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 14 유리
유리는 참 이상하다.
투명하게 속이 비치면서도
그 속에 담긴 모든 걸 왜곡한다.
바라보면 닿을 듯하지만
손끝에 다가가면 차갑게 밀어낸다.
깨질까 두려워 살며시 다루지만
결국엔 작은 금 하나로도
무너져 내리는 게 유리다.
산산이 부서진 조각들은
빛을 품으려 애쓰는 듯 반짝이지만
손을 댈 수 없는 아픔을 남긴다.
어느 날 문득,
내 마음도 유리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투명해 보이지만 쉽게 닿을 수 없고
조그만 충격에도 금이 가 버리는.
부서진 채로, 빛나고 싶은 척하며
아무도 모르게 조각난 상처를 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