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과사색 Jul 25. 2022

우울증 극복하는 방법: 운동 습관 만들기 후기

운동 습관 만들기 후기


운동 좋은 거 다 안다. 운동이 비단 우울증에만 좋으랴. 육체와 정신 건강에는 물론이거니와 노화 방지에도 좋고, 근골격계 질병 치료에도 좋고, 불면증에도 좋고, 탄탄하고 늘씬한 몸매 만들기에도 좋고, 자존감에도 좋고, 이것에도 좋고, 저것에도 좋고, 다 좋다. 운동이야말로 만병통치약 일당백 인생의 진리다.


하지만 난 운동을 싫어한다. 태생이 그러하다. 나의 본질이 그러하다. 무식한 소리이지만, 서른두 살까지 운동 한번 해본 적이 없었다. 그저 몸뚱이를 끌고 여기저기 쏘다니기만 해 봤을 뿐 각 잡고 땀 흘리며 운동해본 적이 없었다. 숨이 헐떡거리는 느낌도 싫었고, 근육이 터질 것 같은 느낌도 싫었고, 몸을 자꾸 움직여야 되는 것도 싫었다. 그리하여 내 몸은 근육 하나 없는 물컹한 살들이 뼈에 간신히 매달려있는 형국이었다. 만원 버스에서 넘어지지 않으려고 손잡이를 어떻게든 붙잡고 있는 꼴이었달까.


이 모양인 나에게 운동 습관을 들이는 것은 머리가 지끈거리는 평생의 과제였다. 약 4년에 걸쳐서 도대체 내가 어떻게 하면 운동을 규칙적으로 할 수 있는지 다양한 실험을 해 보았다. 제발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운동하기 위한 아름다운 난리굿이었다. 그리하여 지금은 4년 전보다는 규칙적으로 폴짝폴짝 푸드덕 거리는 사람이 되었다. 드디어 몸에 운동 습관이 찔끔 묻은 것이다.


장장 4년에 걸쳐 이뤄낸 운동 습관 만드는 방법은 이러하다.


1. 운동의 중요성을 뼈에 사무치게 깨닫는다.

운동을 꼭 해야 한다는 것, 운동은 선택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필수로 해야 하는 것임을 절실히 깨달아야 한다. '운동? 그래, 중요하지. 중요한 거 알지'라고 말하는 정도에서 끝나면 안 된다. 이번 주에 운동을 하루도 하지 않았다면 일주일 동안 배변하지 않은 것 같은 거대한 찝찝함과 답답함을 느껴야 하며, 늦잠 자서 수능 못 친 것 같은 당혹감과 반성을 느껴야만 비로소 운동의 중요성이 몸에 새겨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경우 워낙 운동을 싫어하는 사람으로 태어난지라, 운동에 대한 인식 자체가 뇌에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서 오랜 시간과 여러 단계에 걸쳐서 운동의 중요성이 각인되어야 했다. 사람들마다 계기는 다르겠지만, 나의 경우 크게 세 번의 사건이 있었다.


1) 체력 관리: 처음으로 운동의 중요성이 20% 정도 각인되었던 때는, 직장 생활을 시작하고 2년쯤 지나서였다. 너무 피곤했다. 아침 8시부터 오후 3시 정도까지 좀비처럼 일하고, 3시부터 5시 30분까지는 죽어가는 좀비처럼 일하다가, 퇴근해서 돌아오는 길에는 시체가 되어 차에 실려왔다. 집에 들어오면 저녁도 못 먹고 기절해서 잤다. 몸이 이렇게 피곤하니 기분도 다운되었다. 똑똑한 나는 이 짓을 2년을 반복하고 나서야 깨달았다. 운동 부족 때문에 저질 체력 몸뚱이에 갇혀 살고 있었음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동하면 더 피곤한데' 라면서 운동을 기어코 하지 않았지만, 체력을 위해 운동을 해야 한다는 자각이 처음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2) 예쁜 몸매와 노화 방지: 그다음으로 운동의 중요성이 40% 정도 각인되었던 때는, 운동을 열심히 하는 사람들의 몸매가 매우 예쁘며 노화도 훨씬 더디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다. 30대가 되면서 눈에 띄게 피부가 늙고 주름이 생기기 시작했는데 거울을 볼 때마다 솔찬히 슬펐다. 덕지덕지 아이크림을 발라대도 늘어난 아버지 난닝구마냥 축 처져 보였다. 엉덩이도 퍼지는 것 같아서 청바지 입기도 꺼려졌다. 배도 나왔다. 그런데 그 무렵 성당에서 만난 많은 언니들이 유난히 엉덩이도 예쁘게 싹 올라붙고 얼굴이 탱탱한 것을 보았다. 알고 보니 그들의 공통점이 운동을 거의 매일 한다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나는 드디어 일주일에 한 번 필라테스 클래스에 가기로 했다. 여자로서 예뻐지고 싶은 마음이 이렇게 강렬할 수 있다는 것을 끙차끙차 필라테스 하는 내 꼬락서니를 보고 깨닫게 되었다. 하지만 이 또한 매주 가는 것이 잘 안 되었다. 마음 크게 먹으면 일주일에 한 번 가고, 나사 풀리면 이주일에 한 번 가고 그랬다.


3) 허리 통증에서 벗어나기: 마지막으로 운동의 중요성이 100% 각인되어 일주일에 무려 두세 번이나 운동하게 된 계기가 있다. 2021년 여름이었다. 우울과 무기력이 땅을 치며 아우성을 내지르던 시기였다. 갑자기 아무 이유 없이 허리가 아작 났다. 허리 근육이 쑤시고 아픈 것은 물론이거니와, 엉덩이와 허벅지까지 신경통이 내려와서 의자에 앉을 수도 없고 누울 수도 없었다. 엉덩이와 허리가 눌리면 통증이 참을 수 없을 정도였기 때문이다. 밤에 누워서 잘 때도 통증 때문에 자꾸만 깼다. 그래서 하루 종일 서 있어야 했다. 가구 문제인가 싶어서 집 안의 의자와 침대 매트리스도 바꿨다. 마사지도 해보고 스트레칭도 해보고 최대한 서서 생활했다. 그렇게 통증이 완화되기도 했다가 또다시 심해지기를 반복하며 6개월이 흘렀다. 그리고 어느 날 신경통이 매우 심하게 느껴지더니 몇 주 동안 사라지질 않았다. 결국 디스크가 터져버린 건지, 이제 다리가 마비되는 것인지 별별 생각을 다 했다. 다행인 것은 예전 직업이 재활치료사였기 때문에 자가 진단과 치료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사실 내 몸은 내가 치료할 줄 안다는 오만함 때문에 애초부터 적극적으로 치료받지 않은 무지함도 있다.


자가 진단을 해 보았을 때 디스크가 터진 것은 아닌 듯했다. 근골격계 문제 같았다. 그렇다면 운동으로 치료가 가능해 보였다. 게다가 운동을 하고 나면 훨씬 덜 아프다는 것을 몸소 느꼈다. 운동이 답이었다.


그리하여 집 근처에 있는 요가 스튜디오에 일주일에 두세 번을 가게 되었다. 생존을 위해서였다. 허리가 아작 나서 뒈질 것 같은 통증을 느끼자 비로소 운동에 대한 중요성을 200% 느꼈다. 매번 등록해놓고 취소하고 안 가기 일쑤였는데, 이번에는 꼬박꼬박 갔다. 살려고 꼬박꼬박 운동했다.


그렇게 한 두 달이 지나자 통증이 서서히 줄어들었고, 지금은 통증 없이 매우 잘 살고 있다. 운동을 하지 않으면 통증이 언제 다시 도질지 모른다는 공포가 남아 있기는 하지만, 그 덕분에 드디어 운동 습관이 생겼다. 스케줄이 안 맞아서 요가 스튜디오를 가지 못하는 날에는 집에서 슬로우 버피라도 한다. 이제는 운동하지 않고 한 주가 지나가면 몸뚱이에 대한 죄책감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때문이다. 비로소 운동이 내 일상의 일부가 된 듯하다.

  

2. 그룹 운동 클래스를 간다.

운동하는 것이 지루하고 힘들고 동기부여가 안되고 그저 다 싫다면, 그룹 운동 클래스에 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나의 경우에는 혼자서 헬스장에 가서 우직하게 운동하는 것은 천지가 개벽해도 일어나지 않을 일이다. 앞에서 지시해주는 선생님이 필요하고, 옆에서 으쌰 으쌰 함께 운동하는 사람들이 필요하다. 그래서 그룹으로 하는 필라테스, 바(Barre), 요가 클래스에 가고 있다. 신나는 음악과 선생님의 구령에 맞춰서 옆 사람들과 다 함께 동작하면 더 흥이 난다. 혼자서는 10초만 하고 때려치웠을 플랭크도, 경쟁심리 때문에 1분까지도 이 악물고 버티게 된다. 힘들어서 너도 나도 다 같이 히밤히밤 하면서 운동하는 모습에서 묘한 동질감도 느낀다. 내게 응원이 된다. 마치 중학교 수련회 때 단체로 벌 받으면서 비로소 우리는 진정한 친구들이고 하나라고 느끼던 순간처럼. 그래서 운동 초보라면 혼자서 애써야 하는 홈트나 헬스장보다는, 그룹 운동을 시도해보는 것도 좋다.


3. 친구랑 함께 운동한다.

4년 전, 운동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도대체 어떤 운동이 좋은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 도통 모르겠었다. 필라테스 얘기는 많이 들어봤으나 정확히 어떻게 하는 건지, 내가 과연 좋아할지도 모르겠고. 요가 얘기도 많이 들어봤으나 왠지 어려울 것 같고. 막상 갔는데 별로이거나 못하면 어떡하나?라는 생각만 했다. 이렇게 무슨 운동을 할지 결정도 못 내리는 찐따가 되어가고 있다고 느낄 땐 친구가 필요하다. 나의 경우에는 어느 주말 저녁 여러 친구들이 모인 자리에서 한 친구가 '바 (Barre)'라는 운동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관심을 보이자 당장 내일 클래스에 같이 가자면서 그 자리에서 핸드폰으로 등록을 하게 했다. 추진력 강한 친구 덕분에 얼떨결에 간 바 클래스는 매우 좋았다. 이런 좋은 경험을 이제야 했다니, 운동이 이렇게 기분 좋은 것이라니, 그때 처음 느꼈다.


그 이후로는 친구 없이도 나 혼자서도 바 클래스에 일주일에 한 번은 가게 되었다. 첫 스타트가 힘든 법인데, 친구 덕분에 문턱을 잘 넘어 잘 시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가끔 운동 가기가 너무 귀찮고, 의욕이 없고, 재미도 없고, 누군가가 나를 질질 끌고 가줘야 한다고 느낄 땐 친구랑 함께 같은 클래스를 등록했다. 사실 내가 나와 하는 약속을 지키는 것보다는 친구와 한 약속을 지키는 것이 더 수월하고 더 중요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나 혼자만 간다고 생각하면 언제든 취소하고 침대에 대짜로 누워있을 텐데, 친구랑 한 약속이니까 더 즐거운 마음으로 더 쉽게 운동 클래스에 갈 수 있었다.


혹시 함께 운동할만한 친구가 마땅히 없다면, 운동하는 곳 안에서 친구를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안 갔을 때 '왜 안 왔냐' 고 물어봐주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으면 '다음에는 꼭 가야지'라는 마음이 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운동 끝나고 친구와 맛있는 거를 먹거나 영화를 보러 가기로 미리 약속해 두면, 운동하러 가는 마음이 훨씬 가볍고 즐겁다.   


같이 운동할 친구도 없고, 운동하는 곳에서 친구도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관장님 선생님 강사님이 회원 관리를 살뜰하게 해주는 곳으로 가는 것도 좋다. 안 오면 왜 안 왔냐고 문자 오고 전화 오고 잔소리해주는 곳이 왕왕 있는데, 나의 경우에는 그런 독촉이 도움이 되었다. '죄송해요, 내일은 꼭 갈게요'라고 일단 내뱉으면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가기 싫지만 억지로라도 갈 수 있었다.


4. 다양한 운동을 할 수 있는 피트니스 멤버십을 이용한다.

미국에는 요가, 필라테스, 바 등의 다양한 운동을 여러 스튜디오에서 등록할 수 있는 '클래스 패스'라는 어플이 있다. 워낙 운동을 싫어하고 한 가지에 쉽게 질리기도 하는지라, 한 스튜디오에서 한 달짜리 클래스를 몽창 등록하면 처음 한 두 번만 가고 나머지는 안 가곤 했다. 그래서 클래스 패스라는 어플을 통해서 저번 주에는 요가 스튜디오 한번 가보고, 그저께는 바 클래스 한번 가보고, 오늘은 필라테스 한번 가 보았다. 여기저기 옮겨 다니며 운동하니까 질리지 않았고, 덕분에 매주 어떤 운동이든 하게 되었다.  


5. 다 싫을 땐 간단하고 쉬운 홈트를 한다.

재택근무를 하기 때문에 집에 있는 것이 좀이 쑤셔서 더욱 운동하러 나갈 때도 있지만, 일이 끝나고 집에서 계속 퍼져있고 싶을 때도 있다. 그럴 땐 옷 입고 요가 스튜디오로 굳이 애써 나가야 하는 것 자체가 귀찮아서 이미 전의를 상실하고 침대에 눕게 된다. 그래서 요즘에는 밖에 나가기 싫을 때면 짧고 굵게 홈트를 한다. 홈트는 무조건 간단한 것으로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시작조차 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나는 요즘 슬로우 버피를 20개씩 5세트를 하는데, 20분밖에 걸리지 않고 운동 효과가 매우 크다. 땀이 주룩주룩 흐르고 피가 돌고 숨이 가빠지면서 에너지가 솟는다. 처음에는 귀찮아서 '버피 40개만 해야지' 하면서 시작하는데, 할수록 피가 돌고 에너지가 생겨서 100개를 채우게 되고, 100개 후에는 다른 힙업 운동과 스트레칭까지 연달아하게 된다. 땀을 쫙 빼고 나서 샤워를 딱 하면 기분이 참 깔끔하고 시원하며 내 자신이 매우 기특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6. 그냥 간다. 생각을 하지 않고, 운동하는 로봇처럼 그냥 간다.

운동하는 시간이 되면 아무 생각하지 말고, 하기 싫다거나 나가기 싫다는 생각 하지 않고, '나는 로봇이다, 운동하러 가는 로봇이다',라고 생각하고 그냥 옷 주워 입고 몸땡이를 헬스장으로 내보낸다. 그냥 간다. 그냥 운동하러 나간다. 생각을 하지 않는다.







이전 19화 우울증을 극복하는 생활 습관들 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