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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hapsody Nov 21. 2024

유리

Vol. 14 유리



유리는 참 이상하다.


투명하게 속이 비치면서도


그 속에 담긴 모든 걸 왜곡한다.


바라보면 닿을 듯하지만


손끝에 다가가면 차갑게 밀어낸다.



깨질까 두려워 살며시 다루지만


결국엔 작은 금 하나로도


무너져 내리는 게 유리다.


산산이 부서진 조각들은


빛을 품으려 애쓰는 듯 반짝이지만


손을 댈 수 없는 아픔을 남긴다.



어느 날 문득,


내 마음도 유리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투명해 보이지만 쉽게 닿을 수 없고


조그만 충격에도 금이 가 버리는.


부서진 채로, 빛나고 싶은 척하며


아무도 모르게 조각난 상처를 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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