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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과사색 Aug 27. 2022

자기애 증진:억압적인 무의적인 사고에서 벗어나기 후기

억압적인 무의식적 사고에서 벗어나기 후기


나에게는 '나는 이래야 한다'는 굴레가 매우 많다. 예쁘고 날씬해야 하고, 명문 대학에 가야 하고, 좋은 직장에 다녀야 하고, 돈도 많이 벌어야 하고, 성공해야 한다. 아주 오랫동안, 언제 시작되었는지도 모를 만큼 오랫동안 가지고 있던 생각들이다. 그리고 그에 충실해서 살았다. 예쁘게 보이기 위해서 화장품과 옷 쇼핑을 일주일에 두세 번은 했고, 명문 대학에 가기 위해 세네 시간 자면서 공부했고, 좋은 직장에 가기 위해 이력서를 채우기 위한 활동만 하고 살았다. 그런데도 아직 삶이 채워지고 있다는 느낌이 없다. 그것은 분명히 아직 돈을 많이 못 벌었기 때문이고 아직 성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좋은 직장으로 이직해서 연봉을 올리고 쭉쭉 승진해서 성공해야겠다고 이글이글대며 다짐하곤 했다.


그런데 그와 동시에 나는 평온한 사람이었으면 좋겠고, 행복하고 충만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고, 자아실현도 했으면 좋겠고, 취약 계층에게 베풀고 살면 좋겠다는 열망이 갈수록 커진다. 작가가 되어 글만 쓰며 살고 싶고, 봉사활동을 정기적으로 하고 싶고,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유용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싶다는 꿈도 꾼다. 하지만 난 그럴 수 없다. 꿈은 늘 허상이며, 포기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중학교 때부터 꿈꿨던 대로 작가가 되었더라면 난 지금쯤 손가락 빨고 있었을 것이다. 글을 써서 돈을 버는 것은 안정적이지 않고 미래가 보장되어있지도 않다. 소외된 사람들에게 유용한 프로그램들을 제공하는 비지니스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만, 망할 것만 같다. 그래서 '됐어, 내가 무슨'이라고 머리 한번 흔들고 나면, 품었던 꿈들이 맥아리 없이 바닥으로 후두둑 떨어진다.


그런데 이제는 꿈들이 머리를 세차게 흔들어도 떨어지지 않고 대롱대롱 매달려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해보고 싶다',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이제는 나에게 의미를 주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점점 진해졌고, 그럴수록 대롱대롱 매달려있던 꿈들이 악착같이 기어올라와 내 머릿속에 장군처럼 자리 잡게 되었다. 그러자 혼자 만들어놓은 갈림길 앞에서 쓸데없이 비장하게 '난 이 길을 갈 순 없어, 왜냐면 저 길을 가야만 하니까'라고 말하던 나의 웃긴 아이러니를 비로소 마주했다.  


그러던 와중 에린이 추천해준 'You Are a Badass'을 읽게 되었고, 나를 괴롭혀왔던 아이러니의 실체를 알게 되었다. 그것은 무의식적 사고였다. 어렸을 때 주변 사람들, 어른들, 부모님, 사회로부터 들어왔던 성공에 대한 정의, 여성에 대한 정의, 돈에 대한 정의 등등이 나도 모르게 내 안에 안착해서, '그렇게 살아야만 한다'라고 무작정 믿어왔던 것이다. 이것은 이성적이고 분석적인 사고를 담당하는 전두엽이 사춘기 때 비로소 완전히 발달하기 때문인데, 그래서 판단력이 불분명한 어릴 때 들어온 정보는 큰 의심의 여지없이 믿게 된다. 예를 들어 어렸을 때 ‘돈이 최고다', '좋은 대학에 가서 좋은 직장에 다니는 것이 효도하는 거다', '여자는 여성스러워야 한다', '여자는 결혼 잘하고 애 잘 키우는 것이 최고다' 등등의 케케묵은 사회적 고정관념들을 들으면 걸러지지 않고 내 무의식적 사고에 자리 잡게 된다. 조용히 깊은 곳에서 오랫동안 나에게 '이래야만 한다'라고 말하기 때문에, '어라, 이건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닌데'라는 반기를 들기 쉽지 않고, 오류가 있다는 것을 눈치채기도 쉽지 않다.


이 사실을 알게 되니 커다란 수수께끼가 풀린 느낌, 아이러니의 뿌리를 찾은 느낌이었다.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곧바로 나 자신에게 속았다는 배신감이 들었다. '작가가 되고 싶다', '소박하고 단순하게 살고 싶다', '나도 할 수 있다'는 마음들을 번번이 무시하며 '작가는 개뿔, 깡통 차고 싶어?', '소박하고 단순 같은 소리 하네, 뒤쳐지고 싶어?', '내가 하긴 뭘 해, 그냥 생긴 대로 살아야지'라고 구박했던 나 자신이 서운했고 야속했고 씁쓸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매우 기뻤다. 해방감이 들었다. 커다란 장벽이나 엄청난 외압 때문에 '난 할 수 없어'라고 낙담했던 것이 아니라, 그저 나의 무의식적 사고가 훼방 놓고 있던 거였다니, 그 실체가 나였다니, 안도감이 들면서 기뻤다. 싸워볼 만했고, 도전해볼 만해서 기뻤다. 작가가 될 수 없다고 생각했던 것도, 비지니스를 할만한 능력이 없다고 생각했던 것도, 이번 생에서는 이모양으로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도, 내가 나를 가두는 생각들이었을 뿐이었다.


나는 이제 이 엄청난 해방감으로 나를 설레게 하며 살고 싶어졌다. 주저하지 않고 자아실현을 하며 진짜 행복을 좇으며 살려고 한다. 더 이상 고리타분하고 해묵은 사회적 고정관념에 좌지우지되지 않고 내 삶의 주체가 되어 살려고 한다. 결혼 못한 노처녀로 늙어 죽는 것은 두렵거나 못난 일이 아니며, 혼자서도 충분히 행복하고 즐겁게 살 수 있다고 용기를 주고 싶다. 나도 글을 쓸 수 있고 책도 낼 수 있다고,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어야만 나의 글이 의미 있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글을 쓰는 행위'만으로도 내 삶에 의미를 가져다준다고 독려하고 싶다. 돈을 억으로 굴리며 살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다고 다독이고 싶고, 그와 동시에 열망하는 것에 도전하라고 자신감을 주고 싶다. 늘 경주마처럼 내달리지 않더라도, 인생에 쉬어가는 시기가 있더라도 매우 괜찮으며 정상이라고 나의 삶을 배포 있게 포용해주고 싶다. 여자라서, 나이가 많아서, 능력이 부족해서, 재정이 뒷받침이 안돼서, 그냥 안될 것 같아서 망설이거나 포기하지 말라고 응원해주고 싶다. 그리고 내가 뒤늦게 깨달은 이 진리를 모두에게 알려주고 싶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처럼 나의 시간과 인생이 자꾸만 흘러간다. 선물처럼 주어진 나의 이때들, 소중한 시간들, 한 번뿐인 귀중한 삶을 즐겁고 충만하게 살고 싶다. 나의 가장 우선된 임무는 스스로를 사랑하고 아끼며 행복하게 사는 것이므로, 그에 충실하고 싶다. 그렇게 자기애와 자존감으로 무장해서 산다면 어느 날 세상이 나를 진흙 속으로 밀어 넣든 개똥밭에 밀어 넣든 굴하지 않고 두 다리로 우뚝 서서 걸어 나올 수 있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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