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12 빛
빚과 빛
나는 빚을 안고 살아간다.
어머니의 주름에, 아버지의 침묵에,
묵묵히 쌓인 세월의 무게만큼
갚을 길 없는 빚이 늘어나고 있었다.
한 줌의 빛이라도 찾으려
어두운 길을 더듬어 걸었다.
발밑에 흐릿한 빛줄기가 비칠 때면
그 끝에서 내가 아닌
누군가의 그림자를 보곤 했다.
빚은 늘어가고, 빛은 멀어지고,
내 손엔 텅 빈 어둠뿐이었다.
어디로 가야 빛을 만날 수 있을까?
혹은 이 빚을 어깨에서 내려놓을 수 있을까?
그 답을 알지 못한 채,
나는 오늘도 어둠 속에서
보이지 않는 길을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