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 16 침묵
네가 떠난 후,
침묵은 나의 유일한 대화 상대가 되었다.
네가 앉던 자리에 내려앉은 적막은
마치 너처럼 고요하면서도 날카로웠다.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던 그날,
네 침묵은 따뜻한 온기였는데
이제는 차갑게 가슴을 파고들어
모든 소리를 삼켜버린다.
마음속엔 여전히 네 목소리가 흐른다.
웃음소리, 속삭임, 조용한 한숨까지
어딘가 남아 있을 것 같은데,
이 적막 속에선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침묵은 가볍지만 무겁다.
네가 남긴 마지막 흔적처럼,
그 끝에 홀로 남겨진 내가
너를 찾아 아무리 손을 뻗어도
침묵만이 나를 감싸 안는다.
네가 남긴 침묵 속에서
나는 여전히 너를 듣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