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17 새벽
새벽은 늘 너를 닮았다.
아직 끝나지 않은 어둠과
시작을 알리는 빛이 동시에 머무는 시간.
희미하게 밝아오는 하늘처럼
너는 내게 언제나 아련한 끝과 시작이었다.
차가운 새벽 공기를 가르며
혼자 걷던 길 위에
네가 남긴 흔적들이 어둠처럼 깔려 있었다.
너의 온기가 스며든 말 한 마디,
네가 바라보던 하늘의 잔빛들.
그 모든 게 사라졌는데도,
나는 여전히 그 속을 헤매고 있었다.
새벽의 고요 속에,
너와 함께했던 시간들이 떠오를 때면
빛으로 다가오던 네 모습이
서서히 어둠에 녹아 사라진다.
손끝에 닿을 듯했던 너는
늘 새벽처럼 멀고도 가까웠다.
새벽은 늘 다시 찾아오지만
너는 이제 더 오지 않는다.
희미한 빛과 차가운 공기만이
네가 남긴 사랑처럼
내 가슴속을 흔들며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