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 13 거름
누군가는 거름이 되어
아무 말 없이 땅속에 스며든다.
그들이 남긴 손길과 흔적들,
보이지 않아도 세상을 지탱하고 있다.
그리고 나는 걸음을 옮긴다.
그들의 자리에, 그들이 다진 길 위에
무심코 발을 내딛지만,
그곳엔 희생과 기다림이 묻어 있다.
거름이 없었다면 이 걸음도 없었겠지.
내가 지나온 모든 길에는
누군가의 고요한 헌신이 남아
한 발짝마다 나를 일으키고 있었다.
내 걸음이 언젠가 누군가의 거름이 될까?
그저 바람처럼 사라지지 않기를,
내 발자국도 누군가의 길을 빛내길 바라며
조용히 또 한 걸음을 내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