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4-5학년쯤이었던 것 같다. 자전거를 타고 싶어서 일주일쯤 혼자서 흔들흔들 불안하게 자전거와의 씨름을 시작했다.
처음엔 넘어질까 무서워서 발을 땅에서 뗄 수가 없었다. 땅에서 발을 떼야 페달을 밟을 텐데... 이러다 영영 못 타는 거 아닐까? 용기 내어 페달을 밟아봤다. 당연히 넘어졌다.
한 번 두 번 세 번... 처음엔 무서웠는데 자꾸 넘어지니 아픈 건 어느새 잊고 오기가 생겼다.
그렇게 넘어지기를 일주일쯤 하고 나니 혼자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다. 지독하게 운동 신경 둔한 내가.
중심 잡는 법을 머리가 아닌 몸이 알아야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된다. 운전 중 위급상황에서 머리가 판단하기 전에 브레이크에 발이 먼저 가는 것과 같다.
막 운전면허를 따고 처음 도로주행 연수를 받던 날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옆에서 쌩쌩 달리는 차들을 보면서 언제쯤 난 저렇게 운전할 수 있을까 부러웠고, 그럴수록 핸들을 꽉 잡은 두 손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히고 힘이 들어갔다. 시동을 켜는 순간부터 긴장하던 탓에 낯선 길을 운전하고 돌아오면 온몸이 욱신거리고 두통이 심해지기도 했다.
긴 공백을 마치고 처음 취업에 도전하는 날, 나는 그날의 초보운전자가 된 기분이었다. 육아와 살림으로 단절된 경력 덕분에 사회라는 고속도로에 처음 차를 끌고 나가는 기분, 두려움과 설렘으로 심장이 미친 듯이 뛰던 그날과 다르지 않았다. 네비를 잘못 읽어서 낯선 길로 들어서면 다시 길을 찾을 수 있을까 두려운 마음만 가득했다. 당황해서 뇌가 정지되는 그런 혼란스러움, 딱 그 마음이었다.
자전거는 넘어질 만큼 넘어지고 나면 , 몸이 알아서 균형을 잡는다. 아무리 오랜 세월 타지 않아도 몸이 기억하고 있다. 신기하다. 절대로 익숙해지지 않던 운전도 자전거도 어느새 내 몸처럼 익숙해져 갔다. 지독한 길치임에도 어느새 운전 10년 차가 넘었고, 10년이 넘게 자전거를 타지 않았음에도 페달을 밟기 시작하면 저절로 달릴 수 있게 되었다.
사는 것도 그랬으면 좋겠다. 사회라는 고속도로에서 안전속도 잘 유지하며 목적지까지 잘 도착할 수 있으면 좋겠다. 때로는 낯설고 불편한 길에 들어섰을지라도 내비게이션은 내가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경로 재탐색을 해준다. 재취업 3개월 만에 퇴사하는 나에게, 가족도 친구들도 또 기회가 있을 거라고 끝없이 응원해주는 것처럼.
매일매일을 갱신하는 게 아니라 그냥 익숙하고 편하게 살 수 있으면 좋겠다. 늘 새운 동화를 신는 것처럼 물집 잡히고 피곤한 게 아니라 좀 낡은 운동화라도 편하게 익숙하게 걷고 싶다. 하지만 가끔 해보는 모험으로 운전 실력이 느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다 보면 제한 최고속도로 달리며 느끼는 짜릿함에 스스로 뿌듯해지고, 길을 헤매다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의 안도감으로 스스로 무언가를 해냈다는 보람도 느껴진다. 물집이 잡히는 새 운동화도, 모양은 볼품없이 낡아도 익숙해서 편안한 헌 운동화도, 내게는 모두 소중한 삶의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