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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hapsody Nov 20. 2024

거름과 걸음

Vol. 13 거름



누군가는 거름이 되어


아무 말 없이 땅속에 스며든다.


그들이 남긴 손길과 흔적들,


보이지 않아도 세상을 지탱하고 있다.



그리고 나는 걸음을 옮긴다.


그들의 자리에, 그들이 다진 길 위에


무심코 발을 내딛지만,


그곳엔 희생과 기다림이 묻어 있다.



거름이 없었다면 이 걸음도 없었겠지.


내가 지나온 모든 길에는


누군가의 고요한 헌신이 남아


한 발짝마다 나를 일으키고 있었다.



내 걸음이 언젠가 누군가의 거름이 될까?


그저 바람처럼 사라지지 않기를,


내 발자국도 누군가의 길을 빛내길 바라며


조용히 또 한 걸음을 내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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