치 않는 생각이 경주마처럼 내달릴 때 생각을 멈추고 머리를 비울 수 있는 연습을 하는 것이었다. 집중을 호흡으로 옮기거나 내 몸의 감각으로 옮김으로써, 부정적인 메시지로 꽉 찬 머릿속을 비울 수 있는 것이다. 꽤 유용한 스킬인 듯하다. 부정적인 생각을 계속한다고 해서 해답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나만 좀먹는 것이기 때문에 최대한 멈추고 비우는 것이 좋기 때문이다. 연습을 통해 숙련이 되면, 부정적인 생각이 들 때마다 뇌가 자동적으로 집중을 다른 곳으로 쉽게 옮길 수 있을 것이다. 이전에는 머리를 절레절레하면서 생각을 떨쳐버리는 시늉을 하곤 했는데, 이제는 조금 더 고상한 방법을 터득해서 기쁘다. 짧게라도 명상을 자주 한다면, 머릿속에서 쓰레기를 자주 비우는 효과가 날 것이다.


2. 명상의 좋은 점 둘: 깨달음을 얻는다. 나의 경우에는 '현재를 살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그리고 두 번째로 명상을 경험한 것은 요가 클래스에서였다. 일주일에 꼴랑 한번 운동하기 때문에 주로 미친 듯이 유산소와 근력운동을 함께 하는 빡센 요가 클래스를 가곤 했다. 그런데 그날은 이상하게 명상하는 요가를 가고 싶었다. 저녁에 불 다 꺼놓고 작은 초들 만 키워놓고 누워서, 강사가 나긋나긋하게 알려주는 대로 스트레칭하고 호흡하고 명상하는 클래스였다. 너무 안락하고 편해서 코 골고 잘 까 봐 정신 바짝 차리고 있느라 혼났다. 그런데 강사의 말 한마디가 머리를 훅 치고 들어왔다.


'우리는 과거나 미래에 있지 않고 현재에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을 사세요. 지금 이 순간을 느끼세요.'  


정말 상투적인 말이었고 살면서 백번은 넘게 들어본 말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순간 머리 뚜껑이 열리면서 내가 우주로 날아가는 것만 같은, 내 세계가 우주로 확장되는 느낌이 들었다. 나를 에워쌌던 수많은 물음표가 드디어 느낌표로 바뀌었고, 정처 없이 둥둥 떠다니던 별들이 비로소 연결되어 순식간에 별자리가 되었다. 내가 그토록 슬프고 비참했고 무기력했던 이유를 깨달은 것이다. 너무 많은 에너지를 과거를 책망하는데 소진했고, 바꿀 수 없는 과거에 무력감을 느꼈고, 이따위 몰골로 맞이할 미래에 대한 걱정을 너무 많이 했고, 그 거지 같은 미래를 살아야 한다는 것에서 거대한 공포를 느꼈다. 과거와 미래를 왔다 갔다 하며 실체 없는 걱정과 두려움과 후회를 하느라 사지가 동서남북으로 늘어나고 있던 것이다. 결국 정답은 현재에 있었다. 현재를 살아야 하는 것이다.


이 말이 깨달음이 되어 내 머릿속을 훅 치고 들어온 이유는, 나의 현재가 안락하기 그지없어서 불구덩이 같은 과거와 미래는 잊고 현재만 생각한다면 너무 행복하기 때문이 아니다. 여전히 별 일이 많다. 내가 얻은 깨달음은,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래에 대한 걱정을 비워내는 것만으로도 내 삶의 무게가 조금 더 가벼워진다는 것이다. 이미 양 어깨에 쌀 40kg를 짊어지고 가고 있는데, 과거의 쌀 80kg과 미래의 쌀 100kg를 굳이 더하지 않아야겠다는 것이다. 그것이 현재를 사는 것이다.


나는 이제는 자주 '현재를 살라'는 말을 곱씹어본다. 그런데 아직도 관념적으로 다가올 때가 많다. 어쩌다 마주친 명상 덕분에 얼떨결에 깨달음이 있긴 했지만, 구체적인 방법은 잘 모르기 때문이다. 아마도 티라미수 케이크 한 판을 걱정 없잉 즐겁게 다 처먹는 것이나 월급이 들어오는 족족 도박하고 탕진하는 것이 지금 이 순간을 사는 방법은 아닐 것이다. 인생을 살아가는 과정 안에서 행복을 느끼는 것, 그 과정 속 순간순간을 진솔하고 성실하고 즐겁게 살아내는 것이 우리가 종국에 추구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감사 일기 후기


감사 일기를 쓰는 것이야말로 부정적인 생각의 쳇바퀴에서 빠져나올 수 있게 하는 강력한 도구이며, 생각을 긍정적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긍정적인 생각이 더 크게 자리 잡아야만 쏟아지는 비바람도 뚫고 갈 수 있는 힘이 있다. 감사하는 것도 연습이 필요하다. 세상이 거대한 똥통처럼 느껴지기만 할 때는, 감사가 저절로 될 리가 없다. 그럴수록 감사하는 것을 더 연습해야 나를 지킬 수 있다.


내가 감사일기를 쓰는 법은 이러하다.

1. 순수하게 정말로 감사하는 것들에 대해 쓴다.

2. 아쉽고 후회되고 비난하고 싶은 일의 반대편을 들여다 보고 긍정적인 측면을 찾아내서 감사한다.


예를 들어 1번의 경우, 나의 건강과 부모님의 건강에 대하여 감사하는 것이다. 억지로 찾아내려고 하지 않아도 순수하게 저절로 감사할 수 있는 것들이다. 나의 경우에는, 초기에 감사 일기를 쓸 때는 부정적인 생각을 하는 습관이 남아있었는지라, 순수하게 감사할 수 있는 것들이 처음부터 번뜩번뜩 떠오르지는 않았다. 하지만 감사하는 연습을 할수록 더욱 자연스럽게 감사할 것들이 늘어나게 되었다. 지금은 나와 부모님의 건강 이외에도, 내가 얻은 교육의 기회들, 성장하면서 주어졌던 환경과 기회들, 현재를 즐기는 내 모습에 감사할 수 있게 되었다.


2번의 경우에는 노력이 조금 더 필요하다. 짜증 나 죽겠는 상황의 이면을 보고서 애써 좋은 점을 찾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나의 경우에는, '애초에 전공 선택을 잘할 걸', '애초에 직업 선택을 잘할 걸', '사랑에 더 적극적일걸' 하는 아쉬움과 후회가 많았다. 현재의 내 모습이 더 훌륭하기 위해서는 과거에 더 훌륭한 선택을 했었어야 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각했다. 100세 시대에, 한 개의 직업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에, 이 공부 저 공부 쏘다니며 해본 덕분에 재주가 더 많아져서 감사하다고. 한 우물을 파지 않은 탓에 아직도 신입 레벨인 것은 아쉽지만, 이 직업 저 직업 다양하게 경험해봐서 감사하다고. 쓸 수 있는 무기가 많아져서 감사하다고. 노처녀로 늙어 죽을까 봐 무섭지만 그래도 진짜 사랑을 해봐서 감사하다고. 이렇게 애써 긍정적인 측면을 찾아내려고 애썼다. 마치 25년 전에 엄마가 보이지도 않는 흰머리를 찾아서 뽑아달라고 했을 때랑 비슷한 느낌이었지만, 그래도 해낼 수 있는 일이었다.

 


명상과 감사일기를 쓰는 것이 보통 귀찮고 지루한 것이 아니다. 나도 안다. 그래서 자주 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고 경험해 봤기 때문에 든든하다. 언젠가 또 나 자신이 원망스럽고 우울할 때 기댈 수 있는 언덕이 하나 더 생긴 것만 같은 든든함이다.


일단 어떻게든 한 번만이라도 해보면, '아직 잘 모르겠지만 뭔가 참 좋다'는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매일 명상하고 매일 감사일기를 쓰지 않더라도, 나를 도와줄 수 있는 도구가 하나 더 있다는 든든한 느낌을 경험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명상 어플이든 동영상이든 뭐든 5분이라도 해보고, 감사 일기도 카톡에 대충 찌끄려서 나한테 보내 놓기라도 해 봤으면 좋겠다. 하기 싫은 일일수록 작게 시작해 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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