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 15 떡볶이
작은 골목 끝, 오래된 포장마차.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던 그 자리엔
빨갛게 졸아든 떡볶이가
우리의 시간을 데우고 있었다.
매운 향이 코끝을 찌르며
우리는 말없이 서로를 바라봤다.
너는 젓가락을 멈추고
무언가를 말하려다 고개를 돌렸다.
그 순간의 침묵이
지금까지도 입안 가득 남아 있다.
한입, 또 한입,
어느새 빈 접시만 남았을 때,
너는 아무 말 없이 떠났다.
뜨거운 국물이 손끝에 묻었지만
그보다 더 깊은 곳이 타들어갔다.
시간이 지나도,
그 골목의 떡볶이를 떠올릴 때면
입안이 얼얼하게 매워진다.
너와 함께했던 그 순간의 온기가
이젠 매운 뒷맛으로만 남아,
혼자서도 삼키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