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 11
내 안에 병이 자라난다.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스며들어
하루하루를 갉아먹는 이름 없는 고통.
너를 잃은 후 시작된 병은
치료할 수도, 떨쳐낼 수도 없다.
책상 위 물병을 바라보다 문득
텅 비어 있는 그 모습을 보았다.
마치 나 같다,
너 없이는 더 이상 채워지지 않는 나.
병 속에 물 한 방울조차 남아 있지 않은 것처럼.
아픈 병을 품은 나와,
비어버린 병 하나.
둘 다 아무 소리도 없이,
단지 그저 이렇게 서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