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식적인 사고와 의식적인 사고
‘You Are a Badass’라는 책의 저자 Jen Sincero는 우리는 무의식적 사고에 지배를 당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녀의 주장에 따르면, 어릴 때는 의식적인 사고가 완전히 발달하지 않아서 주위에서 들리는 얘기들을 여과장치 없이 쉽게 믿게 된다고 한다. 그리고 그것들은 우리의 무의식 속에 저장된다. 이때 다른 사람들의 신념과 사회적 믿음이 우리의 무의식 안에 자리 잡으면 그것이 곧 나의 신념인 것처럼 받아들이게 된다. 예를 들어서 '좋은 대학교에 가야 한다', '예술가는 가난하다', '인생은 원래 힘들다', '여자는 예쁘고 날씬해야 한다', '돈이 최고다', 등등은 내가 자의적으로 정립해낸 신념이라기보다는 다른 사람들에 의해서 심어진 신념일 수 있고, 사회가 암묵적으로 동의하고 있는 통념들이기 때문에 나 또한 따라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들이다.
나를 지배하는 대부분의 무의식적인 사고는 어디에서 왔을까. 그것은 대게 부모님으로 부터 왔다. 갓난아이 때부터 우리의 무의식 속에 그들의 신념과 사회적 통념을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자주 심어주는 사람은 부모님이다. '공부 잘해야 한다', '좋은 회사에 취직해야 한다', '여자 혼자서 여행하면 위험하다', '안정적인 직장을 가져야 한다', '결혼해라' 등등, 부모님은 끊임없이 '이것이 옳다'는 메시지를 전달하시고, 그것을 따르길 바라신다.
부모님이 우리의 무의식을 조종하려고 해서가 아니다.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 해로운 것으로부터 미리 보호하고 싶은 마음, 바르게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그들이 생각하는 가장 옳은 조언을 해주려고 한 노력의 산물일 뿐이다. 그들 또한 부모님에게서 들었고 사회로부터 배웠던 통념과 믿음들을 자식에게 미리 알려주고 싶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모님의 부모님, 조부모님, 증조부모님, 고조부모님의 말씀들이 지금 세대까지 잘 보존되어 수직 하강하듯 내려온 것이다. 그렇게 대대손손 전해 내려온 사회적 통념과 신념은 어느새 절대적인 진리처럼 자리 잡게 되는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타인들이 만들어낸 행복의 정의나 인생을 잘 사는 법 들은 사실 내 개인적인 믿음과는 전혀 관련이 없거나 매우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그것이 고조부모님 세대에서 만들어진 것이라면 매우 시대착오적일 수도 있다. 그것을 깨닫지 못한다면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이 까마득한 옛날에 만들어낸 허구와 환상 속에 살게 된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나를 지배하는 무의식적인 사고와 내가 주체적으로 하는 의식적인 사고를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의식적인 사고란 무엇인가. 의식적인 사고는 정보를 처리하는 모든 과정들을 담당한다. 생각하고, 판단하고, 분석하고, 비평하고, 걱정하고, 결정하는 모든 것들이 의식적인 사고이며, 우리는 눈을 뜨고 있는 매 순간 동안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이것은 전두엽이 담당하고 있는데, 안타깝게도 전두엽은 사춘기 무렵에야 완전히 발달된다. 그래서 전두엽이 완전히 발달되기 전에 들어온 정보들은 분석이나 비판 없이 그대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다.
반면에 무의식적인 사고는 감정과 본능과 연결되어 있으며 분석의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 그래서 정보를 여과 없이 받아들인다. 그래서 들어온 모든 정보를 있는 그대로 다 믿게 된다. 무엇이 진실이고 거짓인지, 무엇이 옳고 그른지 판단할 수도 없다. 무의식적인 사고를 담당하는 뇌는 태어났을 때 이미 완전히 발달되어 있다. 갓난아이 때부터 무의식적 사고가 완전한 기능을 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어릴 때 '결혼은 불행의 근원'이라는 얘기를 들으면 여과 없이 믿게 되고, '일류 대학을 가지 못하면 실패자'라는 얘기를 들으면 의심의 여지없이 믿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어릴 때 산타할아버지가 굴뚝으로 내려와 선물을 준다는 말도 쉽게 믿을 수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어린 시절에는 분석과 판단을 담당하는 전두엽이 아직 완전히 발달되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 속아 넘어가기 쉽다.
문제는 성인이 되어 내 나름의 기준과 사고력과 판단력이 생겼을 때 발생한다. 갑자기 무의식적 사고와 의식적 사고가 충돌하는 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이나 옳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그동안 나를 지배해왔던 무의식적 사고와 대립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전문직을 가져야만 성공한 인생이고 경제적으로 풍요로울 수 있다’는 무의식적인 사고와 ‘나의 적성은 음악이며 음악을 하며 살고 싶다’는 의식적인 사고는 대립하게 된다. 또 다른 예로, 현재 대기업에서 억대 연봉을 받으며 팀에서 인정도 받는 위치에 있다고 해보자. 그런데 나에게 초등학교에 다니는 자녀가 두 명 있고, 집 대출을 갚아야 하고, 노후도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대기업에서 안정된 직장생활을 하는 것은 매우 든든하다. 그런데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이 꽃집이라면 어떨까. 대기업을 박차고 나와서, 수익도 안정성도 보장되지 않은 꽃집을 쉽사리 할 수 있을까. 우리는 망설이게 된다. 그리고 포기하게 된다.
이러한 측면에서 나를 억압하는 무의식적 사고는 내가 살고 싶은 인생을 못 살게 하는 가장 큰 방해 요소이다. 다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이 스스로의 성장을 막고 행복을 저지하는 것이다.
무의식적 사고에서 벗어나는 법
나를 억누르는 무의식적 사고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우선 '인식'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나를 지배하는 어떠한 생각이 '무의식'에서 나오고 있다는 것을 알아채지 못한다면, '의식적'인 사고로만 해결하려고 들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세계 여행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만 이와 동시에 '내 처지에 여행하는 것은 무책임하고 분수에 맞지 않는 일이야'라는 생각에 갈등하거나, '작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만 '작가로 먹고사는 것은 힘든 일이야'라는 두려움이 든다면, 이러한 불편한 감정이 어디에서 기인한 것인지, 내 무의식 속에 나도 모르게 자리 잡은 불안함인지, 우선 인식하고 파악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문제 원인을 의식적 사고 차원에서만 찾을 것이 아니라, 더 깊은 무의식 속으로 내려가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막연한 두려움과 억압이 무의식적 사고가 만들어낸 것이라는 인식이 되었다면, 그 후에는 왜 그러한 사고가 심어진 것인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며 더 깊이 파고들어 가야 한다. 그 질문에 답을 하면서 무의식적 사고의 연결고리가 깨진다. 예를 들어 직장에서 낮은 연봉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안주하고 있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의식적 사고는 '내 능력으로 이직을 하면 더 높은 연봉을 받을 수 있어'이고, 무의식적 사고는 '원래 돈 버는 게 어렵지. 다른 회사에 가도 마찬가지일 거야.' 일 것이다. 첫 번째로는 내게 한계를 두고 성장을 막는 생각과 두려움들이 무의식에서 왔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두 번째로는 '내 능력보다 훨씬 낮은 연봉을 받고 있는가?', '이것보다 높은 연봉을 받는 것이 내게 불가능한 일인가?', '이 많은 회사들 중에 내게 더 나은 연봉을 줄 회사가 단 한 군데도 없는가?'라는 분석적인 질문을 해야 한다. 세 번째로는 부모님께서 돈에 대해 가지셨던 관점과 생각들, 내 주변 사람들이 돈을 대하는 태도를 생각해본다. 돈 버는 것을 힘들어하셨는지, 돈을 더 벌 수 없다는 두려움이 있었는지, 돈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있는지를 생각해본다. 그러고 나서 나와 그들이 돈에 대해 가지는 태도에서 비슷한 점이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만약 비슷한 태도과 관점을 가지고 있는 것이 보인다면, 내게 있는 돈에 대한 두려움이나 부정적인 생각은 그들에게서 왔을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분석적인 질문들을 통해서 나를 방해하는 것이 무의식적 사고임을 깨닫는다면, 마침내 그 껍질을 깨고 나올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자신을 바라보는 관점이 긍정적으로 변할 것이고, 내가 진정으로 행복해지는 삶을 추구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한 자료:
You Are a Badass: How to Stop Doubting Your Greatness and Start Living an Awesome Life by Jen Since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