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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J Apr 26. 2022

담 너머 서로의 온기에 목이 메며

다가갈 수 없는 가로막힌 그리움이 가슴을 드나든다면



당신과 나 사이에는

담이 가로놓여 있습니다.

두 마음 사이에

담이 있을 리가 없겠지만


당신과 나 사이에는 

세상이 쌓아놓은 담이 있습니다.

세상을 차마 어기지 못해

허물지 못하는 담이 있습니다.


그러기에 어쩌면 우리 둘은 더 평온한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기에 어쩌면 기나긴 마음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그러기에 우리 둘은

가끔은 담벼락에 몸을 기대며

가끔은 그 자리에 주저앉으며

가끔은 담 너머 온기에 가슴이 메며

언제까지 그렇게 살아가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도 담을 두드리려는 마음을

고이 접고 돌아섭니다.



 다가갈 수 없는 가로막힌 그리움은 가슴으로 드나들도록 내버려두려 합니다. 아무리 밀쳐내도 그리로 들어오는 길까지 막아설 수 없습니다. 아무리 부여잡아도 가슴에서조차 떠나가는 것을 막아설 수도 없습니다. 그러기에 나의 뜻이 아닌, 그리움의 뜻대로 드나들도록 내버려두려 합니다. 지금은 가슴 속에 있는 저 너머 누군가 때문에 마음이 아플 것입니다. 언젠가는 누군가가 떠났어도 아무렇지도 않은, 아팠던 흔적만 남은 휑한 가슴을 들여다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떠난 그리움이 지친 모습으로 불현듯 다가와 나의 가슴에 잠시 또 쉬어가겠다면, 나는 덤덤히 언제라도 드나들도록 내버려두려 합니다. 




아무래도 그대는 나를 만나지 못할 것이오

기척도 없이 내 안에 들어와 서성이는 그대를

나는 끝내 부르지 않을 것 같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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