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과 나 사이에는
담이 가로놓여 있습니다.
두 마음 사이에
담이 있을 리가 없겠지만
당신과 나 사이에는
세상이 쌓아놓은 담이 있습니다.
세상을 차마 어기지 못해
허물지 못하는 담이 있습니다.
그러기에 어쩌면 우리 둘은 더 평온한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기에 어쩌면 기나긴 마음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그러기에 우리 둘은
가끔은 담벼락에 몸을 기대며
가끔은 그 자리에 주저앉으며
가끔은 담 너머 온기에 가슴이 메며
언제까지 그렇게 살아가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도 담을 두드리려는 마음을
고이 접고 돌아섭니다.
다가갈 수 없는 가로막힌 그리움은 가슴으로 드나들도록 내버려두려 합니다. 아무리 밀쳐내도 그리로 들어오는 길까지 막아설 수 없습니다. 아무리 부여잡아도 가슴에서조차 떠나가는 것을 막아설 수도 없습니다. 그러기에 나의 뜻이 아닌, 그리움의 뜻대로 드나들도록 내버려두려 합니다. 지금은 가슴 속에 있는 저 너머 누군가 때문에 마음이 아플 것입니다. 언젠가는 누군가가 떠났어도 아무렇지도 않은, 아팠던 흔적만 남은 휑한 가슴을 들여다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떠난 그리움이 지친 모습으로 불현듯 다가와 나의 가슴에 잠시 또 쉬어가겠다면, 나는 덤덤히 언제라도 드나들도록 내버려두려 합니다.
아무래도 그대는 나를 만나지 못할 것이오
기척도 없이 내 안에 들어와 서성이는 그대를
나는 끝내 부르지 않을 것 같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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